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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품칼럼

[화장품 컬럼] 그린워싱 주의보! 효과적인 대응방법은?

김기현 슬록(주) 대표이사

[코스인코리아닷컴 전문위원 김기현] ESG 경영의 확산과 함께 소비자들도 기업의 ESG 가치에 공감하고 제품 구매 시 기업의 환경적, 윤리적 영향을 고려하는 가치소비가 늘어나고 있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제품에 ESG 가치를 담아내고 이를 소비자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해 공감을 얻는 마케팅 전략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러한 과정에서 진정성이나 근거가 부족한 마케팅으로 ‘그린워싱’, ‘ESG워싱’을 저지르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지난해 10월 슬록(주)이 화장품 소비자 13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가치소비 관련 인식’ 설문조사에 따르면, 소비자들은 화장품의 가치소비를 가로막는 가장 큰 장애 요인으로 비용 부담(21.2%)과 함께 그린워싱(20.3%)을 지목했다. 그린워싱은 ‘Green’과 세탁을 뜻하는 ‘White Washing’의 합성어로 기업이 실제로는 친환경 경영을 하지 않으면서도 이를 하는 것처럼 위장하여 마케팅하는 것을 의미한다.

 

# 그린워싱 규제 강화

 

세계 각국에서는 소비자를 기만하는 기업들의 ‘그린워싱’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고 있다. 2024년 초 유럽 의회에서 소비자를 혼동시키는 ‘그린워싱’ 제품을 규제하기 위한 EU의 새로운 지침(ECGT, Empowering Consumers for the Green Transition Directive)이 통과됐다. 앞으로는 과학적 검증 없이 제품을 ‘친환경적’이라고 홍보하는 것이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ECGT에 따르면, 입증되지 않은 ‘친환경’, ‘생분해성’, ‘에코’ 등의 친환경 표시와 실질적인 탄소배출 감축 노력이 없는 탄소 상쇄에 의존한 친환경 표시는 사용이 금지된다. 미국, 영국, 호주 등 해외 주요국도 그린워싱을 방지하기 위해 제도를 정비, 강화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2023년부터 공정거래위원회가 ‘환경 관련 표시, 광고에 관한 심사 지침’을, 환경부가 ‘친환경 경영 활동 표시, 광고 가이드라인’을 발표하고 시행 중이다.

 

그렇다면 어떤 것들이 그린워싱에 해당할까? 환경 컨설팅 회사 테라초이스(Terra Choice)는 ‘가짜 친환경주의’로 알려진 그린워싱을 다음 7가지 유형으로 정의하고 있다.

 

이는 ▲상쇄 효과 감추기(친환경적인 일부 속성만 부각하고 전체적인 영향은 숨기는 것) ▲증거 부족(친환경으로 볼 만한 근거가 불충분한 경우) ▲모호함(친환경의 정의가 모호하거나 너무 광범위해 오해할 가능성이 있는 경우) ▲무관한 주장(직접적 관련 없이 ‘-free, 무-’를 표기한 제품) ▲눈속임(컨셉으로 리사이클링 소재를 조금 사용한 후 ‘100% 리사이클 제품’과 같이 과대광고하는 경우) ▲거짓말(환경, 지속가능성 관련 인증마크 무단 사용) ▲허위 라벨(자체 마크를 마치 3자가 보증한 것처럼 홍보하는 행위) 등이다.

 

2024년 3월 26일부터 화장품에서 많이 사용하는 추출물 원료에 대한 표기법이 변경됐다. 그동안 추출물 100%로 표기해 왔던 추출물의 함량을 희석용매 등을 제외한 순수한 추출물의 함량으로 기재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즉, ‘병풀추출물 1%, 희석용매 98%, 보존제 1%’로 구성된 원료의 경우 이제는 ‘병풀추출물 100%’가 아닌 ‘병풀추출물 1%’로 표기하여야 한다. 사실 ‘물 대신 병풀추출물 100% 사용’과 같이 희석용매를 포함한 함량을 마치 순수한 추출물의 함량인 것처럼 기재하는 것은 대표적인 그린워싱 사례라 할 수 있다.

 

K-서스테이너블 검증을 받은 듀이트리 AC 컨트롤 딥 그린 카밍 클레이젤 모공팩과 

티나자나 파인애플 딥 클렌져 위드 파하

 

친환경 포장재를 홍보할 경우에는 모호함과 증거 부족으로 그린워싱을 저지르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부분적(Partly)으로 재활용이 가능한 포장재’를 ‘전반적으로(Widely) 혹은 100% 재활용이 가능한 포장재’라고 홍보할 경우 그린워싱에 해당한다. 어느 부분이 재활용 가능한지 명확히 표기하는 게 필요하다. 또 재활용 혹은 재사용 소재를 일부 사용한 경우에도 전반적으로 혹은 100% 사용한 것으로 오해하지 않도록 명확히 표기해야 한다.

 

가끔 플라스틱 대체 소재를 사용한 포장재의 경우 ‘탄소 저감’, ‘탄소중립’ 등의 표현을 쉽게 사용하는 경우를 보게 된다. ‘플라스틱 저감’이라는 표현은 가능하지만 탄소 배출량, 감축량, 상쇄량에 대한 정량적인 근거 없이 ‘탄소 저감’, ‘탄소중립’ 등의 표현을 사용할 경우 이 역시 그린워싱 논란에 휘말릴 수 있다.

 

이처럼 그린워싱은 기업이 환경적 가치에 대한 진정성이 부족한 채 오직 마케팅 효과만을 추구할 때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때로는 객관성과 전문성의 결여로 인해 의도치 않게 소비자를 혼란에 빠뜨리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전기차는 사용 단계에서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아 친환경적이지만 사용 후 배터리가 재활용이나 재사용되지 않고 그대로 폐기될 경우 생애 전주기 평가에서는 결코 환경적이라 할 수 없다. 따라서 기업은 그린워싱을 극복하기 위해 지속가능성에 대한 진정성 있는 접근 방법과 함께 보다 폭넓고 깊이 있는 시각으로 환경과 사회문제를 다루는 자세가 필요하다.

 

# 그린허싱의 증가

 

최근 그린워싱에 대한 소비자 등 이해관계자들의 기준과 요구사항은 점점 까다로워지고 있다. 기업의 탄소중립 주장에 대해서는 탄소배출과 감축이 직, 간접(스코프1, 2)영역에 대한 것인지 상쇄를 기반으로 하는 것인지를 따져본다.

 

RE100 선언에 대해서도 자가발전, REC구매, PPA계약, 지분투자, 녹색프리미엄 요금 등의 이행 옵션을 어떻게 믹스하는지를 살펴본다.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을 위한 실질적인 노력이 없는 저렴한 상쇄 수단이나 글로벌에서는 인정하지 않는 녹색프리미엄 요금 등에 의존한 탄소중립, RE100 등의 주장은 그린워싱으로 간주될 수 있다.

 

이처럼 이해관계자들의 감시와 요구가 강해지면서 까다로운 기준을 충족하기 어려워진 기업들은 의도적으로 친환경, 지속가능성 등과 관련된 목표와 성과를 쉬쉬하면서 숨기거나 최소화하는 그린허싱(Greenhushing)을 통해 이해관계자들의 감시와 비난을 회피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최근 스위스의 탄소 컨설팅기업 사우스폴이 12개국 100개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조사 대상 기업의 약 4분의 3이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 활동에 대해 이해관계자들과 공유하는 것을 꺼린다는 결과가 확인됐다.

 

‘그린허싱이 뉴노멀’이라는 냉소적인 이야기도 들리는데 과연 그린허싱은 그린워싱을 극복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일까? 그린허싱을 통해 기업은 이해관계자들의 감시와 비난을 일시적으로 피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지속가능경영을 좀 더 완성도 있게 내재화한 후 필요한 시기에 이해관계자들에게 공유하는 것이 드라마틱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ESG 경영은 기한이 정해진 시험이 아니다. 지속가능한 발전 목표를 설정하고 기업의 성과를 이해관계자들과 지속적으로 공유해 나가는 여정이다. 그린허싱은 이러한 ESG경영의 본질과 부합하지 않는다. 또한 기후테크 산업의 성장과 같이 향후 산업은 ‘지속가능한 지구’와 ‘지속가능한 기업의 성장’이 서로 분리될 수 없는 시대이다.

 

뷰티시장에서도 이러한 트렌드가 나타나고 있다. 글로벌 클린뷰티 시장은 연평균 10%씩 고속 성장하고 있으며 유럽과 북미에서는 클린뷰티가 지속가능뷰티(Sustainable Beauty)로 불리며 진화하고 있다. 지속가능성을 쉬쉬할 게 아니라 더 적극적으로 제품에 담아내고 알리는 게 경제적 성과 창출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 제3자 검증의 필요성

 

최근 그린워싱에 대한 우려 없이 기업이 추구하는 지속가능성을 소비자들에게 효과적으로 알릴 수 있는 방법으로 제3자 검증 서비스가 부상하고 있다. 영국의 지속가능 마케팅테크 기업인 프로방스(Provenance)는 지속가능성을 추구하는 뷰티 제품을 검증한 후 이 정보를 소비자에게 제공한다. 이 서비스는 ESG 전반에 대해 125개의 검증 포인트(proof point)를 설정하고 검증이 완료된 항목에 대해선 입증(evidenced) 혹은 검증(verified)과 같은 방식으로 명시돼 소비자에게 제공된다.

 

프로방스의 서비스는 현재 유럽을 중심으로 200개 이상의 브랜드와 유통채널에서 이용되고 있으며 컬트 뷰티(Cult Beauty)의 가치소비 카테고리인 컬트 컨셔스(Cult Conscious)의 경우 상세 페이지를 통해 구매 시점에 프로방스의 검증 정보를 제공해 구매 전환율이 35% 상승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노바이커넥트(Novi Connect)는 화장품에 사용되는 다양한 원료들을 라이브러리로 구축해 뷰티기업들에게 유용한 정보를 제공한다. 이 플랫폼은 특정한 원료가 다양한 규제나 주요회사의 클린뷰티 기준에 부합하는지를 스크리닝해 제공한다. 세포라, 크레도, 얼타를 포함한 1,000개 이상의 유통채널, 브랜드와 제조업체가 이 서비스를 활용해 지속가능한 뷰티상품과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올해 초 슬록이 지속가능 화장품 검증 서비스인 K-서스테이너블을 선보였다. K-서스테이너블은 제품과 브랜드의 지속가능성을 제3자가 종합적으로 검증한 후 검증 확인서와 보고서를 제공하는 지속가능 뷰티마케팅이다. ▲화장품 개별 제품에 대한 탄소발자국 산정 ▲화장품 개별 제품에 환경적 가치 정성적 검증 ▲브랜드(혹은 회사)의 지속가능성 정성적 검증 등 총 3개 카테고리 15개 항목에 대해서 정량적, 정성적으로 검증을 진행한다.

 

슬록(주)의 특허 기술인 탄소발자국 계산 툴을 통해 화장품 1개가 배출하는 배출량을 정량적으로 산정하고 정성적 검증은 ESG 심사원 자격을 가진 전문인력이 수행한다. 검증을 마친 제품은 각 카테고리별로 등급을 부여받는다. K-서스테이너블은 제품별 탄소발자국을 쉽게 산정해 제공하는 점에서 국내외의 주목을 받고 있으며 현재 국내외 클린뷰티를 추구하는 브랜드사들의 검증 의뢰와 함께 유통채널, OEM ODM 제조사들의 제휴와 협업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기업과 소비자 간에는 항상 정보의 비대칭성이 존재한다. 소비자는 기업이 강조하는 한두 가지 셀링 포인트만을 집중적으로 보고 듣게 된다. 정보의 비대칭이 계속되는 한 그린워싱을 완전히 방지하는 것은 어려울 수도 있다. 그러나 제3자 검증과 같은 시스템을 도입해 이러한 문제를 상당 부분 완화할 수는 있다. 컬트 뷰티의 사례에서 보듯이 3자 검증을 통해 브랜드와 소비자 간 지속가능성 정보의 불균형을 조정하고 그린워싱에 대한 우려를 완화시키면 결국 가치소비의 활성화로 이어질 수 있다.

 

전 세계적으로 그린워싱을 금지하는 법이나 규제가 강화되고 있으며 ‘K-서스테이너블’과 같은 3자 검증시스템도 등장하고 있다. 그러나 규제나 시스템으로 그린워싱의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결국은 소비자의 높은 관심이 기업의 전략에 반영되고 기업의 진정성이 소비자에게 전달될 때 지속가능한 생산과 소비가 실현될 것이다. 기업과 소비자 모두 환경 관련 이슈에 좀 더 관심을 가지고 부분이 아닌 전체를 바라보는 시각에서 지속가능성을 이해하고 실천하는 것이 필요하다.

 

 

김기현 소셜벤처 슬록(주) 대표이사

 

화장품 자원순환 플랫폼 '노웨이스트'운영, 업계 최초 화장품 탄소발자국 계산기 개발, 지속가능 화장품 검증서비스 '케이-서스테이너블' 운영, ESG, 탄소중립 관련 칼럼, 세미나 연사 활동, ISO ESG 심사원, * 공저 '광고를 알아야 크게 성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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