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0.21 (토)

  • 맑음동두천 6.2℃
  • 맑음강릉 11.1℃
  • 맑음서울 8.2℃
  • 구름조금대전 8.8℃
  • 구름조금대구 11.6℃
  • 맑음울산 11.1℃
  • 맑음광주 11.5℃
  • 맑음부산 12.7℃
  • 구름많음고창 11.6℃
  • 구름많음제주 15.6℃
  • 맑음강화 5.1℃
  • 맑음보은 8.7℃
  • 맑음금산 8.7℃
  • 구름조금강진군 12.4℃
  • 맑음경주시 11.7℃
  • 맑음거제 12.6℃
기상청 제공

리얼인터뷰

“제품력 기반으로 롱런 브랜드 만들 터”

라라베시 악마크림 케이비퍼시픽 진원 실장



▲ 케이비퍼시픽 진원 실장.


[코스인코리아닷컴 오선혜 기자] 2012년 첫 선을 보인 라라베시 악마크림은  ‘브랜딩의 승리’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케이비퍼시픽이란 회사는 생소해도 라라베시 ‘악마크림’을 모르는 이는 없기 때문이다.


악마크림이란 별칭으로 더 잘 통하는 라라베시 수분크림은 업계 최초 4계절 수분크림이란 콘셉트로 매 시즌 화제를 만들어 내며 인지도를 올렸다. 짧은 기간 숱한 화제를 만들어온 브랜드의 저력, 케이비퍼시픽 진원 실장을 만나 브랜드와 제품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악마크림 성공 비결은 '역발상'


국내 대기업과 글로벌 수입 브랜드의 틈새에서 상당수 중소기업 화장품 브랜드들은 자본력의 한계를 절감하며 어려움을 호소해 왔다. 마케팅, 유통 등에서 대기업 자본에 밀리며 빛을 보지 못한 채 묻힌 제품이 상당수였기 때문이다.


2010년 회사를 설립한 케이비퍼시픽은 2012년 초 라라베시란 브랜드 론칭과 함께 악마크림을 선보였다. 소셜마켓 최초 하루 2만개 조기 완판, 홈쇼핑 론칭방송 조기 매진, 브랜드 론칭 1년 만에 면세점 진출 등 중소기업의 신규 브랜드가 세운 기록은 단연 화장품 업계의 빅 이슈다.


신생회사가 단일 품목 하나로 단기간 이뤄낸 성과의 비결은 무엇일까. 광고인 출신으로 2010년 화장품 업계에 진출한 케이비퍼시픽 진원 실장은 ‘역발상’에 비법이 있다고 전한다.


다들 '제조-유통망 확보-마케팅-브랜딩' 순으로 브랜드를 키우는데 그는 반대로 접근헀다. 제품 개발, 제조 부분만 잘 해결된다면 브랜딩으로 인지도를 올린 후 유통망을 확보하는 방법으로 역발상한 것이다.


여느 회사에나 있는 영업팀이 없는 ‘파격’도 ‘브랜딩이 잘되면 영업팀의 역할은 그만큼 줄어든다’는 생각에서 기인했다.


“대다수 회사들이 영업팀을 투입해 유통채널에 물건을 깐 후 소비를 유도합니다. 라라베시는 영업팀 없이 치열한 한국 시장에서 3년째 활동하고 있습니다. 굉장히 센세이션하다고 평가하는데 브랜드 인지도가 올라가면서 유통사 쪽에서 먼저 연락이 오고 있습니다”


진 실장은 마케팅, 유통에 앞서 브랜딩에 주력했다고 강조한다. 그래서 혹자는 ‘궁극의 브랜드 같다’는 평가도 하더란다.


진 실장을 비롯해 광고인 출신이 주축이 돼 설립한 케이비퍼시픽은 ‘회사는 없어져도 브랜드는 살아 남는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그리고 브랜드 파워의 저력에는 제품력이 바탕이 되야 한다는 기본도 잊지 않았다.


“마케팅만으로 브랜딩이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제품력이 받쳐 줘야죠. 많은 OEM 업체를 방문한 후 우리만의 제품을 만들기는 불가능하다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화장품연구센터 출신 연구원을 영입해 24시간 수분크림 하나만 연구하게 했습니다”


“브랜딩 기반 제품력에서 나온다” 철학 실천  




▲ 시즌별 선보이는 라라베시 악마크림 시리즈.

진 실장은 브랜드 롱런을 위해선 자사만의 ‘갈색병’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말한다. 국내에선 잘 나가는 브랜드가 해외에서 고군분투하는 이유는 브랜드 인지도만 있지 제품에 대한 인지도가 없기 때문이란 것이 진 실장의 분석이다.


상당수 중소 화장품 브랜드가 제품개발과 제조를 OEM ODM사에 맡기고 유통에 주력했다면 라라베시는 내부 연구원을 통한 제품개발, 광고인 출신이 주축이 돼 소비자 니즈와 트렌드를 읽으며 상품개발을 했다.


라라베시 악마크림은 수분크림 만으로 브랜딩에 성공한 케이스다. 수분크림 하나에 제품의 능력과 스토리를 담았다.


‘가슴 뛰는 삶을 살자’는 기업 철학에 이어 ‘가슴 뛰는 제품을 만들어라’는 브랜드 슬로건을 잊지 않았다. 상품개발 과정에서 가장 중시했던 건 소비자가 필요한가 아닌가의 여부였다.


소비자가 진정으로 필요한 걸 만들면 굳이 팔러가지 않아도 소비자가 사러올 것이란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소비자 니즈가 최우선이란 마케팅 전략은 제품화 과정에서도 독특한 시도로 이어졌다. 악마크림 개발 후 먼저 온라인을 통해 소비자 반응을 보고 제품화 여부를 결정한 것이다. 지금까지 출시된 악마크림 시리즈는 모두 파일럿 제품으로 소비자에게 첫 선을 보인 케이스다.


“소비자 반응을 본 후 제품화를 결정하면 실패 시의 타격이 적기 때문에 작은 브랜드 입장에선 그만큼 부담이 적고 가볍게 움직일 수 있죠. 그런데 이게 가능하려면 제품 하나에 집중 투자해야 합니다”


쉬운 이야기 같지만 제품 하나에 집중 투자하겠다는 결정은 제품에 대한 진정성과 가치를 중시하지 않고는 힘든 판단이다. 같은 값으로 세트 상품을 만들 수 있는데 제품 하나로 승부하겠다는 건 낮은 수익성을 감안하겠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어려움은 또 있다. 유통을 무시하고 브랜딩을 앞세운 시도는 상당히 오랫동안 마이너스 상태로 회사를 운영하겠다는 의미를 내포한다.


진 실장은 “브랜딩으로 먼저 접근하는 방식은 단기간 매출을 올리는 게 가능하지 않죠. 지속적 투자와 기다림이 필요합니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실질적인 수익이 발생하기까지의 시점을 예측할 수 없다는 점이다. 결론적으로 브랜딩 전략의 결정적 어려움은 자본과 프로세스의 문제로 정리된다.


하지만 진 실장은 회사 설립 때부터 강조한 ‘기본에 충실한 제품으로 롱런하겠다’는 초심을 잊지 않으려 한다.


그는 어렵게 성공한 제품이 쉽게 묻히는 이유는 기업이 이윤추구에 급급해 기본을 잃은 탓이라고 말한다.


보통 한 제품의 성공은 시즌 궁합과 잘 맞아떨어져서인데 뜨기 시작하면 대다수 기업이 더 많은 제품을 제조해 유통망을 넓힌다. 문제는 해당 시즌이 끝나면서 재고가 발생하고 재고 소진을 위해 기업은 세일을 선택하게 된다. 이렇게 시작된 악순환은 장기적으로 소비자 신뢰 하락, 브랜드 이미지 저하를 가져온다.


케이비퍼시픽은 앞으로 마켓 내 판매량을 유지하면서 브랜드 포지셔닝이 확고해지는 시점에 유통망 확대를 시도할 계획이다.


브랜드 라라베시는 지난해 10월엔 악마 베이스를 출시하며 메이크업 제품군으로 영역을 넓혔는데 핑크 2개, 옐로우 2개 4가지 컬러로 나만의 컬러를 만든다는 콘셉트는 라라베시 특유의 아이디어 넘치는 발상을 다시 한 번 보여 줬다.

 

올 가을엔 악마크림 전체에 큰 변화가 있을 예정이라고 하니 케이비퍼시픽이 리드하고 있는 ‘남다른’ 행보는 당분간 계속될 것 같다.


한편, 케이비퍼시픽의 최종 목표는 수출이다. 악마크림, 악마베이스에 이어 신중하게 제품군을 넓혀갈 예정이라고 하니 국내를 넘어 해외로 뻗어갈 케이비퍼시픽의 미래가 궁금하다.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