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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품칼럼

[화장품 컬럼] 중국에 대한 이해가 먼저다

신윤창 편집위원(세라젬헬스앤뷰티 한국, 중국 대표이사)

[코스인코리아닷컴 신윤창 편집위원] 한국 전체 수출의 4분의1 가량을 차지하는 대(對)중국 수출이 계속해서 부진한 성적을 거두고 있다.


지난 7월 한국의 중국 수출액은 101억 2957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9.4% 줄었으며 지난해 7월 -6.5%를 시작으로 13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7월 한 달만의 실적이 사드(THAAD)의 영향일지 아닐지는 더 지켜봐야겠지만 사실 그 영향으로 한국 화장품에 대한 중국정부의 준법주의 때문에 지난달부터 수출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건 사실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한국의 수 많은 화장품 회사들은 중국바라기를 멈추지 않고 대박의 꿈을 키우며 비좁은 한반도 땅을 벗어나 대륙진출의 홈런 한방을 기대하면서 끊임없이 신생 화장품회사들도 반짝이다 사라지는 유성처럼 태어나고 사라지기를 반복하고 있다.


물론 반짝이는 아이디어로 수백억 원의 매출 신화를 일으키고 거액의 투자를 유치한 성공사례도 있지만 이것 또한 군계일학과 같은 것이지 대부분의 사람들에겐 그저 선망의 대상일 뿐일 것이다.


국내에 유통망을 보유하지 않은 회사들은 요우커들에게 우수한 제품을 소개할 기회조차 없었으며 탄탄한 자본을 가지고 중국에 법인을 설립하지 못한 회사들은 어떻게 중국 바이어 한명이라도 잡을 수 있을까를 전전긍긍하며 여러 박람회를 참가하기도 하지만 그곳에서 진짜 제대로 된 중국 바이어를 만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한편으론 한국의 화장품이면 모두 중국에서 성공할 것이란 착각도 컸을지도 모른다. 중국에서 화장품을 팔고 싶어하시는 분들께 다음과 같은 질문을 했을 때 "컨셉 좋은데요? 위생허가는 받았나요?" "중국에선 중국명 브랜드가 꼭 있어야 하는데, 중국 브랜드명으로 상표등록은 하였나요?" "중국의 어떤 고객을 대상으로 어디에 유통할 계획인가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우리 같은 작은 회사가 그런 것까지 어떻게 하느냐는 대답이었다. 그래도 이 제품이 화장품 박람회에서 반응이 뜨거워서 그때 가져온 제품도 거의 다 팔렸다며 앞으로 좋은 바이어를 잡을 수 있을 것 같다라는 말이 대부분이다.


그 분들이 잘 되었을지 안 되었을지 그 후로 연락을 안 해봐서 사실 잘 모르겠다. 하지만 내 생각엔 분명 괜찮은 거래로 이루어지지 않았을 것이 분명하다. 그것은 그들이 중국인에 대한 기본적인 성향을 잘 모르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에선 남에 대한 생각보다 항상 자기가 우선이다. 이건 어려서부터 몸에 밴 그들의 생활문화이기도 하다. 남을 속이고 자신을 과대포장하고 처음엔 친구(펑요우, 朋友)라며 뭐든지 다 해줄 것 같은 사람도 알고 보면 다 거짓말인 것이다.


처음 중국인 바이어를 만나면 한국인들은 이런데 껌뻑 넘어 간다. 그러나 그게 모두 립 써비스였음을 알기까진 그리 오래 걸리지 않는다. 그러다 한국인들은 중국인들에게 속았다고 화를 내겠지만 중국인들에겐 그것이 일상이요 당연한 일인 것이다. 속은 놈이 잘못이요, 진정한 친구를 파악하지 못한 놈이 잘못이지, 속인 사람은 그게 당연한 것이다.


중국인들이 말하는 친구란 뜻의 펑요우는 사실 우리가 아는 그런 친구가 아니다. 친할 親, 오래될 舊, 친구는 말 그대로 오랫동안 친한 사람을 뜻하지만 중국인들에겐 그냥 오늘 처음 만나 안면을 트기만 하면 펑요우이니 말이다.


그건 친구가 아니라 그저 '아는 사람'일 뿐이다. 그래서 중국인의 속성을 알지 못하고 친구사이가 됐다는 착각 속에 덜컥 믿고 그들이 원하는 걸 다 들어준다면, 그건 그냥 고양이에게 생선을 바치는 꼴이 되는 경우가 허다한 것이다.


그렇다면 작은 화장품 회사는 도대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어쩌란 말인가? 그래서 나는 진정으로 좋은 중국 바이어나 벤더를 만나고 싶다면 먼저 한국에서 좋은 회사가 되어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


스스로 한국에서 작지만 강한 회사가 되려는 노력이 없다면 중국이든 다른 나라든 잘 될 수가 없다고 생각한다. 그렇지 못하다면 내가 몸 담고 있는 세라젬H&B 처럼 애초부터 중국법인을 만들고 자체적인 대리점 망을 구축하기 위해 수 년간의 적자를 감내하며 전국을 다리 품 팔며 돌아다니는 무척 고단한 일을 해야 한다.


세라젬H&B의 경우도 근 3년 동안 40억원이 넘는 적자를 참아내며 지속적인 유통투자를 한 끝에 간신히 흑자로 전환할 수가 있었는데 이건 참아내느냐 포기하느냐의 긴 인내의 싸움이었다. 한국에서 유명하지 않은 브랜드는 중국에서도 이처럼 많은 설움을 당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수 많은 화장품 소기업분들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다. 첫째, 너무 조급해 하지 말아야 한다. 성공은 하루 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많은 실패라는 계단을 딛고 걸어 올라가야만 마침내 도달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이 세상엔 로또 복권 말고 일확천금은 없다.


물론 로또에 당첨되는 일도 쉬지 않고 매주 복권을 사는 사람에게만 돌아가는 행운인 것처럼 아무리 좋은 한국 화장품이라도 그냥 중국에서 대박을 칠 확률은 그리 많지 않다.


둘째,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 브랜드 하나 제품 하나라도 차별화시키고 차곡차곡 위생허가를 받는다면 분명 기회의 폭은 더 넓어질 것이다. 앞으론 위생허가가 없는 제품은 점차 중국 땅에서 설 자리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무작정 비싼 돈과 긴 시간을 들여 다 위생허가를 받을 수는 없다. 그렇기 때문에 철벽같은 중국 소비자 마인드의 틈새를 파고드는 강한 대못처럼 차별화된 컨셉의 무기를 개발해야 한다. 한국에서 남들 다 하는 것으론 이젠 중국에서 더 이상 차별화 되지 않는다.


셋째, 그렇다면 중국의 오프라인 보다는 온라인에 특화된 상품기획을 하기 바란다. 온라인 시장은 현재 중국에서 가장 크고 빠르게 성장하는 화장품 시장이며 유통에 들어가는 비용이 적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무리 한국 화장품이라도 알리바바의 티몰, 쥬메이, 징동 같은 유명한 온라인 쇼핑몰에는 알려지지 않은 브랜드로는 들어가기도 쉽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온라인 고객에 대한 분석이 필요하다. 그냥 한국에서 만든 남들과 비슷한 제품이 아니라 중국의 온라인 소비자들의 니즈가 무엇인지를 파악하고 그에 맞는 가격과 디자인, 차별화로 무장할 필요가 있다. 나도 중국에서 이런 방식으로 브랜드를 개발하여 론칭하였으나 크게 실패했다.


내가 간과한 것은 딱 하나였다. 아직도 그 시장에선 'Made in Korea' 제품이 강세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제 그 실패사례를 거울 삼아 한국법인에서 제품을 만들어서 위생허가를 받고 온라인을 타겟으로 수출하고자 준비하고 있다.


중국의 인터넷 인구가 7억명을 넘어섰다고 하지만 인구 대비 인터넷 보급률은 고작 51.7% 뿐이 안 된다. 앞으로도 인터넷의 잠재 수요는 반이나 남아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인터넷 사용자 중 25%는 컴퓨터 없이 이동통신만으로 인터넷을 사용하고 있다고 하니 모바일 커머스의 잠재수요는 더욱 더 대단하다.


특히 인터넷 고객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빠링허우(80년대 이후 출생자)와 지우링허우(90년대 이후 출생자)들은 현재 중국 시장의 소비 트렌드를 이끌고 있는 오피니언 리더들이다.


현재 중국의 소비 트렌드는 신세대라고 불리는 이들이 주도하고 있기에 중국의 소비 트렌드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이들을 이해하는 것도 중요하다. 빠링허우들은 ‘한 가정 한 자녀’ 정책의 시작 세대였고 지우링허우는 거의 한 자녀 정책의 마지막 세대이다.


이러한 배경 속에 두 세대 모두 외동으로 태어나 부모와 조부모들의 극진한 보호와 관심을 받으며 자라나면서 ‘생활의 질’을 추구하는 성향이 다른 세대들보다 더 강하다.


빠링허우는 현재 중국에서 처음으로 나타난 본격적인 소비계층으로 현재 취업, 결혼, 출산, 육아의 단계로 진입함에 따라 소비가 활성화 되고 있다.


그에 비해 지우링허우는 패션 소비만 봤을 때 소비력은 비교적 크지 않지만 이들의 사회진출이 늘어나고 소득수준이 향상되면서 중국 소비시장의 주력으로 급부상 하고 있다. 그리고 그들은 상당 부분 온라인, 모바일, O2O로 소비의 새로운 트렌드를 이끌고 있다.


신윤창 편집위원

프로필 : 한양대학교 경영학과 졸업, 동 대학원 MBA 석사. 1988년 LG전자 입사이래 피어리스화장품, 애경산업, 필립스전자, 미니골드, LG생명과학 등의 여러 회사에서 마케팅과 영업을 하며 다양한 경험을 쌓았고, 지금은 세라젬헬스앤뷰티 중국 청도 법인장과 한국법인 통합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저서로는 <챌린지로 변화하라>, <우당탕탕 중국이야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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