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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품칼럼

[화장품 컬럼] 사드와 한국 화장품

신윤창 편집위원(세라젬헬스앤뷰티 한국·중국 대표이사)

[코스인코리아닷컴 신윤창 편집위원] 최근 설날 명절을 맞아 친지들을 만났을 때 사람들이 하는 인사말 중에 사드 이야기가 꼭 들어갔다. “요즘 사드 때문에 중국 사업이 어렵다는데, 자넨 괜찮은가?”


동창회를 나가도 친구들이 한마디씩 한다. “너희 회사는 괜찮니? 사드 때문에 화장품 회사들 난리라던데…" 이번엔 모처럼 회사를 방문한 어느 화장품 신문 기자도 묻는다. “신대표님, 중국법인 괜찮습니까? 요즘 다들 어렵다는데…”


이는 사람들이 한국산 화장품이 지난해 11월에 이어 12월에도 품질 불량으로 대거 수입이 불허됐다는 뉴스를 접했기 때문이다. 중국 검역 당국이 발표한 ‘12월 불합격 수입 화장품’ 68개 품목 중 19개가 한국산 화장품으로 무게로는 2.5톤에 해당해 전체 불합격 화장품 물량의 52%였다고 한다.


그리고 최근 사드 부지를 제공한 롯데가 중국의 알리바바 쇼핑몰 티엔마오(T-mall)에서 플래그숍을 철수하며 “1월 12일부터 티엔마오 플래그숍 영업을 중지하게 됐다는 점을 알려 죄송하다. 이는 매출이 기대 이상으로 나오지 않아 철수한 것으로, 사드와는 관련이 없다”고 설명했으나 앞서 중국에서 롯데마트 3곳을 폐점하고 세무조사를 받는 등 중국 측의 전방위적 압박을 받고 있는 롯데의 상황으로 볼 때 이번 플래그숍 철수도 사드 보복과 관련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을 정도이다.


그러니 만나는 사람마다 중국에서 사업을 하고 있는 내게 이런 질문을 하는 게 어쩌면 당연하고도 남을 일이다. 그러나 나는 이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한결같이 태연하게 대답을 한다.


“우리 회사는 사드 영향 없습니다. 사소한 것 빼곤 큰 문제는 없지요.”


내가 보기에 사드 영향으로 한국산 화장품의 중국 수출이 대거 불합격됐다고 쏟아지는 기사가 다 옳은 것만은 아니다. 지금 세라젬H&B는 중국에 들어와 있는 한국기업과의 치열한 경쟁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중국의 사드 보복 때문에 회사가 힘들어질 지경은 아니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검사 불합격을 받은 19개 한국산 제품의 불합격 사유를 자세히 살펴봤다. 이들 제품의 불합격 사유는 대부분 위생허가가 없거나 제품에 표시한 내용과 서류가 잘못돼 있는 등 중국 허가사항에 위배되는 것이었다.


물론 과거에는 꽌시를 통해 문제없이 수출할 수도 있는 것이었을지도 모른다. 중국이 지금 하고 있는 보복은 준법규제같은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과거에는 됐으나 지금 안되는 것은 결국 법을 어기는 회사의 문제인 것이다. 설령 법규를 어기지 않는 위생허가 받은 정식수출 제품이라도 예전보다 어려워진 것은 사실이다.


상검국의 검사가 까다로워져서 수출기간이 더 늘어나고 수입업체인 중국법인 입장에선 재고를 더 비축하거나 미리 물량을 앞당겨 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좀 더 성가신 일일뿐이지 회사가 어려운 지경이 될 정도는 아니란 것이다.


지난 2년 전부터 한국 화장품 업계에 ‘위생허가를 받아야 한다’, ‘중국 법규를 따라야 한다’, ‘따이공을 하면 안된다’는 경고를 해왔다. 세라젬H&B는 이런 점에서 회사의 중심가치인 정도경영을 실행하기 위해 우직하게 행동해 왔다. 그래서 지금 사드의 영향을 받지 않고 있으며 중국 정부의 간섭과 규제가 두렵지 않다.


아이러니하게도 위기가 기회가 될 수 있는 것처럼 정부의 규제에 자유로운 우리 회사는 중국에서 올해 더 큰 성장을 기대하고 있으니 말이다. 따라서 한국 회사들이 중국의 법규와 규정을 준수하지 않으면서 중국 정부만 탓한다는 건 어불성설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중국 정부의 이런 규제에도 불구하고 한국산 마스크팩이 중국의 온라인 역직구 시장을 휩쓸고 있는 점을 보면 여전히 중국 소비자들의 한국 화장품 사랑은 끝이 없는 것 같다.


최근 티엔마오 글로벌 내에서 가장 많이 팔린 마스크팩은 지난 2월 5일 기준 한국의 ‘제이준’인 것으로 나타났으며 2위에는 ‘리파인 투 샤인’이 차지하는 등 1~10위 제품 대부분이 한국산이었다고 한다. 이런 점을 보면 중국 시장에서 한국산 화장품의 열풍은 당분간 식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는 이제 정답을 알았다. 한국산 화장품은 여전히 중국에서 사랑받고 있다. K-Beauty 열풍은 결코 식지 않았다. 단지 중국의 준법규제를 통과하지 않는 불법적인 관행이 문제인 것이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짧게 빨리 가려고 하지 말고 천천히 멀리 오래가는 정도경영을 하는 기업이 돼야 할 것이다.


신윤창 편집위원

프로필 : 한양대학교 경영학과 졸업, 동 대학원 MBA 석사. 1988년 LG전자 입사 이래 피어리스화장품, 애경산업, 필립스전자, 미니골드, LG생명과학 등에서 마케팅과 영업하며 다양한 경험을 쌓았다. 지금 세라젬헬스앤뷰티 중국법인과 한국법인 통합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저서 : <챌린지로 변화하라>, <우당탕탕 중국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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