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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품칼럼

[화장품 칼럼] 4차 산업시대, 스킨케어 기술도 진화한다

강학희 대한화장품학회, 세계화장품학회(IFSCC) 회장

[강학희 세계화장품학회(IFSCC) 회장] 2017년은 사드 여파로 많은 화장품 업체가 힘든 한 해를 보냈다. 잠시 주춤하는 듯 싶던 K-뷰티는 여러 국제 화장품 박람회에서 아직도 식지 않은 열기를 드러냈지만 중국 화장품 기업들의 향상된 역량을 목격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다.

아직 중국 시장에는 절대적인 크기로 인한 성장 기회가 남아 있지만, 많은 한국 기업들은 동남아시아와 중동, 러시아, 북미 등 포스트 차이나 시장을 찾는 노력을 기울여야 함을 깨닫게 되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올해 스킨케어 시장은 어떻게 움직여 나가야 하는지, 최근의 동향을 보면서 가늠해 보고자 한다.

먼저, 환경 요인에 대응하기 위한 제품이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우리나라의 전 지역이 미세먼지의 영향권에 있으며, 중국과 동남아시아의 대도시 역시 대기오염에 시달리고 있다. 이러한 안티폴루션 컨셉의 화장품은 크게 피부에 미세먼지가 부착되는 것을 방지하는 제품과 피부에 접촉된 미세먼지를 제거해 주는 제품으로 나눌 수 있다.

자외선차단제, 파운데이션 등 외출용 제품은 미세먼지의 직접적인 피부 접촉을 방지해 주는 컨셉, 그리고 클렌징, 마스크팩 등 집에 돌아와서 사용하는 제품에는 피부에 부착된 미세먼지를 제거해 주는 컨셉으로 계속 개발, 진화될 것이다.

한편, 길어진 추운 겨울과 유난히 더워진 여름으로 인해 난방과 에어컨으로 인한 피부 건조로 인한 문제가 더욱 심각해진 상황이다. 이에 따라 건조한 기내 환경에서 근무해야 하는 비행기 승무원의 스킨케어 노하우를 표방한 승무원 화장품이 많은 소비자들의 공감과 관심을 받고 있다.

스킨케어 제품의 가장 기본적인 기능인 보습효과를 강화하기 위한 소재와 제형 측면에서의 연구가 계속되어야 할 것이다. 또 자외선 차단 제품은 대부분 사람들이 사용할 정도로 범용화되고 있음에도 아직도 개선해야 할 기술적 과제를 적지 않게 가지고 있다. 안전성, 안정성, 백탁 현상, 사용감, 그리고 가격 측면에서 머지 않아 자외선 관련한 혁신적인 기술 탄생을 기대한다.

최근 바이오 기술의 발달에 힘입어 유전자 검사결과에 기반한 맞춤형 화장품이 개발되고 있다. 현재까지 맞춤형 화장품은 주로 피부색과 어울리는 컬러의 메이크업 제품 추천이나 피부 진단을 통한 스킨케어 제품 추천 위주의 서비스였지만, 유전자 검사를 통해 피부 노화와 탈모에 대한 정밀한 진단과 예측도 가능해질 것으로 생각되며 이를 통한 새로운 제품과 비즈니스 모델이 출현할 것으로 기대된다.

바이오 기술과 더불어 4차 산업혁명의 여러 기술도 속속 도입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은 통합에 의한 새로운 가치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기존엔 존재하지 않았던 형태의 상품이나 기술이 개발될 가능성을 비롯해 생산성 측면에서도 급진적인 발전이 가능하다.

이미 많은 브랜드에서 증강현실을 이용한 스마트폰 메이크업 어플리케이션을 출시해 운영하고 있으며, 피부를 촬영해 피부 상태를 진단하는 스마트 거울이나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도 소개되고 있다.

시세이도는 스마트폰 앱으로 피부 상태를 측정한 후 그 데이터를 바탕으로 커피머신과 유사한 기기에 내장된 카트리지에서 최적 배합의 미용액을 추출해 주는 가정용 시스템을 개발해 올해 봄부터 판매할 예정이라고 한다.

아이오페는 피부 측정과 얼굴 모양 스캔을 통해 얻어진 데이터를 바탕으로 피부상태와 개인 얼굴형에 딱 맞는 맞춤형 마스크를 3D 프린터로 출력, 제작하는 시험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빅데이터, IoT, 3D 프린터 등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을 이루는 기술이 총동원된 셈이다. 이러한 4차 산업혁명이 화장품 업계에 어떠한 변화를 가져오게 될지 면밀히 검토하여 새로운 기회를 찾아내려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2011년 발생한 가습기 살균제 파동 이후로 화학물질에 대한 공포감이 확산되면서 화장품의 안전성에 대한 소비자의 우려와 관심이 커짐에 따라 원료 차원의 위해성 평가와 완제품의 인체 안전성 평가 등에 대한 법적인 장치가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조치는 장기적으로 화장품의 품질 향상과 화장품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으로 생각되지만, 기반이 약한 원료업체나 화장품 기업에게는 큰 위기로 다가올 수 있으므로 정부와 업계, 학계가 긴밀히 협의해 상생의 길을 찾아야 할 것이다. 처방을 단순화해 제품에 포함되는 원료의 종류를 최소화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기업은 고객이 원하는 상품만을 만들어야 한다. 우리나라 고객 뿐 아니라 중국과 동남아를 비롯한 글로벌 고객이 원하는 상품이어야 할 것이다.

요즘 같은 SNS 시대, 웰빙 시대엔 특히 상품 안전성과 기업 신뢰성이 매우 중요하다 하겠다. 미에 대한 요구가 어느 때보다 커지는 이 시대에 화장품 시장 전체는 다른 산업보다 높은 성장세를 가질 것으로 예측된다. 고객의 높은 눈높이와 함께 4차 산업 통합 기술, 고령화, 바이오 과학의 발달에 따른 미래 상품이 개발될 것으로 보이며, 한국적 가치인 K-beauty 기술 개발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나만의 것, 내가 잘 할 수 있는 것, 한국의 문화와 정서, 지리적 특징, 고유의 미용법과 우리 고객의 소비 패턴 등은 세계 시장에서 차별화 요소로 발전될 수 있다. 여기에 고품질의 성능이 더해져서 해외 고객이 만족할 경쟁력 있는 상품 개발이 가능할 것이다.

한국만의 독특한 한방화장품이 그러하고, 달팽이 크림, 시트마스크 외에도 제주도 같은 한국의 독특한 가치를 상품화하여 차별화에 성공한 상품들도 있다. 이들 히트 상품은 중국을 비롯한 해외에서도 많은 인기를 끌고 있다.

우리에게 흔한 것들이 세계 시장으로 나가면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게 되고, 많은 원료나 소재의 국산화가 병행되고 이로 인해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할 것으로 본다. 각 나라별 법규와 소비자 선호도, 미에 대한 인식 등 많은 조사 또한 필요로 하고 그것이 곧 경쟁력이 된다. 여러 개의 작은 기술보다는 핵심적인 기술이 가미된 큰 기술 몇 가지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이러한 시대 가치에 맞춰 대한화장품학회도 2018년 운영 방향을 통합(convergence), 협력(collaboration), 그리고 창의(creation)로 정하여 850 여명 회원 모두가 글로벌 미래 상품 개발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상품에 대한 신뢰이다. 품질이 좋고 정직할 때 지속적인 재구매가 일어나고 세계인의 사랑을 받을 것이다.

강학희 회장


프로필 : 한국콜마 기술연구원장 겸 사장, 세계화장품학회(IFSCC) 회장, 대한화장품학회 회장, 전 아모레퍼시픽 기술연구원장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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