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 칼럼] 변화하는 화장품 산업, 우리는 4세대를 마주했다!

2023.09.08 10:24:17

곽태일 팜스킨 대표이사

[코스인코리아닷컴 전문위원 곽태일] 우리나라 화장품 산업을 여러 관점으로 분석할수 있다. 필자는 본 글에서 제조사와 브랜드 간의 관계 관점에서 세대를 나누고 분석해 보려고 한다. 필자의 주관적인 생각으로 다른 식견이 있을 수 있다. 그런데도 본 글의 취지는 더 밝은 한국 화장품의 미래를 위한 각자의 식견으로 음미했으면 한다.

 

1세대에는 주로 제조사와 브랜드사가 일치했다. 이때의 화장품회사로는 태평양(아모레퍼시픽), 한국화장품, 피어리스, 라미화장품 등이 있다. 한국의 1세대는 근현대사로 보면 그 기간이 매우 짧다. 1990년대 이전에 1세대가 끝난 것으로 보인다.

 

2세대는 대웅제약 출신의 한국콜마 윤동한 회장과 코스맥스 이경수 회장이 화장품 OEM ODM 산업을 시작하면서 활성화됐다. 점점 더 제조사와 브랜드사가 일치하지 않기 시작했고 K-뷰티 인기 급상승과 함께 한국 화장품 산업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게 됐다.

 

이때 저렴한 가격과 높은 품질로 인기를 누렸던 로드샵(브랜드샵)도 있었다. K-뷰티는 D2C보다는 B2B 비즈니스로 성장했고 아쉽게도 유통상에 의해 물건이 팔렸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는 라스트마일을 알기 어려웠다. 시간이 지나면서 라스트마일을 가진 해외 유통상이 다양한 이유(더 많은 마진, 브랜드사의 성공 사례, 떨어지는 도매가 등)로 인해 한국 제조사들에 OEM ODM을 맡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만 가지고 있는 제조원 표기 법규는 이를 가속했으며 독특한 현상을 만들어 냈다. 해외 유통사들은 브랜드사에 와서 해당 크림이 얼마인지 묻고 해당 크림 뒷면에 있는 제조사에 대략적인 가격을 확인했다. 제조원 표기법은 이런 현상을 가속한 것이지 제조원 표기법이 없었더라도 제조사의 생존과 번영을 위해 이런 현상이 일어났을 것이다.

 

2세대에서는 한국 화장품이 중국 시장에서 반응이 좋을 때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제조사는 해외 시장에서도 중국에 포커스를 두고 있었다. 중국 외의 해외 고객사들은 CTK 등 OEM ODM 중개업자 혹은 컨설팅업체들이 주로 응대했다. 즉, 제조사 입장에서는 대다수의 고객이 한국 고객과 중국 고객 이었다. 제조사가 중국 이외로 직접적으로 관리하는 해외 고객사는 로레알, 에스티로더 등과 같은 글로벌 빅 플레이어들이었다.

 

3세대는 코로나, 중국 수출 의존도 감소, 낮아진 MOQ 등과 함께 시작됐다. 제조사들이 해외 고객사의 접근 용이성을 높이면서 다양한 해외 유통사가 더 쉽게 제품을 만들어 가고 유통사 뿐 아니라 라스트마일인 스토어까지 제품을 만들어 가기 시작했다. 코로나로 인해 제조사들과 중개업자들은 너나 할 것 없이 OEM ODM 플랫폼을 만들기 시작했고 제조사들은 중국 수출 감소로 인한 매출을 만회하기 위해 해외 화장품 박람회에 적극적으로 참가했다. MOQ의 감소는 작은 유통사와 스토어까지도 더 쉽게 OEM ODM을 진행할 수 있게 했다.

 

3세대에 와서 K-뷰티가 집중적으로 공략하려고 했던 국가들은 과거 2세대에 집중적으로 공략하려고 했던 국가보다 더 빠르게 제품을 OEM ODM해 갔다. 중국과 미국 등에서는 브랜드가 더 잘 팔리다가 5~8년 정도 시간이 지나서 OEM ODM해 가는 비율이 높아지기 시작했지만 베트남, 태국 등에서는 불과 2~3년 정도 시간이 지나서부터 OEM ODM해 가는 비율이 높아지기 시작했다(해당 데이터는 화장품 수출 통계, 제조사 수출 자료, 화장품 업계 종사자 인터뷰 등을 기반으로 했다). 3세대에 오면서 제조사들의 직접적인 해외 고객사가 많아지기 시작했으며 이는 또 한 번의 제조사 증가에 기여했다.

 

3세대가 보편화되면서 자연스럽게 우리는 4세대를 마주하게 됐다. 해외 고객사들은 더 싸게 제조해서 수입하고 싶어졌고 한국에서 완제품을 수입해 가는 것이 아니라 반제품을 수입해 가기 시작했다. 특히 내용물만 한국에서 가져 가고 현지에서 충진, 포장을 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현지의 인건비가 더 저렴하고 부자재 등도 현지가 더 싸거나 중국에서 수입하면 됐기 때문이다. 중동, 인도, 인도네시아의 현지 OEM ODM 공장에서 한국 화장품을 충진해 주는 것을 현지에서 쉽게 볼 수 있다.

 

필자가 2022년 남아프리카공화국에 갔을 때 현지에서 유명한 STANDARD BEAUTY도 내용물은 한국서 수입하고 현지에서 충진, 포장을 하고 있었다. 5년 전까지만 해도 한국 제조공장에서 파란색 벌크 플라스틱 통(내용물을 담아 놓는 통)은 충진실 혹은 칙량실에서나 볼 수 있었는데 지금은 창고에서 내용물이 담기길 기다리는 통과 이미 내용물이 담겨서 수출될 준비를 끝낸 통을 쉽게 볼 수 있다. 이런 현상은 산업적으로 보면 자연스러운 일이며 식품 업계는 이미 전환됐다.

 

4세대가 지속되면 한국의 화장품 수출액은 계속해서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 화장품 수출 트렌드가 부가가치가 높은 브랜드 위주의 수출에서 더 단가가 낮은 OEM ODM 완제품 수출로 그리고 한 단계더 단가가 낮은 반제품 수출로 이동하기 때문이다.

 

그 결과 2022년 한국은 화장품 수출 3위에서 4위로 밀려났으며 앞으로 6~7위, 그리고 최악의 경우는 10위 밖으로 밀려날 것이다. 이것만이 문제가 아니라 화장품 산업의 인프라 산업이었던 금형, 플라스틱, 사출, 박스 등의 산업이 큰 타격을 받을 것이다.

 

앞으로 마주하게 될 5세대는 중국 화장품 제조의 보편화이다. 보편화가 일반화되면서 한국 화장품 산업 규모 자체가 눈에 띄게 감소하기 시작할 것이며 한국 제조사와 브랜드사의 관계 자체가 감소할 것이다. 이미 아마존 US에서 중국산 색조 화장품을 쉽게 발견할 수 있으며 상위 노출 상품 대다수가 중국산이다.

 

유럽 시장에서는 마스크 팩의 대다수가 MADE IN P.R.C(People’s Republic of China, ‘중화인민공화국’의 약자, MADE IN CHINA의 다른 말)이다. 아직 많은 국가에서 마스크 팩 단계의 기초화장품에서만 중국산을 사용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크림까지도 중국산을 사용하게 될 것이다.

 

필자는 중국의 화장품 제조 기술력이 이미 어느 정도 이상 높아진 상태에서 3~5년 정도의 시간이 흘렀다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세계인이 싸다는 이유만으로 중국산을 사용하기 보다는 믿고 중국산 화장품을 사용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 또한 헤르만 지몬의 ‘가격과 역치 값’ 등을 참고해서 봤을때 자연스러운 일이다. 몇몇 사람들은 화장품 업계의 섬유화라고도 이야기하고 있다.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페리오 치약은 대부분 MADE IN CHINA이다. 당연히 해당 치약들은 LG생활건강의 철저한 감독 속에 중국 공장에서 만들어지고 있다. 그런데 앞으로 우리가 사용하는 유명한 한국 브랜드 크림들이 MADE IN CHINA가 될 것이다. 중국 제조사와 한국 브랜드사의 관계가 점점 증가할 것이다. 또한 로레알이나 에스티로더 같은 글로벌 플레이어들이 한국에서 했던 것처럼 중국에서 제품을 만들어 가기 시작할 것이다.

 

더 나아가 중국 내수 브랜드들이 전 세계로 나오기 시작할 것이다. 이미 동남아시아의 온라인 커머스에서 중국 내수 브랜드들을 쉽게 볼 수 있다. 그리고 평점도 높고 리뷰도 많이 달려 있다. 지금과 같은 흐름이라면 2022년 세계 톱7 화장품 수출국 중국은 2023년 5위의 수출국이 될 것으로 예상되며 3년 이내 세계 3위 수출국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K-뷰티가 주는 이미지, K-뷰티 만의 시장 등이 있기 때문에 한국 화장품 산업이 한 순간에 사라지거나 무너지지는 않을 것이다. 한국 화장품 산업이 위기가 아니었던 적은 없지만 이번의 위기는 우리가 충분히 지연시키고 극복할 수 있는 위기라고 생각한다. 한국이 K-뷰티를 만들 수 있었던 이유는 분명히 있었고 그 이유는 사라지지 않았다.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한 제품들, 빠른 제조 생산 환경, 뛰어난 R&D 역량은 물론 세계가 인정하는 한국인의 총명함, 부지런함, 열정은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필자는 대안 없는 시장에 대한 비판이 되지 않기 위해 여러 가지 방안을 제안하려고 한다. 다만, 이 부분이 독자의 생각을 방해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지식과 경험을 가진 독자의 상상을 자극했으면 한다. 필자가 생각하는 대안들을 간단히 소개하겠다.

 

정부는 한국 중소 OEM ODM사들이 적극적으로 해외 공장을 설립하거나 협력 관계를 만들어 현지 충진, 포장에서 한국이 하는 역할을 확대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이와 더불어 한국 브랜드사는 현지에 있는 우리 OEM ODM 회사는 물론 해외 OEM ODM 회사를 적극 이용해서 경쟁력을 다각화해야 한다.

 

그리고 화장품 연구개발(R&D)은 1차 산업에 집중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는데 3차, 4차 산업 관련 R&D 예산을 많이 늘려야 한다. 3차, 4차 산업에 대한 지원이 어렵다면 2차 산업에 대한 R&D 예산을 늘려야 한다. 충분히 한국은 글로벌 화장품 플랫폼과 유통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렇다고 지금 1차 산업에 대한 예산을 줄이면 K-뷰티의 근간인 우수한 기술력과 상품개발 역량이 감소할 수 있으니 그것은 안 된다.

 

추가적으로 브랜드 운영과 글로벌 유통 경험 혹은 유통망이 있는 한국 화장품회사들이 적극적으로 한국의 좋은 브랜드들을 M&A해 5세대 전에 한국 브랜드의 영향력을 더 많이 넓혀 놓아야 한다. M&A가 아니더라도 기존의 역량을 살려 해외 크리에이터와 K-뷰티의 관계를 더 돈독히 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이때 K-CULTURE에 주력하고 있는 정부와 같이 움직인다면 시너지가 극대화될 수 있다.

 

끝으로 K-뷰티의 정의를 좀 더 넓은 범위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 한국에서 제조된 화장품에서만 머물 것이 아니라 한국 브랜드사가 해외에 나가서 제조한 것도 K-뷰티, 해외 브랜드가 해외에 있는 한국 제조사에서 만든 것도 K-뷰티 등 다양한 범위를 고려해서 K-뷰티 정의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

 

레이 달리오의 ‘변화하는 세계 질서’를 보면, 산업의 변화는 패턴을 보여 주고 있고 지표 등으로 변화에 대한 설명이 가능하다. 그리고 과거의 패턴과 지표 등을 참고해 우리가 곧 마주할 미래를 지연시키거나 바꿀 수 있다. 우리는 2세대, 3세대로 돌아갈 수 없다.

 

하지만 우리는 화장품 산업의 변화 패턴을 분석하고 현재의 지표들을 분석해 4세대에 공존하고 있는 3세대와 4세대가 더 오래 갈 수 있게 해야 한다. 그리고 다가올 5세대를 위해 지금부터 판을 짜서 움직여야 한다. 분명 우리는 K-뷰티의 위기를 넘어선 극복을 만들 것이고 그 극복을 초월한 K-뷰티의 꾸준한 지속성을 만들 것이다. 해야할 일이 있다면 생각해서 하면 된다.

 

* 본 내용은 필자가 속한 어떠한 단체 의견을 대변 하는 것이 아닌 지극히 개인의 의견입니다.

 

 

곽태일 팜스킨 대표이사

 

(주)팜스킨 대표이사, 건국대학교 동물생명공학과(축산53기), 동 대학원 석사 수료, 재생생물학실험실, 농림축산식품부 장학생, 2017년 (주)팜스킨 창업, 2020년 대한민국 인재상, 2020년 Forbes 30 Under 30, 2022년 화장품수출협회 회장, 2023년 과학인상

 



주수아 기자 suahjoo@cosin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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