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모레퍼시픽 창업자 서성환 이야기 단행본 출간

2015.09.30 21:40:00

'나는 다시 태어나도 화장품이다'···70년 경영철학 담아

 

[코스인코리아닷컴 정부재 기자] 아모레퍼시픽 창업자 장원 서성환 회장의 일대기를 담은 단행본이 출간됐다.


‘나는 다시태어나도 화장품이다’란 타이틀로 출간된 이책은 70년 업력의 글로벌 기업, 2015년 1분기 주가 가치 1위, 중국 내 한국 화장품 열풍의 주역, 포브스 선정 100대 혁신 기업, 불황의 시대를 넘어 고속 성장과 시장 개척을 멈추지 않은 아모레퍼시픽 창업자 서성환 회장의 경영철학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상도 임상옥의 화신 化身, 장원 粧源 서성환

 

이 책에 등장하는 아모레퍼시픽은 개성상인의 정신을 근간으로 70년간 성장을 거듭해 온 장수 기업이다. 평균 기업 나이가 22세에 불과한 대한민국에서 찾아보기 힘든 사례로 사업 활황기에 본업을 멀리하고 다각화에 힘쓰는 여타 기업과 달리 ‘화장품 기업’이라는 간판을 사수하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 왔으며 이를 실현한 기업이다.


그 배경에는 서성환 회장이 아모레퍼시픽에 뿌리 내린 개성상인 정신이 있다. 아모레퍼시픽의 기업사를 살펴 보면 ‘기업 정신 성장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경영 철학의 유서가 깊다.


서성환 회장의 어머니 윤독정 여사는 동백기름을 짜서 판매하는 일을 하셨는데 이를 통해 집안을 건사했다. 16세 때부터 어머니의 일을 본격적으로 도운 청년 서성환은 어머니의 경영 철학과 사업수완을 그대로 이어받았다. 어머니는 의(義), 신(信), 실(實), 개성상인의 삼도훈(三道訓)을 일을 통해 아들 서성환에게 전수했다.


16살 아들에게 처음 일을 줄 때 “내 일을 거드는 게 아니라 네게 일을 주겠다”며 심부름꾼이 아니라 사업가로서 사람들을 대하고 일하도록 의(義)의 정신을 가르쳤고 개성에서 서울 남대문 시장으로 원료를 구하기 위해 180리 길을 자전거로 왕래할 때에는 “급하다고 실을 바늘허리에 매어 쓰지는 못한다”며 재료를 구함에 있어 실수가 없어야 고객의 믿음을 지킬 수 있다는 신(信)의 정신을 강조했다.


사업이 번창할 때에는 “얕은 물도 깊게 건너야 한다” “기술은 훔쳐도 자세는 훔칠 수 없다”고 말해 사업가는 항상 초심을 잃지 않아야 하며 남에게 보여 주기 위해 허세를 부리면 안 된다는 실(實)의 정신을 강조했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화장품 기업의 근간이 될 개성상인의 정신은 어머니에게 일을 배웠던 청년 서성환의 마음속에 깊이 자리했다.

 

아름다운 희망, 신뢰의 꽃을 피우다


서성환 회장은 평소 기업의 핵심 가치를 ‘신뢰’라고 강조했다. 세계적 기업을 이끄는 회장으로서 ‘회사는 직원에 대한 신뢰’를, ‘직원들은 고객을 위한 신뢰’를 유지해나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하고 실천해 왔다.


그는 광복 직후에 창업을 하고 사업을 확장해 나가던 와중에 6․25 전쟁을 맞았다. 사업이 막 자리를 잡으려던 상황의 전란은 회사를 존폐의 위기로 내몰았다. 그러나 그는 전란의 와중에도 약속한 거래는 반드시 지켰다. ‘신뢰’를 목숨처럼 여긴 개성상인의 모습 그대로였다.


종전 이후에 본격적인 화장품 사업을 실현하기 위해 프랑스로 날아갔다. 세계의 화장품 산업을 선도하는 프랑스에서 전쟁 직후 폐허가 된 고국의 모습을 떠올리며 눈물짓던 서성환 회장은 ‘고객이 살아야 기업도 산다’는 생각을 했다.


‘태평양’이라는 화장품 기업이 자리를 잡고 사세를 성장을 시작할 때 서성환 회장은 ‘고용 창출이 소비자 창출이며 기업의 성장 조건’이라는 신념으로 방문판매원을 모집하여 여성들의 일자리를 만들었다.


방문판매원은 물건 파는 사람이 아니라 문화를 전도하는 사람이라는 생각에 판매사원들에게 미용법을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교육의 기회를 제공했다. 그는 어머니에게서 상도를 배웠고 이를 실현한 기업가이다. 그래서 누구보다 어머니, 여성의 삶에 관심이 높았고 이를 위한 복지에 신경 썼다.


영업인력, 연구인력도 당시로써는 찾아보기 힘든 규모였다. 영업자들은 서성환 회장이 직접 진두지휘하는 현장을 함께 했고 연구원들은 일본, 독일, 프랑스에서 들여온 장비를 이용해 최첨단 연구시설에서 연구에 전념할 수 있었다.


지금의 기업들이 강조하는 노사의 동반 성장, R&D 사업, 사회 환원 사업에 누구보다 앞장섰던 사람이 서성환 회장이다. 그는 행동하는 기업인으로 아모레퍼시픽의 핵심가치인 ‘신뢰의 힘’을 증명해 나갔다.

 

 

서성환 회장이 일제에 의해 강제 징병당해 중국으로 끌려갔다가 귀국이 불투명한 상황에서도 일제 군복을 염색해 팔아 여비를 마련한 일, 6․25 전쟁으로 성업 중이던 사업이 존폐 위기를 맞았지만 피난지 부산에서 사업을 이어 거래 약속을 지킨 일, 대한민국 대표 화장품 기업으로 회사를 키운 이후에도 그를 급히 찾는 직원들이 재래시장 순댓국집을 전전한 일은 모두 어머니에게 물려받은 개성상인 정신의 흔적이자 유산이다.


기업의 핵심가치가 회사의 수명을 결정한다. 동백기름을 짜던 광복둥이 기업이 세계 시장에서 사랑받은 대한민국 대표 화장품 기업으로 성장하기까지 창업자 서성환 회장이 겪어야 했던 도전, 좌절, 극복의 과정은 절대 녹록지 않았다.


저자는 서성환 회장의 일대기를 정리하면서 그의 경영철학과 기업사를 통해 우리가 등한시했던 기업 정신의 중요성을 짚어보고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생존 전략에 대해 깊이 고민해 볼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서문에 밝히고 있다.


기업의 핵심가치는 구성원 모두를 웅덩이에 고인 물처럼 만들 수도 있고 살아 움직이는 강이 되어 성장의 바다로 나아가게 할 수도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이를 실제로 증명해 낸 대표적인 모범사례이다. 평균 업력이 22년에 불과한 우리 기업들은 70년의 업력을 자랑하는 아모레퍼시픽을 부러워한다.


하지만 정작 아모레퍼시픽처럼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도전 정신, 전통을 현대 산업으로 되살리는 가치 창조, 신뢰를 기반으로 한 고객과의 동반 성장 등의 가치는 등한시하는 면이 있다. 가업 승계 또한 재산의 상속이지 기업 철학과 정신의 상속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음을 근래 자주 목도하게 된다. 이러한 기업들에 아모레퍼시픽 창업자 서성환 회장의 일대기는 충분히 반추해 볼 반면교사의 사례가 될 것이다.


이 책을 읽는 경영자와 비즈니스맨들은 우리가 부러워해야 할 것은 기업의 규모와 성과, 업력이 아니라 대를 이어 계승되어 온 기업 정신이라는 점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 지은이 장원 서성환(粧源 徐成煥 1924-2003)


평생을 우리나라 화장품 산업과 녹차 산업에 바친 사업가로 1924년 황해도 평산에서 태어나 개성에서 성장하며 화장품을 가내수공업으로 제조하던 가업을 이어 받았다.


1945년 해방을 계기로 본격적으로 사업에 헌신하여 마침내 태평양화학을 설립하고 물밀 듯이 들어오는 외제 화장품에 맞서 아모레라는 당당한 국산 화장품 브랜드를 창출하였고 나아가 우리 화장품이 세계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했다.


또 우리나라의 차 문화가 쇠퇴해가는 것을 안타깝게 여겨 일찍이 제주와 호남에 차 재배단지를 성심으로 일구어 설록차를 생산해냄으로써 전통 녹차의 대중화에 크게 공헌했다.

 

■ 작가 한미자


1962년 경기 화성에서 태어났다. 아모레퍼시픽과 인연을 맺어 기업의 역사와 정신을 기록한 '아름다운 집념-오설록이야기' '미의 여정 샘내강바다(아모레퍼시픽 사사)' 등의 책을 냈다.


그는 이 책 '나는 다시 태어나도 화장품이다'를 혼신을 다해 탈고 중이던 2015년에 생명(生命)의 사명을 다하고 작고했다. 그의 삶을 되짚어 보면 ‘생(生)은 하늘이 우리에게 내린 명령(命), 그래서 생명(生命)’이라는 말이 가슴에 와 닿는다.


◈ 차례


프롤로그 오래된 여권


제 1 장 꿈엔들 잊힐리야
1. 산천을 닮다
2. 동백기름
3. 유년의 뜰 소년의 시간
4. 어머니의 길


제 2 장 경계에 놓인 사람들
1. 갑자생은 씨가 마르네
2. 노예의 시간
3. 베이웨이후퉁北魏胡同, 베이징의 골목에서
4. 귀국


제 3 장 어두운 바람과 성난 파도의 시대
1. 다시 어머니 가게로
2. 동반자
3. 조용한 출범
4. 재능을 사다 상표에 담긴 열정
5. 남대문시장
6. 부산 40계단


제 4 장 1954년 서울
1. 아! 용산
2. 함께 걷는 길


제 5 장 하늘 아래 새로운 곳
1. 40일간의 유럽 여행
2. 꿈꾸는 자만이 꿈을 이룬다


제 6 장 희망은 길과 같다
1. 여심을 잡다
2. 벌판에 세운 꿈
3. 함께 쓴 신화
4. 광고는 이연자산이다
5. 옛 여인네의 향기를 찾아


제 7 장 발 앞 한 자 안은 어디든 평지
1. 마중물
2. 상어낚시
3. 멀고 험한 길일지라도
4. 미지의 나라


제 8 장 시대가 안긴 뜨거운 선물
1. 나무를 심는 사람
2. 가장 멋진 웃음
3. 야누스의 시대


제 9 장 아버지와 아들
1. 경영수업
2. 함께 걸어서 더 행복했던 동행
3. 뒷면을 보여주고 앞면을 보여주면서 단풍 낙엽은 지는구나


에필로그 여성, 그 아름다움과 힘






정부재 기자 boojae@cosin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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