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인코리아닷컴 류승우 기자] 2026년부터 국내에서도 자산규모 2조 원 이상의 코스피 상장사부터 ESG(환경, 사회적책임, 지배구조) 경영공시가 의무화된다. 싫든 좋든 이제 ESG경영이 불가피한 현실이다. ESG공시의 핵심은 지속가능경영(ESG)보고서의 작성이며 지속가능경영(ESG)보고서는 ESG경영의 최종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지속가능경영(ESG)보고서와 일반 사업보고서는 무엇이 다른가?”
지속가능경영(ESG)보고서는 기업의 ESG경영활동과 성과를 정해진 보고서 작성 프레임워크에 따라 작성한다는 점에서 알리고 싶은 것만 골라서 알리던 홍보 성격의 사업보고서와는 성격이 다르다.
ESG경영보고서의 글로벌 프레임워크(Reporting framework)로는 GRI, SASB, TCFD, ISSB, SDGs 등이 손꼽히며 이중 GRI(Global Reporting Initiative)는 전 세계 대다수 기업이 사용하는 ESG 정보공시 가이드라인이다. 우리나라 기업도 90% 이상이 GRI 가이드라인을 따라 ESG보고서를 발간하고 있다.
최근에는 국제회계기준을 담당하는 IFRS재단에서 만든 ISSB(International Sustainability Standards Board)가 SASB, TCFD, CDSB 등 기존의 공시기준을 통합하면서 GRI와 함께 양대산맥으로 불린다. 이외에도 UN SDGs(유엔지속가능발전목표)도 많은 기업들이 ESG경영보고서를 발간할 때 참조하고 있다.
형식적인 측면 외에 내용적인 측면에서도 ESG경영보고서는 일반 사업보고서나 홍보물과는 몇 가지 두드러진 차이가 있다. 우선 이해관계자 참여(Stakeholder Engagement)부분은 ESG경영의 핵심으로 이해관계자들의 참여를 통해 회사가 마주한 ESG관련 이슈를 뽑아내고 이에 대한 내용을 담아야 한다.
이해관계자는 ‘기업의 영업 활동, 제품 또는 서비스에 의해 영향을 받거나 기업의 전략 수행과 목표 달성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자’로서 좁게는 주주, 근로자, 소비자, 협력업체에서 넓게는 지역사회, 언론, 시민단체까지 기업과 관련돼 있는 모든 사람들을 포함한다.
그 다음은 중대성 평가(Materiality Analysis)로 이해관계자들을 통해 뽑아낸 핵심 이슈 중 회사가 특히나 신경써서 관리해야 할 ESG항목이 무엇인지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이다. 최근에는 환경과 사회가 기업에 미치는 영향과 함께 기업이 환경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까지 두 가지 관점에서 중대성을 따져보는 이중 중대성 평가를 많이 한다. 마지막으로 작성한 보고서는 제3자 외부검증(External Assurance)을 통해 내용과 데이터의 신뢰성을 검증한다.
너무나 다양한 프레임워크가 존재하고 어떤 것은 세계적으로 통용되고 어떤 것은 특정 국가에서만 통용되는 등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실제로 ESG경영보고서를 발간하는 기업들은 대부분 3~4가지의 프레임워크를 혼합해 사용하고 있다. ESG관련 프레임워크와 평가기관을 합치면 대략 600여 개 정도가 된다고 한다. 이러한 복잡다양성은 특히나 공시의무와 거리가 있는 중소기업이 ESG경영의 첫 걸음을 내딛기를 어렵게 만드는 심리적 허들로 여겨진다.
슬록이 2023년 11월 화장품과 뷰티업계 종사자 14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속가능경영보고서 발행이 기업의 경영 성과 창출을 위해 필요하다고 응답한 비율이 69%에 달하지만 지속가능경영보고서 작성에 활용되는 글로벌 기준(GRI, SASB, TCFD, ISSB, SDGs)에 대해선 ‘모두 들어본 적 없다’가 24.6%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해 ESG경영공시를 준비하는 기업 외에는 지속가능경영(ESG)보고서에 대한 관심이 아직 높지 않은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중소기업에겐 아직 현실의 문제로 와 닿지는 않는 지속가능경영(ESG)보고서. 우리도 준비해야 하나? 한다면 어디부터 어떻게 시작하는 게 좋을까?
LG생활건강 ESG경영보고서 표지와 목차
“지속가능경영(ESG)보고서, 왜 중요한가?”
우선, ESG경영공시가 의무화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2026년부터 기업 규모에 따라 점진적으로 시행돼 2030년에는 KOSPI 상장사 전체로 의무 대상이 확대될 예정이다. 현재 초기 공시 대상 기업은 약 250여 개로 예상되지만 이미 지속가능경영(ESG)보고서를 발간하고 있는 기업은 대략 400여 개로 알려져 있어 규제가 임박한 대기업들은 잘 준비를 하고 있다고 여겨진다.
둘째, 공시 대상 기업이 아니더라도 지속가능경영(ESG)보고서에 관심을 가져야 할 필요가 있다. 글로벌 기업, 공시 대상의 대기업, 공공기관, 지자체 등이 거래나 입찰 시 ESG 관련 성과를 요구하기 때문이다.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 등과 같은 글로벌 대기업들은 공급망에 있는 협력사에 대해 ESG 경영을 요구하고 있으며 포스코는 ESG 평가가 좋지 않은 협력업체와 계약 해지 후 ESG 실천 기업으로 공급망을 재편하기도 했다.
뷰티 업계에서도 대기업이나 글로벌 기업과 거래하는 협력업체의 경우 ESG 자가평가 결과나 지속가능선언(Sustainability Statement) 문서를 요구받는 경우가 많다. 이에 해당하는 기업은 결국 지속가능경영(ESG)보고서를 준비해야 할 것이다.
셋째, ‘ESG 경영은 주주 중심 경영이 아니라 이해관계자 중심의 경영’이라고 부른다. 주주의 이익만 보호하고 주주의 의견만 듣던 기존의 경영방식이 아닌 회사를 둘러싼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상생하고 그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반영하는 경영방식으로 전환이 요구된다. 지속가능경영(ESG) 보고서는 이해관계자들의 참여를 통해 회사의 중요 이슈를 설정한 후 그 성과를 이해관계자들에게 공유하는 최종 결과물이다.
따라서 중소기업이라도 ESG경영을 추구하는 회사라면 프레임워크에 상관없이 진정성 있는 지속가능경영(ESG)보고서를 발간하는 것이 필요하다.
넷째, 금융기관 등에서 기업을 평가할 때 재무적 성과 뿐 아니라 비재무적인 ESG 항목을 중요 평가요소로 고려하기 시작했다. ESG 열풍의 도화선이 된 세계 최대의 투자사 블랙록이나 연기금을 중심으로 사회책임투자(SRI: Social Responsibility Investment)의 개념이 등장했다. S&P, 무디스, 한국신용평가 등 신용평가등급이나 MSCI, KCGS(한국ESG기준원) 등 기업등급평가에서도 ESG 항목을 반영하고 있다. 지속가능경영(ESG)보고서가 향후 투자유치나 금융거래에 도움이 될 것은 분명하다.
KRX ESG포털 홈페이지 초기화면
지속가능경영(ESG)보고서, 이렇게 준비하자
슬록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화장품 업계 종사자 중 약 24%의 응답자가 지속가능경영보고서 작성에 어려움을 겪는 주요 이유로 ‘사내 전문가 부족으로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는 점’을 꼽았으며 이어서 ‘ESG 경영 추진으로 인한 비용 부담’(19.5%), ‘지금 당장 필요하지 않다는 사내 인식’(16%), ‘표준화된 기준 부재’(13.5%) 등을 많이 언급했다.
지속가능경영(ESG)보고서는 ▲보고서작성 계획수립 ▲이해관계자 참여 ▲중대성 평가 ▲보고서작성 ▲점검과 소통 등의 과정을 거쳐 완성된다. 이러한 과정을 내부에서 모두 진행하는 게 어렵기 때문에 많은 기업들이 컨설팅 업체의 도움을 받게 된다. ESG경영 추진에 따른 비용도 부담되는데 수천만원에서 억단위에 이른다는 보고서 컨설팅 비용까지 더해지니 부담이 배가된다. 이런 이유로 지금 당장 필요한 건 아니니 다른 기업들이 진행할 때 따라해도 늦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지속가능경영(ESG)보고서는 대다수의 기업이 ESG경영 트렌드와 함께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각 기업이 처한 상황에 따라 대응 전략은 다를 필요가 있다. 공시 대상 기업은 공시 기준의 변화를 주의 깊게 관찰하고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글로벌 기업, 공시 대상의 대기업, 공공기관, 지자체와 거래를 하는 기업은 자사의 보고서를 작성할 때 거래 중인 기업이나 단체의 지속가능경영(ESG)보고서를 먼저 살펴보는 것이 좋다.
특히 지속가능경영(ESG)보고서의 앞부분 목차와 뒷부분 보고서 프레임워크의 인덱스 부분을 살펴본 후 자사와 관련된 부분을 상세히 검토하면 우리 회사가 준비해야 할 항목과 작성해야 할 보고서의 주제를 결정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공시 의무나 공급망 실사와 무관하게 자발적으로 ESG 경영을 도입하고 지속가능경영(ESG)보고서를 작성하는 경우 처음부터 복잡한 프레임워크나 평가 기준에 얽매일 필요가 없다고 생각된다. 대신 UNGC(United Nations Global Compact)의 인권, 노동, 환경, 반부패의 4대 분야 10대 원칙을 참조해 내부에서 진정성 있게 작성해도 좋을 것이다.
컨설팅을 외부에 의뢰하더라도 실제로 ESG경영을 실천하고 보고서의 내용을 만드는 주체는 기업이다. KRX ESG 포털(https://esg.krx.co.kr)에서는 상장기업들의 지속가능경영(ESG)보고서를 확인할 수 있으며 모범 작성사례 자료도 제공하고 있다. UN글로벌콤팩트(http://unglobalcompact.kr) 홈페이지에서는 회원사들의 지속가능 이행보고서인 COP(Communication on Progress, COP) 작성 방법을 안내하고 있다.
또 대한상공회의소 ESG 플랫폼 ‘으쓱’, 한국생산성본부 지속가능경영지원센터 홈페이지 등을 참고하면 지속가능경영(ESG)보고서와 관련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모든 것을 외부에 의뢰하는 경우에는 비용이 상당하게 소요될 뿐 아니라 ESG워싱의 우려도 있다. 따라서 ESG위원회를 설치하고 기본적인 기획까지는 내재화한 후 우리에게 맞는 보고서를 직접 작성하거나 혹은 외부의 도움을 받아 작성하는 것을 권장한다.
김기현 소셜벤처 슬록(주) 대표이사
화장품 자원순환 플랫폼 '노웨이스트' 운영, 업계 최초 화장품 탄소발자국 계산기 개발, 지속가능 화장품 검증서비스 '케이-서스테이너블' 운영, ESG, 탄소중립 관련 칼럼, 세미나 연사 활동, ISO ESG 심사원, * 공저 '광고를 알아야 크게 성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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