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인코리아닷컴 김세화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상호관세 정책이 미국 연방대법원에서 위헌 판결을 받은 가운데 글로벌 기업들의 관세 환급 소송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화장품 업계에서는 로레알(L'Oréal) 북미 유통법인이 소송을 제기했고, 화장품 원료 기업 바스프(BASF)도 환급 청구 가능성에 대한 내부 검토를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국내 화장품 기업들은 현지 수입·유통업체를 활용해 관세 부담을 낮춰온 만큼 소송 참여에는 비교적 제한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5일(현지 시각) 로이터통신은 프랑스의 글로벌 뷰티 기업 로레알(L'Oréal) 그룹은 지난달 24일 최근 1년간 납부한 관세에 대해 환급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로레알은 북미 지역의 면세·리테일 사업을 담당하는 자사 법인 '로레알 트래블 리테일 아메리카(L'Oréal Travel Retail Americas, Inc.)'를 통해 미 국제무역법원(U.S. Court of International Trade, CIT)에 소송을 관세 환급을 청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시기 록시땅 그룹(L'Occitane Group) 산하의 브라질 바디케어·향수 브랜드 솔 드 자네이로(Sol de Janeiro) 역시 관세 환급을 요구하는 법적 절차에 들어갔다. 헤어케어 가전 기업 다이슨(Dyson)과 콘택트렌즈·뷰티케어 기업 바슈롬(Bausch+Lomb)도 관세 환급 소송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기업은 로레알 북미 법인의 면세·리테일 유통 채널을 통해 제품을 공급해온 기업들로, 해당 소송에서 로레알은 수입업자 자격으로 납부한 관세의 환급을 요구하고 있다.
화장품 원료 분야 글로벌 1위 기업인 바스프의 미국 법인 역시 연방대법원 판결 이후 관세 환급 소송 참여 가능성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에서는 바스프가 부담했던 관세가 무효화되거나 환급될 경우, 원료 가격 부담이 낮아지면서 OEM·ODM 업체들의 제조 원가가 일부 완화될 것으로 예측한다.
앞서 지난달 20일 미 연방대법원은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관세 정책을 위법으로 판결했다.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을 근거로 부과한 10% 기본관세와 국가별 추가 상호관세(최대 15%)가 위헌이라는 판단이다. 당시 재판부는 6대3으로 1·2심의 위법 취지 판결을 확정하면서 "IEEPA는 대통령에게 경제제재·거래통제 권한을 부여하지만, 의회의 명시적 승인 없이 광범위한 관세 부과 권한까지 위임하지 않았다"고 판시했다.
이에 대응해 트럼프 대통령은 연방대법원 판결 직후 무역법 제122조(Trade Act Section 122)를 근거로 모든 교역국에 10%의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다음 날인 지난달 21일에는 자신의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을 통해 "연방대법원의 판결은 터무니없다"고 비판하며 10% 관세를 법적 최대치인 15%로 인상할 것을 시사했다.
다만 이미 서명한 행정명령에 따라 미 동부시간 기준 2월 24일 0시 1분부터 10%의 일괄 관세가 부과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무역법 제122조에 따른 관세가 최장 150일만 부과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다른 법률을 근거로 새로운 관세 체계를 마련하기 전까지 시간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로 보고 있다.
이러한 혼란 속에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을 둘러싼 법적 대응은 지난해부터 일부 기업을 중심으로 이미 시작됐다. 일례로 지난해 11월부터 연방대법원 판결 직전인 2월 19일까지 미국의 대형 유통업체 코스트코(Costco)를 포함해 글로벌 물류기업 페덱스(FedEx), 굿이어 타이어(Goodyear Tire & Rubber Company) 등이 선제적으로 소송을 제기하며 개별적인 법적 대응에 나선 상황이다.
법원의 위헌 판단 이후에는 관세 환급을 요구하는 소송을 가파르게 증가했다. 미 연방대법원에 따르면 2월 말 기준 1,400개 이상의 수입업체가 소송을 제기한 상태로, 현지 변호사들은 관세 환급을 요구하는 추가 소송이 앞으로 더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1년간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를 통해 약 30만 개 수입업체로부터 거둬들인 세수는 약 1,300억 달러(약 190조 원)로, 이자와 미결산분을 포함하면 반환 금액은 최대 1,750억 달러(약 256조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무역법 제122조에 따른 대체 관세 역시 무효 소송에 직면했다. 지난 5일 댄 레이필드(Dan Rayfield) 오리건주 법무장관은 미국 내 24개 주(州)가 참여하는 관세 무효 소송을 CIT에 제기했다고 밝혔다. 해당 소송은 오리건·애리조나·캘리포니아·뉴욕주 법무장관이 주도한 것으로 파악된다.
주 정부들은 소장에서 "무역법 제122조가 허용하는 관세 부과 요건은 ‘대규모의 심각한 국제수지 적자’ 등 제한적인 상황에 한정된다"며 "트럼프 행정부가 대법원 판결 이후에도 '체리 피킹(자신에게 유리한 것만 취사선택하는 행위)' 방식으로 새로운 법적 근거를 적용해 부당한 관세 정책을 유지하려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글로벌 기업들의 관세 환급 소송이 확산되는 것과 달리 국내 화장품 기업들은 법적 대응에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국내 기업들이 트럼프 행정부의 고율 관세를 피하기 위해 퍼스트 세일 룰(First Sale Rule)을 적극 활용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988년 제정된 '퍼스트 세일 룰'은 미국으로 수입할 때 관세법에 따라 중간 유통 거래 가격이 아닌 제조업체가 최초로 책정한 가격을 기준으로 관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로 트럼프 집권 1기 이후 고부가가치 소비재, 명품, 바이오 제품 등 마진이 높은 산업에서 활발히 활용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관세는 수입업자가 실제로 지급했거나 지급할 금액을 기준으로 계산되지만, 퍼스트 세일 룰을 적용하면 수입 이전에 발생한 첫 번째 거래 가격을 관세 기준으로 삼게 된다.
다만 퍼스트 세일 룰이 모든 거래에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해외 생산자에서 중간 유통업자, 최종 수입업자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두 번 이상의 판매가 존재해야 하며, 각 거래 역시 독립된 제3자 간 거래여야 한다. 예를 들어 한국 기업의 미국 법인이 한국 본사로부터 직접 제품을 수입하는 경우에는 퍼스트 세일 룰 적용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
이 같은 구조에서는 미국 내 수입업자가 관세 납부 주체가 되는 만큼 국내 제조사가 직접 관세 환급 소송을 제기하기 어렵다. 관세는 통관 과정에서 미국 수입업자가 납부하기 때문에 환급 청구권 역시 해당 수입업자에게 귀속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이 때문에 국내 제조사들이 직접 원고로 나서 소송을 제기하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또한 퍼스트 세일을 적용해 관세 부과액 자체가 이미 낮아진 경우에는 소송 비용과 절차 부담을 감안할 때 환급 소송의 실익이 크지 않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퍼스트 세일 구조가 소송 과정에서 조세 회피 목적의 거래로 의심받을 가능성까지 고려되면서 업계 전반적으로 공개적인 법적 대응에는 다소 소극적인 분위기가 형성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에 대해 국내 화장품 업계 관계자는 "국내 기업들의 경우, 미국 현지 수입업자를 통해 관세를 납부하는 구조가 많고, 퍼스트 세일 전략을 활용해 실제 관세 부담도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라며 "글로벌 공급망의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상황인 만큼, 국내 화장품 제조사의 관세 환급 소송 참여는 제한적인 수준에 머물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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