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인코리아닷컴 김세화 기자] 무신사가 기업공개(IPO)를 본격화한 가운데 뷰티 사업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세무조사와 수익성 둔화, 자회사 실적 부진 등 IPO 과정에서 넘어야 할 변수들이 적지 않은 상황에서 뷰티를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키워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성장축으로 삼는다는 전략이다. 여기에 온누리약국과 손잡고 ‘파머시 뷰티(Pharmacy Beauty)’ 전문점을 출범하는 등 기존 유통 채널과 차별화된 비즈니스 모델 구축에도 나서고 있다.
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무신사는 지난 7일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에 코스피 상장 예비심사 신청서를 제출했다. 대표 주관사는 한국투자증권과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 공동 주관사는 KB증권과 JP모건으로, 내년 상반기 상장을 목표로 한다. 무신사는 이번 예비심사를 통해 상장 요건 충족 여부와 상장에 따른 실익을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IPO 시장에서 주목하는 것은 무신사의 성장성이다. 무신사의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은 1조 4,679억 원으로 전년 대비 18.1%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1,405억 원으로 같은 기간 36.7% 늘었다. 올해 상반기에도 매출 8,217억 원을 기록하며 반기 기준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주관사인 한국투자증권과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은 무신사의 기업가치를 7조~9조 원 수준으로 책정했다. 시장에서는 최대 10조 원까지 거론되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최근 실적만으로는 이 같은 기업가치를 설명하기 어렵다는 평가도 나온다. 성공적인 IPO를 위해서는 향후에도 높은 성장률을 지속할 수 있음을 시장에 설득하는 것이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상장 과정에서 가장 큰 변수로 꼽히는 것은 국세청의 특별세무조사다. 업계에 따르면 ‘재계 저승사자’로 불리는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은 조만호 대표의 개인회사인 라펠과 무신사 간 자금·거래 관계 등을 들여다보고 있다. 라펠은 조 대표가 지분 100%를 보유한 비상장 특수관계회사로, 무신사 지분 0.32%(보통주 65만 2,900주)를 보유하고 있다.
글로벌 사업의 성장성을 얼마나 입증하느냐도 기업가치 산정 과정에서 중요하게 작용할 전망이다. 무신사는 2021년 일본법인을 설립한 데 이어 지난해 중국 스포츠웨어 업체 안타스포츠와 합작법인 무신사상하이를 세우는 등 해외 거점 구축에 공격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중국에는 지난해 무신사상하이 자본금과 합작사 유상증자 명목으로 총 2억 8,800만 위안(당시 약 550억 원)을 투입했고, 일본법인에도 올 상반기 28억 원을 추가 출자했다. 이에 따라 일본법인의 자산은 지난해 말 48억 원에서 올해 상반기 405억 원으로 급증했다.
전체 매출에서 수출 비중이 4.5%에 그치는 상황에서 선제적으로 해외 투자를 확대하는 것은 일본과 중국을 중심으로 글로벌 사업 기반을 먼저 확보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IB업계에서 무신사가 국내외 투자자를 모두 대상으로 하는 글로벌 딜로 설계했다는 이야기가 꾸준히 나오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무신사가 당초 최대 10조 원 안팎의 기업가치를 목표로 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최근 장외 구주 거래에서 평가된 기업가치는 4조 원대에 머물고 있는 만큼, 국내 패션·유통기업의 밸류에이션을 넘어설 성장성을 해외사업을 통해 얼마나 보여줄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현재 실적에서는 이 같은 성장성을 뒷받침할 수익성 개선이 아직 충분히 확인되지 않는다. 무신사의 올 상반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523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2% 감소했다. 무신사는 부자재와 공임 등 원가 상승과 거래 규모 확대에 따른 운반비·지급수수료 등 판매관리비 증가가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다만 연결 기준 실적만으로 본업의 수익성까지 악화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상반기 별도 기준 영업이익은 657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3.1% 증가했고, 영업이익률도 약 7.6%에서 8.4%로 상승했다. 본업의 수익성은 개선됐지만 자회사 실적을 포함하면서 연결 기준 이익이 감소한 것이다.
실제 자회사별로 보면 물류 자회사인 무신사로지스틱스와 수입 의류 유통을 맡은 무신사트레이딩은 상반기 각각 60억 원과 24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다. 의류 회사인 워즈코퍼레이션은 약 2억 1,000만 원, 무신사 재팬은 약 5억 1,573만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이처럼 자회사 규모가 확대되면서 관련 재무 부담도 함께 커지고 있다. 무신사는 현재 에스에스여주피에프브이(PFV)의 메가물류센터 개발사업과 관련해 시공사가 책임준공 의무를 이행하지 못할 경우 4,270억 원 규모의 PF 대출 약정액을 대신 갚겠다는 조건부 확약을 제공한 상태다. 이는 무신사의 상반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 523억 원의 8배가 넘는 규모다. 여기에 무신사로지스틱스 물류창고 임대차 확약금 915억 원에 대한 연대보증 등 자회사 관련 지급보증 부담도 작지 않다.
다만 연결 부채비율 812.4%는 앞선 재무 부담과는 성격을 달리해 볼 필요가 있다. 수치만 놓고 보면 상당히 높은 수준이지만, 과거 투자 유치 과정에서 발행한 상환전환우선주(RCPS) 등이 국제회계기준(K-IFRS)에 따라 부채로 인식된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해당 RCPS 등 약 8,498억 원이 상장 과정에서 보통주로 전환될 경우 자본으로 편입돼 부채비율은 크게 낮아질 전망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신성장동력으로 낙점된 무신사 뷰티의 역할이 커지고 있다. 무신사의 뷰티 사업은 2021년 온라인 플랫폼 내 뷰티 전문관을 출범하면서 본격화됐다. 이후 자체 브랜드를 확대하고 글로벌 브랜드를 유치하면서 뷰티 플랫폼으로 영역을 넓혔다. 뷰티 입점 브랜드 수는 2021년 약 800개에서 올해 8월 기준 약 2,500개로 3배 이상 증가했다. 지난해 뷰티 거래액도 2021년 대비 1,340% 증가했다.
주목할 부분은 기존 패션 고객의 뷰티 전환이다. 무신사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무신사 뷰티를 처음 구매한 고객 가운데 83.1%가 이전에 패션 등 다른 무신사 카테고리를 이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패션으로 확보한 고객 기반을 뷰티로 확장하는 ‘크로스 카테고리’ 효과가 실제로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최근 무신사는 온라인 성과를 오프라인으로 확장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오는 11일에는 서울 홍대에 첫 단독 뷰티 매장인 ‘무신사 뷰티 홍대’를 연다. 약 400평 규모의 지하 1층~지상 3층 매장으로, 무신사 뷰티의 독립적인 오프라인 사업 확대를 알리는 첫 사례다.
눈길을 끄는 것이 온누리약국과의 협업이다. 무신사 뷰티 홍대에는 온누리약국이 지하 1층 전체 약 53평 규모로 입점한다. 약사가 상주해 고객의 피부 고민과 목적에 따른 상품 상담을 제공하고 모발·두피 관리, 여드름·피부 트러블 등에 특화된 공간도 운영한다. 이와 관련해 양사는 이미 지난달 파머시 뷰티 분야 협력을 위한 파트너십을 체결한 바 있다.
무신사와 온누리약국이 선보이는 ‘파머시 뷰티’는 약국과 약사의 전문성을 기반으로 고기능성 화장품과 이너뷰티 제품을 중심으로 고객 맞춤형 큐레이션을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화장품과 이너뷰티뿐 아니라 관련 의약품까지 한 공간에서 상담하고 구매할 수 있는 구조다. 기존 H&B스토어와 정면으로 경쟁하기보다는 ‘전문성’을 새로운 차별화 요소로 활용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최근 뷰티 시장에서 성분과 효능을 중시하는 기능성 제품으로 소비자의 관심이 이동하면서 더마코스메틱과 고기능성 스킨케어가 주요 성장 분야로 부상하고 있다. 이에 약국 채널이 새로운 뷰티 유통망으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방한 외국인의 쇼핑 동선이 올리브영과 면세점뿐 아니라 약국으로 확대되면서 ‘K-약국’이 새로운 관광 콘텐츠로 부상하는 모습이다.
홍대라는 입지도 이 같은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 외국인 관광객의 방문이 많은 지역에 패션과 뷰티, 약국을 결합한 새로운 쇼핑 경험을 제공함으로써 국내 소비자뿐 아니라 방한 관광객까지 고객층으로 흡수하겠다는 전략이다.
온누리약국이 전국 2,200여 개 가맹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도 무신사 입장에서는 의미가 있다. 무신사의 데이터와 트렌드 분석 역량에 온누리약국의 약사 전문성과 상품 네트워크를 결합하면 온라인 플랫폼 중심의 뷰티 사업을 오프라인 전문 유통으로 확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무신사의 뷰티 전략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올해 11월에는 ‘무신사 뷰티 성수’와 ‘무신사 Kicks & Beauty 제주’ 출점도 계획하고 있다. 성수·홍대 등 주요 상권을 중심으로 뷰티 오프라인 접점을 늘리면서 온라인에서 확인한 고객 전환 효과를 오프라인에서도 재현하겠다는 구상이다.
업계에서는 K-뷰티의 확산과 화장품 기업의 주가 상승 흐름 속에 무신사의 뷰티 사업이 기업가치를 설명하는 주요 성장 스토리 가운데 하나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패션 플랫폼으로 확보한 고객을 뷰티로 확장하고, 다시 오프라인과 해외 시장으로 연결하는 구조가 만들어질 경우, 패션을 넘어 종합 라이프스타일 플랫폼으로의 확장성을 보여줄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뷰티 시장에서 패션 플랫폼 시장에서와 같은 압도적인 경쟁 우위를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은 과제로 꼽힌다. 국내 뷰티 유통 시장은 CJ올리브영이 이미 막강한 오프라인 네트워크와 브랜드 입점 기반을 구축하고 있는 데다 다이소와 편의점, 약국 등으로 유통 채널도 빠르게 다변화되고 있다. 여기에 뷰티 전문 플랫폼은 물론 패션·유통업계의 뷰티 사업 진출까지 이어지면서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는 양상이다.
전문가들은 "뷰티 사업의 외형 성장만으로는 기업의 경쟁력을 확인하기에 충분치 않다"며 "패션에서 확보한 고객을 뷰티로 전환하고, 이를 오프라인과 글로벌 사업의 실질적인 수익으로 연결하느냐가 무신사 뷰티의 다음 과제라고 진단했다. 결국 무신사가 세무조사 등 IPO 과정의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뷰티 사업을 독립적인 성장축으로 키워 투자자들에게 새로운 성장성을 입증할 수 있느냐가 향후 성패를 가를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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