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 화장품의 가격 거품 문제가 올해 국정감사에서 또 다시 거론된 가운데 수입사의 과도한 마케팅 비용에 대한 지적이 나왔다.
한국무역협회 관계자는 “FTA 발효 후에도 가격이 인하되지 않은 수입 화장품이 상당수다. 가격은 변하지 않고 이 비용이 고스란히 마케팅 비용에 투자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표적인 사례로 최근 몇 년 사이 유명 수입 브랜드들은 국내 시장 선점을 위해 글로벌 모델 외에 국내 톱스타를 기용해 치열한 ‘마케팅 전쟁’을 벌이고 있다.
비오템, 시슬리, 랑콤 등 로컬모델 발탁 브랜드 늘어

▲ 수입 화장품 모델. 좌측부터 시계방향으로 시슬리 김성령, SK2 임수정, 랑콤 이나영, 비오템 공효진. |
SK2는 각 나라의 로컬 모델을 활용한 마케팅으로 유명하다. 2001년 론칭 당시 초기 모델이던 장진영, 김정은을 시작으로 정혜영에 이어 현재 김희애, 임수정이 SK2의 얼굴로 브랜드를 홍보하고 있다. 또 지난해엔 남성라인 SK2맨을 론칭하며 배우 유지태를 모델로 기용해 화제를 모았다.
모델 대신 제품 자체를 내세운 마케팅으로 유명한 시슬리는 유일하게 한국에서만 모델을 쓰고 있다. 시슬리는 최근 전도연에 이어 김성령을 새로운 뮤즈로 발탁, 활발한 홍보 활동을 펼치고 있다.
시슬리 관계자는 “김성령의 우아하면서도 세련된 이미지가 시슬리의 변치 않는 아름다움을 알리는데 최적이라 판단했다”고 전했다.
국내에 수분크림 붐을 일으킨 비오템은 이효리, 박시연에 이어 2010년부터 공효진을 모델로 내세우며 젊고 건강한 브랜드 이미지를 만들고 있다. 최근엔 중년배우 차화연을 모델로 추가 발탁해 공효진이 2030세대를 차화연이 4050세대를 공략하고 있다.
랑콤도 지난 8월 자사의 글로벌 모델인 엠마 왓슨, 케이트 윈슬렛, 줄리아 로버츠 대신 이나영을 모델로 발탁해 수입사의 로컬 모델 마케팅에 가세했다. 랑콤 관계자는 “이나영이 랑콤의 우아함과 아름다움을 잘 표현해 줄 것이라고 기대한다" 고 전했다.
과도한 마케팅 비용, 소비자 부담 전가될까 우려
수입 브랜드 A사 관계자는 “브랜드 입장에선 국내 소비자들에게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고 모델이 가진 고유의 이미지를 더할 수 있어 로컬 모델 기용이 늘고 있다. 실제로 로컬 모델 발탁 후 브랜드의 매출 상승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하지만 화장품 업계 내부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국내 제조판매업체 B사 관계자는 “유독 국내에서만 비싸게 판매되는 수입 화장품의 가격 거품에 과도한 마케팅 비용이 포함돼 있는 것 아니냐”며 “치열한 마케팅 전쟁 속에서 국내 업체들의 부담도 가중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또 다른 수입 브랜드 관계자는 “화장품과 관련해 한국은 마케팅, 프로모션 등이 가장 치열한 시장이다. 백화점 등 유통사가 요구하는 높은 수수료에 1:1 상담을 선호하는 고객 니즈에 맞춰 다른 나라보다 더 많은 판매사원을 채용하고 있다. 브랜드 이미지에 대한 기대도 높아 그에 따른 비용도 발생하는 것이다. 통관가격과 판매가격만 비교하지 말고 이 모든 비용을 포함해 최종 소비자가가 책정된다고 이해해 달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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