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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품칼럼

[화장품 칼럼] 플라스틱협약은 깨졌지만 화장품시장의 순환경제는 이미 시작됐다

국제 플라스틱협약은 늦춰졌지만 플라스틱 문제는 시장 변화 요구

[코스인코리아닷컴 전문위원 김기현] 지난 2025년 8월,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제5차 정부간협상위원회 속개회의(INC-5.2)에서도 결국 '플라스틱 오염 대응 국제협약'에 최종 합의하지 못했다. 작년 말 부산에서의 결렬 이후 두 번째 실패다. 각국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며 합의는 또다시 무산됐다.

 

플라스틱협약은 유엔환경총회(UNEA)가 2022년 채택한 결의에 따라 2024년까지 국제사회가 플라스틱에 대한 구속력 있는 조약을 마련하자는 취지에서 추진됐다. 주요 내용은 ▲플라스틱 생산 감축 ▲일회용품 규제 ▲재활용 확대 ▲유해 화학물질 관리 ▲국가별 책임 분담 등으로 기후변화 대응의 글로벌 규범인 '파리협약'과 맞먹는 수준의 협약으로 기대를 모았다.

 

핵심 쟁점은 '플라스틱 생산량 감축 여부'였다. 석유·석유화학 중심 국가(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러시아 등)는 생산 규제에 강력히 반대했고, EU와 아프리카·중남미 연대국들은 "감축 없이는 의미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여기에 미국이 생산 감축에 사실상 반대하는 태도로 돌아선 것이 결정타가 됐다는 평가다.

 

비록 기한 내 합의는 무산됐지만, 플라스틱협약 논의는 계속된다. 당초 예상보다 협상 속도가 늦춰졌지만, 일부 국가는 자국 내 규제를 먼저 강화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실제로 EU의회에서는 2024년 4월, PPWR(포장 및 포장 폐기물 규정, Packaging and Packaging Waste Regulation)이 통과됐다. EU 시장의 모든 포장재는 2030년까지 포장재 감량, 재사용 및 재활용 강화를 통해 재활용 가능하거나 재사용 가능한 구조로 전환해야 한다.

 

해결책은 '생산→사용→폐기'로 이어지는 선형경제에서 벗어나, '재사용→재활용→감축'을 중심으로 한 순환경제로 전환하는 것이다. 순환경제는 단순한 환경적 선택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기업 경쟁력을 좌우하는 전략적 과제다. 선형경제에서 이익을 보는 국가와 기업은 현 체제를 조금이라도 더 유지하려 하지만, 동시에 순환경제 전환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한 경쟁도 치열하다.

 

화장품업계가 플라스틱협약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

 

화장품은 선형경제의 대표적 업종이다.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특히 취약하며, 따라서 플라스틱규제가 본격화되면 가장 큰 영향을 받는 업종 중 하나다.

 

화장품 용기의 60% 이상은 플라스틱이며, 그중 80% 이상이 재활용이 불가능하다. 복합 소재, 복잡한 패키지, 인쇄·코팅 등 후가공 공정으로 인해 순환경제를 실천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각종 규제가 시행이 되면 화장품업계는 우선 타깃이 될 가능성이 높다.

 

국제협약 합의 여부와 무관하게, 글로벌 유통 채널은 이미 자체적으로 지속가능한 포장 기준을 강화하고 있다. 이는 곧 새로운 '진입 장벽'이 되며,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브랜드는 글로벌 시장 경쟁에서 불리해질 것이다.

 

해외 주요 유통채널의 클린뷰티 패키지 기준

 

·Sephora: Clean + Planet Aware 정책을 통해 리필 가능·재활용 가능·생분해 가능한 포장을 우선시하고, 포장 폐기물 최소화를 요구한다.

 

·Ulta Beauty: Conscious Beauty 정책에 따라, 총 패키징 중50%(무게 기준) 이상이 재활용 가능·리필 가능·재활용 혹은 바이오 기반 소재여야 한다.

 

·Credo Beauty:일회용품 사용을 금지하고, 신재 플라스틱 및 재활용 불가능 소재 사용을 줄이는 것을 규정화했다.

 

·Cult Beauty: 'Waste' 항목을 통해 재활용·리필·재사용 가능성을 세부적으로 검증하고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바로 '제품 생애주기 전반에서의 지속가능성'을 요구한다는 것이다. 단순히 용기의 소재를 재활용 소재로 전환하는 것뿐만 아니라, 5R(Reject, Reduce, Reuse, Recycle, Rot) 등 자원순환 전반에 대해서 기준을 만들고,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순환경제 전환 실천 기업들의 움직임


·EF폴리머(EF Polymer K.K.): 오렌지, 바나나 껍질 등 농가에서 수거한 과일 부산물을 활용해 세계 최초로 유기농 인증을 받은 100% 생분해성 고흡수성 폴리머(SAP)를 개발한 일본의 딥테크기업이다. 이 원료는 물과 영양분을 토양에 잡아두는 기능으로 농업 분야에서 물과 비료 사용량을 20~40% 줄이면서도 수확량을 최대 20% 높이는 성과를 입증했으며, 이미 일본, 인도, 프랑스, 미국 등에서 판매되고 있다. 농업분야 외에도 화장품, 퍼스널케어, 아이스팩 등 다양한 분야에서도 활용이 가능한데, 화장품에서는 카보머와 같은 석유화학계열의 점증제를 대체하는 바이오소재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러쉬(Lush): 고체 샴푸바와 '네이키드(Naked) 포장' 전략으로 전 세계에서 4억 개 이상의 플라스틱 병을 절감했다. 동시에 친환경 콘셉트가 매출 성장으로 이어져, 2023년 글로벌 매출은 약8억 파운드를 기록했다. 환경적 가치와 경제적 성과 모두 성공한 사례다.

 

·닥터 브로너스(Dr. Bronner's): 100% 재활용 플라스틱 용기 도입, 재생유기농업 원료 사용 등을 브랜드 철학으로 삼았다. 확고한 친환경 이미지 구축을 넘어 매출이 꾸준히 상승해, 2022년 기준 연 매출이1억 달러를 돌파했다.

 


·리본코리아: 화장품 시장에서 발생하는 불용자원(용기, 펌프, 향료 등)을 활용해 '기분좋음'이라는 업사이클링 브랜드를 론칭했다. 화장품 업계에서 사용이 가능한데도 어쩔 수 없이 버려지는 불용자원이 연간 약 4,400억 원 규모에 달한다. '기분좋음'은 이러한 자원을 활용해 지난 6월 '기분좋음 핸드워시' 2종을 출시했으며, 이번 달에는 '기분좋음 주방세제'를 선보였다.

 

불용재고를 활용함으로써 신재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배출량과 폐기에 따른 탄소배출량을 동시에 줄일 수 있다. 계산에 따르면, '기분좋음 핸드워시300ml'는 제품 1개당 약 454g의 탄소배출량을 줄일 수 있었으며, 이는 연간 약 1.7그루의 잣나무를 심는 것과 유사한 효과다. '기분좋음 주방세제500ml'는 제품 1개당 약 539g의 탄소배출량을 줄일 수 있고, 이는 연간 약 2그루의 잣나무를 심는 것과 비슷한 저감 효과다.

 

 

·리베이퍼(REVAPER): 하입룸에서 운영하는 워터리스 화장품 브랜드로, 파우더 제형의 입욕제와 세안제에 이어 이번에는 세럼을 출시했다. 파우더 세럼은 토너나 크림 등 다른 화장품과 섞어 사용하는 새로운 개념의 제품이다.

 

기존 화장품이 물과 기름을 섞어 만든다는 상식을 깨고, 물과 오일을 넣지 않았다. 유효성분만 넣으니 효능감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리베이퍼 글로우 실키 콜라겐 파우더 세럼'은 저분자 콜라겐 함량이 87%에 달하며, 방부제·유화제·첨가제가 전혀 들어가지 않았다.

 

파우더 세럼은 액상 세럼에 비해 중량이 1/5 수준으로 줄어든다. 파우더 세럼을 100회 사용할 경우 액상 세럼 대비 약 353g의 탄소배출량이 절감되며, 이는 약 57%의 감축 효과로 연간 잣나무 약 1.3그루를 심는 것과 유사하다. 물론 비교 대상에 따라 수치는 다를 수 있으나, 탄소발자국을 줄이는 핵심은 제품의 부피와 무게를 줄이는 것이다. 제형을 경량화하면 포장재 사용도 자연스럽게 줄어든다. 워터리스 화장품은 효능과 지속가능성을 동시에 갖춘 매력적인 카테고리다.

 


·블리스팩: 동결건조는 원료를 낮은 온도에서 급속히 얼린 뒤 진공 상태에서 수분을 승화시켜 제거하는 기술로, 성분의 변질을 최소화하고 실온에서도 안정적으로 보관할 수 있는 방식이다. 블리스팩의 동결건조 캡슐은 방부제를 넣지 않고, 고농축 유효성분을 동결건조한 후 사용하기 좋게 캡슐화한 것이 특징이다. 

 

사용 직전에 스킨이나 부스터와 섞어 쓰기 때문에, 신선한 효능을 피부에 그대로 전달할 수 있다. 효능 측면에서는 보습, 탄력, 미백, 주름개선 등 핵심 성분만을 집중적으로 공급해 빠르고 확실한 피부 개선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또한 열과 산소, 빛에 약한 성분도 안정적으로 보존되어 고효능 원료를 온전히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환경적 측면에서도 물과 불필요한 첨가제를 줄여 친환경적이며, 작은 사이즈와 가벼운 무게 덕분에 포장재와 운송 과정에서 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다. 소비자는 피부에 좋은 성분을 신선하고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고, 동시에 환경 부담도 덜어낸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동결건조 캡슐 화장품은‘고효능, 저자극, 친환경’이라는 세 가지 키워드가 만나는 차세대 클린뷰티 제형이라 할 수 있다.

 

2025년 제네바 회의에서도 플라스틱협약의 합의는 무산됐다. 하지만 플라스틱 관련 규제는 이미 글로벌 규범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화장품업계는 순환경제 전환을 규제 대응이 아니라 경쟁력 확보의 문제로 인식해야 한다.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조스는 말했다. "우리는 장기적으로 생각할 때에만 혁신할 수 있다." 플라스틱협약은 늦어지고 있지만, 플라스틱 문제는 사라지지 않는다. 시장은 이미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내일을 생각한다면 순환경제 전환에 투자한 브랜드만이 글로벌 경쟁에서 승기를 잡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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