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토피 피부염은 이제 단순히 피부 질환이라고만 부르기 어려운 단계에 와 있다. 이 질환은 환자의 삶 전반을 뒤흔든다. 밤마다 찾아오는 가려움은 깊은 수면을 방해해 만성 피로를 불러오고 낮에는 붉은 피부와 긁힌 자국이 대인관계에서 심리적 위축을 만든다. 아이들은 학업과 놀이에서 집중하지 못하고 성인들은 사회생활에서 자신감을 잃는다.
실제로 국내에서도 백만 명가량이 아토피로 고통받고 있다는 통계가 보고된다. 숫자로 보면 단순히 일부 집단의 문제처럼 보일 수 있지만 이는 곧 가족과 사회 전체의 문제로 확산된다. 아토피는 개인의 건강을 넘어 사회적 비용을 높이는 질환이다.
그동안 아토피 치료의 중심에는 약물과 보습제가 있었다. 항히스타민제, 국소 스테로이드제, 면역억제제는 증상을 완화하는 데 분명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부작용, 재발, 그리고 생활습관 개선이 병행되지 않으면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점은 한계로 지적된다. 이러한 배경에서 과학자들과 임상의들은 새로운 가능성에 눈길을 돌리기 시작했다. 바로 향기 성분과 후각수용체, 정신적 스트레스와 피부 장벽, 음식과 영양소라는 세 가지 키워드다.

# 향기로 질환을 다스리는 시대
향기는 오래전부터 인간의 삶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왔다. 향은 감정을 자극하고 기억을 불러일으키며 심리적 안정감을 준다. 그런데 최근 연구들은 향이 단순한 감각적 경험을 넘어 생리적 기능까지 조절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귤은 대표적인 겨울 과일이다. 그런데 귤에서 나는 향기 속에는 아토피 피부염을 완화할 수 있는 비밀이 숨어 있다. 연세대학교 TSPARK Lab 연구팀은 귤 껍질에서 추출한 향기 성분 ‘운데칸(Undecane)’이 피부 세포에 작용해 가려움과 염증을 억제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는 2020년 국제학술지 Molecules에 발표되며 학계의 주목을 받았다.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는 운데칸이 단순히 코를 통해 후각을 자극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운데칸은 피부 세포에 존재하는 후각수용체와 결합해 반응을 일으킨다. 피부에 후각수용체가 있다는 사실은 비교적 최근에 알려졌다. 후각 메커니즘 자체가 2004년 노벨상을 받으면서 학문적으로 확립되었으니 피부 후각수용체 연구는 아직 신생 분야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그 파급력은 크다.
운데칸은 피부의 비만세포에서 히스타민 분비를 억제하고 각질세포에서 TNF-α 같은 염증성 사이토카인 생성을 줄인다. 더 나아가 cAMP라는 신호전달 물질을 매개로 염증과 면역반응을 조절한다. 이는 단일 경로가 아닌 면역 시스템 전반을 조율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아토피처럼 다양한 염증 매개체가 얽힌 복합 질환에서 이러한 조절 능력은 큰 의미가 있다.
이제까지 우리는 향기를 주로 심리적 안정이나 쾌적함과 연관지어 생각했지만 향의 특정 성분이 피부 세포와 직접 상호작용해 염증을 줄일 수 있다는 사실은 아토피 치료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었다. 향기 연구는 더 이상 감성적인 영역에 머물지 않고 의학적, 과학적 근거 위에 서게 되었다.
# 스트레스와 피부 장벽: 눈에 보이지 않는 연결
아토피 증상을 악화시키는 데 있어 스트레스의 역할도 무시할 수 없다. 누구나 시험 기간이나 중요한 프로젝트를 앞두고 피부가 예민해진 경험을 해봤을 것이다. 이는 단순한 심리적 착각이 아니다. 과학은 스트레스와 피부 장벽 사이의 관계를 명확히 보여준다.
정신적 스트레스는 피부의 ‘경피 수분 손실’을 증가시킨다. 이는 피부 표면이 건조해지는 수준을 넘어 표피 내부의 수분이 장벽을 통과해 쉽게 증발한다는 뜻이다. 미국에서 진행된 연구에서는 의학·치의학·약학을 전공하는 학생들의 피부 상태를 기말고사 기간과 방학 기간에 비교했다.
결과는 명확했다. 시험 기간 동안 학생들의 피부 장벽 기능은 악화되었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학생일수록 손상 정도가 심했다. 하지만 방학이 되자 피부는 다시 회복되었다. 이는 피부 장벽이 스트레스에 직접적으로 반응한다는 확실한 증거다.

이 과정의 중심에는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이 있다. 코르티솔은 피부의 지질 합성을 방해한다. 지질은 피부 장벽에서 벽돌과 벽돌 사이를 메우는 진흙 같은 역할을 한다. 지질이 부족해지면 피부 장벽은 허술해지고 수분이 빠져나가며 외부 세균이 쉽게 침입한다. 실제로 아토피 환자의 피부에서 황색포도상구균이 흔히 발견되는데 이는 장벽이 약화된 피부 환경이 세균이 번식하기 좋은 조건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스트레스는 단순히 마음의 문제가 아니다. 이는 아토피를 직접 유발하지는 않지만 장벽을 약화시켜 증상을 악화시키고 치료를 방해한다. 더 나아가 건선과 같은 다른 만성 피부 질환에서도 스트레스의 악영향은 비슷하게 나타난다. 결국 건강한 피부를 위해서는 스트레스 관리가 필수적이라는 결론에 도달한다.
# 음식과 영양소: 안에서부터 시작하는 관리
아토피 관리에서 식습관 역시 중요한 역할을 한다. 먼저 주의해야 할 것은 식품 알레르기다. 우유, 달걀, 대두, 밀, 견과류, 어패류는 대표적인 알레르기 유발 식품이다. 이런 음식을 섭취했을 때 증상이 심해진 경험이 있다면 반드시 피하는 것이 좋다.
반대로 도움이 되는 성분도 많다. 쿼세틴은 식물성 플라보노이드로, 항산화와 항염증 효과가 뛰어나다. 쿼세틴은 히스타민 분비를 억제해 아토피 가려움과 염증을 완화할 수 있다. 사과, 블루베리, 양파, 브로콜리 등은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쿼세틴 공급원이다.

오메가-3 지방산도 빼놓을 수 없다. 오메가-3는 염증을 억제하는 역할을 하고 오메가-6와의 비율이 중요하다. 현대인의 식단은 오메가-6에 치우쳐 있어 염증 반응을 쉽게 촉진한다. 따라서 연어, 고등어, 멸치, 호두, 아마씨, 치아씨 등 오메가-3가 풍부한 식품을 섭취하는 것이 필요하다. 연구에 따르면 임산부가 오메가-3를 충분히 섭취했을 때 태아의 알레르기 발생 위험이 낮아졌고 오메가-3의 일종인 EPA를 섭취했을 때 건선 환자의 증상이 개선된 사례도 보고되었다.
흥미롭게도 앞서 언급한 운데칸 역시 감귤류에 들어 있다. 귤은 음식으로 섭취했을 때도 도움이 되고 화장품으로 피부에 직접 작용했을 때도 효과를 낼 수 있다. 이는 음식과 화장품, 두 가지 경로가 서로 연결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 아토피 관리의 새로운 패러다임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아토피는 단순한 피부 표면의 문제가 아니다. 향기 성분, 스트레스, 음식이라는 세 가지 키워드는 아토피가 얼마나 다차원적인 질환인지 보여준다. 향기는 피부 세포와 직접 상호작용해 염증을 줄일 수 있고 스트레스는 장벽을 약화시켜 증상을 악화시키며 음식과 영양소는 몸속에서 염증 반응을 조절한다.
앞으로의 아토피 관리 전략은 통합적이어야 한다. 약물과 보습제만으로는 부족하다. 생활습관, 식습관, 심리적 요인까지 고려해야 한다. 향기 성분을 활용한 화장품과 치료제, 스트레스 관리 프로그램, 올바른 영양 섭취가 함께 작동할 때 비로소 아토피 환자들의 삶의 질을 실질적으로 높일 수 있다.
이제 아토피는 더 이상 수동적으로 견뎌야 하는 질환이 아니다. 과학은 향기와 피부, 마음과 장벽, 음식과 면역을 하나의 이야기로 엮어내고 있다. 이 흐름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미래의 치료와 관리에서 중요한 열쇠가 될 것이다.
■ 참고문헌
● Choi, D., Kang, W., & Park, T. (2020). Anti-allergic and anti-inflammatory effects of Undecane on mast cells and keratinocytes. Molecules, 25(7), 1554. https://doi.org/10.3390/molecules2507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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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선 연세대학교 식품영양학과 교수
연세대학교 식품영양학과 교수(1995년~현재), (주)보타닉센스 대표이사(2017년~현재), 연세대학교 연구처장, 산학협력단장, 기술지주회사 대표이사,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광고특별위원회 위원장, International Journal of Obesity, Editorial Board Member(2011년~현재), Molecular Nutrition & Food Research, Executive Editorial Board Member(2011년~현재), 미국 스탠포드의과대학 선임연구원, 미국 팔로알토의학재단연구소 박사후연구원,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학교(데이비스 캠퍼스) 영양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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