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인코리아닷컴 김민석 기자] 발자국을 디딜 때는 몰랐지만, 되돌아보면 지나온 발작국의 음영에 따라 공과가 더욱 선명해지기 마련이다. 차석용 부회장의 퇴장 이후 LG생활건강 이야기다.
LG생활건강은 ’25년 화장품사업에서 976억원의 적자를 기록하며, 최근 3년간 걸어왔던 몰락의 구렁텅이의 바닥을 아직 확인하지 못하고 있음이 분명해졌다.
매출 증가 없이 기업이 살아갈 길은 방도가 없다. 영업이익이야 밀어내기, 일회성 비용 처리, 희망퇴직 등 변동이 될 수 있지만, 매출 하락세는 기업으로선 견디기 어려운 수모다. 그런 길을 LG생활건강은 12분기째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아무도 얘기하지 못했던 ▲ 밀어내기 폐해와 ▲ 럭셔리 브랜드 이미지 훼손 ▲ 부실한 M&A가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다.
LG생활건강은 중국 일변도의 극단적 영업 행보로 시장 변화에 대응하지 못했다. 게다가 물 들어올 때 젓는다는 ‘중국 특수’에 취해 또 다른 ‘문샷’(moonshot)을 준비하지 않았고, ‘룬샷’(loonshot)조차 외면했다. 그저 밀어내기에 취해 성과급 잔치로 단맛만 섭취했다.
2022년 따이공 몰빵 여파로 64분기 연속 성장 기록이 깨지고, 중국 시장 침체로 하락세로 돌아서며 악몽은 시작됐다. 잘 굴러갈 땐 덮을 수 있었지만, 중국에서 K-뷰티 인기가 사라지자 드러난 밀어내기 폐해는 독배가 됐다.
이 시기 중국 매체는 “정상급 브랜드인 Whoo(后)의 100위안 제품이 슈퍼마켓에서는 한 개에 18위안이 붙어 있다. 검색해보면 안다. 브랜드 제품이 여러 채널로 출하하면서 그에 상응하는 가격 관리가 안돼 혼란을 야기는 것을 깃털처럼 가볍게 여긴다. 장기적인 기획과 브랜드 의식이 부족하다”고 보도했다.
럭셔리 브랜드를 내세우는 ‘후’조차 치고 빠지는 패스트 코스메틱(fast cosmetic)을 지향하면서, 지금 중국에서 ‘후’를 럭셔리로 보진 않는다. 가성비, 가심비가 주도하는 중국 화장품 시장은 양극화로 글로벌 브랜드의 하이엔드가 견조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데 비해, 브랜딩에 실패한 ‘후’는 쌍스이(11·11) 등 이커머스 쇼핑축제의 할인 제품용으로 전락했다. 따이공 의존도 심화는 중국 소비자에게 따이공 화장품으로 비칠 뿐이다.
중국 일변도의 밀어내기와 브랜딩 실패는 결국 LG생활건강 화장품사업의 몰락을 예고했음을 알 수 있다.
게다가 M&A 부실은 ‘전면적 구조조정’이라는 메스가 절실한 상황이다. 취재 과정에서 “트렌드와 맞지 않은 기업을 인수하고 부실해지니 같은 업종의 더 큰 기업을 추가 인수해 덮음으로써 무마하고, 그조차 좀비가 됐다”는 이야기는 충격적이다.
LG생활건강의 종속회사로는 더페이스샵, 힌스, 태극제약, 긴자스테파니, 에버라이프, 에이본, 더크렘샵 등이다. 더페이스샵은 포지셔닝에 애를 먹고 있고, 일본 통판기업 인수는 12년 전 매출 그대로인 투자 대비 성과가 저조한 실패작이다. 미국 에이본은 4년 연속 적자로 좀비가 됐다. 나머지도 매출이 수백~1천억대로 그룹 경영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최근 토리든 인수설 관련 발표가 있을 것으로 보이나 얼마나 기여할지는 미지수다. 이제 LG생활건강그룹의 추락은 우려 수준이 아니라 업계의 ‘반면교사’ 처지로 가라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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