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스인코리아닷컴 이효진 기자] 국내 뷰티 시장의 구도가 급격히 재편되고 있다. 중국 시장 침체라는 공통된 변수 앞에 기업별 대응 전략에 따라 실적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리면서다.
실적 성패를 가른 것은 중국 시장 대응 전략과 해외 사업 비중 확대 여부다. 중국 의존도를 낮추고 북미·유럽 등 글로벌 시장으로 사업 축을 옮긴 아모레퍼시픽과 K-뷰티 신흥 강자 에이피알(APR)은 실적 반등과 고성장을 동시에 이뤄내며 새 양강 체제를 굳히는 모습이다.
반면 LG생활건강은 중국 중심 성장 전략에서 빠르게 벗어나지 못하면서 수익성 회복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 아모레퍼시픽, 해외 집중 전략이 반등 기반 됐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액 4조 6,232억 원, 영업이익 3,680억 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매출액은 전년 대비 8.5%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47.6% 확대됐다. 영업이익은 2019년 이후 6년 만의 최대 실적이다.
주력 계열사인 아모레퍼시픽의 매출이 전년 대비 9.5%, 영업이익은 52.3% 증가하며 그룹 전체 실적 개선을 견인했다.

실적 개선의 핵심 동력은 해외 사업이다. 지난해 아모레퍼시픽의 해외 사업 영업이익은 2,099억 원으로 전년 대비 102% 급증했고, 매출도 1조 9,091억 원으로 15% 증가했다. 반면 국내 사업 영업이익은 1,449억 원으로 2% 감소했다.
중국 시장에 과도하게 의존하던 과거와 달리 북미·유럽 등 프리미엄 시장을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재편한 것이 주효했다.
미주 지역에서는 라네즈 립·스킨케어 제품과 에스트라·한율 등 신규 브랜드 인기에 힘입어 매출이 20% 증가했다. EMEA(유럽·중동·아프리카) 지역 역시 라네즈와 이니스프리의 유통망 확대로 매출이 42% 늘었다.
사드(THAAD,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사태 이후 중국 부진을 겪었던 아모레퍼시픽이 글로벌 포트폴리오 재편을 통해 체질 개선에 성공했다는 평가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글로벌 프리미엄 스킨케어 브랜드 경쟁력 강화와 더마·메이크업·헤어 카테고리 호실적, 해외 주요 시장 확장이 실적 개선을 견인했다”며 “중장기 기업 비전 'Create New Beauty' 실행이 본격화되며 글로벌 뷰티&웰니스 기업으로의 도약 기반을 한층 강화했다”고 말했다.
# 에이피알, 글로벌 틈새 공략으로 ‘1조 클럽’ 입성

아모레퍼시픽을 바짝 추격하는 기업은 K-뷰티 신흥강자 에이피알이다.
에이피알은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1조 5,273억 원, 영업이익 3,654억 원을 기록하며 ‘1조 클럽’에 입성했다.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전년 대비 111%, 198% 증가했다.
에이피알 성장의 중심에는 해외 사업이 있다. 지난해 해외 매출은 1조 2,258억 원으로 207% 급증했고, 전체 매출에서 해외 비중은 80%까지 확대됐다. 특히 미국 매출 비중이 37%로 가장 컸고, 일본이 12%를 차지하는 등 다변화 전략이 실적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중화권 비중은 8%에 불과하다.

주력 브랜드 메디큐브는 연간 매출 1조 원을 넘기며 국내 단일 브랜드 중 최단 기간 대기록을 세웠다. 뷰티 디바이스 역시 글로벌 누적 판매량 600만대를 기록하며 실적을 뒷받침했다.
경쟁사들이 프리미엄·럭셔리 중심 전략을 펼친 데 반해 에이피알은 가성비 중심 제품력과 뷰티테크, D2C(직접판매) 구조를 결합한 비(非)중국 전략으로 기존 뷰티 공식과 차별화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를 통해 글로벌 플랫폼 진출과 소비자 접근성을 극대화했고, 틱톡 등 글로벌 소셜 플랫폼에서 브랜드 콘텐츠 확산으로 이어지며 실적 성장으로 직결됐다는 것.
에이피알 관계자는 “미국·일본 등 해외 중심 성장으로 글로벌 뷰티 기업의 위상을 강화했다”며 “2026년에도 주력 사업의 글로벌 확장을 가속화해 지속 가능한 성장 구조를 완성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 LG생활건강, 중국 의존도 축소 실패가 발목

반면 전통 강자인 LG생활건강은 실적 부진이 길어지고 있다.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은 6조 3,555억 원으로 전년 대비 6.7%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1,707억 원으로 62.8% 급감했다. 특히 화장품 부문은 영업손실 976억 원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다.
LG생활건강 측은 면세 물량 조정 등 유통채널 재정비 작업과 인력 효율화로 일회성 비용이 발생했다고 설명했지만, 실적 회복의 실질적인 동력 마련에는 한계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중국 중심 성장 전략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글로벌 포트폴리오 재편 속도가 경쟁사 대비 더딘 점도 실적 부진을 심화시킨 요인으로 꼽힌다.
실제 LG생활건강은 여전히 중국 시장 의존도가 높은 구조를 갖고 있다. 이에 면세 채널 중심의 판매 구조가 중국 소비 심리 둔화와 맞물리면서 실적에 타격을 준 것.
LG생활건강은 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사업 구조 재편과 유통 채널 재정비 등 전략 수정에 속도를 내고 있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LG생활건강은 어려운 경영 환경 속에서도 실적 반등을 위한 다양한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며 “고성장하고 있는 디지털 커머스, 헬스앤뷰티(H&B) 스토어 등을 전략적으로 육성해 성장 기반을 확보하고 북미, 일본 등 성장하고 있는 해외 시장에 대한 공략도 강화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국내 뷰티 기업들의 실적을 가른 핵심 요인으로 ‘탈중국’과 ‘미국 시장 공략’을 꼽는다.
업계 한 관계자는 “중국 중심 성장 공식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 상황에서 글로벌 포트폴리오 다각화와 현지화 전략이 성패를 좌우하고 있다”며 “K-뷰티의 글로벌 경쟁력은 여전히 유효하지만 기업들이 하나의 시장에 의존하지 않고 구조적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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