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인코리아닷컴 김세화 기자] 지난해 4분기 어닝쇼크를 기록한 LG생활건강이 자사주 소각을 통한 감자를 결정했다. 자사주 의무 소각을 골자로 한 상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를 앞두고 선제적으로 주주환원 정책에 나선 것이다. 그러나 실적 부진과 종속기업 가치 하락이 동시에 진행되는 상황에서 자본 정책만으로 기업가치 하락을 방어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LG생활건강 감자결정 공시(2026.2.23.자)
26일 한국거래소 상장공시시스템에 따르면 LG생활건강은 지난 23일 공시를 통해 자사주 소각 방식의 감자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앞서 LG생활건강은 지난 2024년 11월 밸류업 방안의 일환으로 보유 자사주(보통주 약 95만 주, 우선주 3,438주, 총 3,014억 원 규모)를 2025년부터 2027년까지 3년에 걸쳐 전량 소각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7월 보통주 31만5,738주를 이미 소각한 바 있다.
이번 소각 대상은 2001년 4월 회사 분할 당시 발생한 단주를 취득해 보유해 온 자사주다. 보통주 1만1,197주와 기타주 3,438주가 포함되며, 일반 주주의 보유 지분에는 변동이 없다. 1주당 액면가액은 5,000원이다. 감자 전 자본금은 885억8,947만 원에서 감자 후 885억1,629만5,000원으로 약 7,318만 원 감소한다. 발행주식 수는 보통주 기준 1,530만2,459주에서 1,529만1,262주로 줄어들고, 기타주식은 209만9,697주에서 209만6,259주로 감소한다. 감자 비율은 보통주 0.07%, 기타주 0.16% 수준이다.
다만, 이번 조치로 주당순이익(EPS, Earnings Per Share) 개선 폭은 약 0.08% 수준에 그칠 것으로 추산된다. 지난해 7월 자사주 소각 당시에도 소폭의 EPS 개선 흐름으로 주가가 일시적으로 반등했지만 효과는 제한적이었다. 이후 실적 악화가 이어지면서 지난해 말 기준 EPS는 전년 대비 약 50% 감소하며 소각 효과를 상쇄했다.
LG생활건강 2025년 실적 추이 및 전망 (단위: 십억 원)
이 같은 LG생활건강의 자본 정책은 실적 악화 흐름 속에서 추진된다는 점에서 구조적 한계를 드러낸다. LG생활건강의 2025년 연결 기준 매출은 6조3,555억 원으로 전년 대비 6.7%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1,707억 원으로 62.8% 급감했다. 당기순이익은 858억 원 순손실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다. 특히 핵심 사업인 화장품 부문은 영업손실 976억 원을 기록하며 창사 이후 처음으로 연간 적자에 빠졌다.
공격적인 인수 전략 역시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LG생활건강은 2019년 북미 화장품 기업 뉴에이본을 약 1,450억 원에 인수했고, 2020년에는 피지오겔 아시아·북미 사업권을 약 1,900억 원에 확보했다. 이어 2021년 미국 헤어케어 브랜드 보인카 지분 56%를 약 1,170억 원에 인수했다. 2022년에는 북미 색조 브랜드 더크렘샵 지분 65%를 약 1,485억 원에 사들였고 이듬해에는 일본 색조 브랜드 ‘힌스’를 보유한 비바웨이브 지분 75%를 약 425억 원에 인수하며 일본 시장 확대에 나섰다. 그러나 인수 이후 주요 자회사들의 실적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투자 효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국내 인디 브랜드 인수 추진에 대해서도 시장 반응은 신중한 분위기다. 올해 초 LG생활건강이 스킨케어 브랜드 토리든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으나, 회사는 지난달 27일와 26일 두 차례 공시를 통해 “뷰티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했으나 현재까지 구체적으로 결정된 사항은 없다”고 밝혔다. 토리든은 2024년 매출 1,860억 원, 영업이익 520억 원을 기록했으며 기업가치는 5,000억 원 이상으로 평가된다.
한유정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인디 브랜드 인수를 통해 뷰티 사업 기반을 재정비하려는 전략은 이해할 수 있지만, 기존 인수 사례의 성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 점을 고려하면 추가 인수는 우선순위가 아니다”며 “현재 브랜드 포트폴리오와 채널, SKU, 고정비 구조를 재정렬해 수익성을 정상화하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상황은 감사보고서를 통해 더욱 구체적으로 드러났다. 2025회계연도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LG생활건강의 종속기업투자 규모는 1조6,264억 원으로 전체 자산의 약 33%를 차지한다. 이는 전년 대비 증가한 수치지만, 동시에 약 1,202억 원의 종속기업 투자 손상차손이 영업외비용으로 반영되며 수익성에 직접적인 부담으로 작용했다.
더크렘샵 관련 감사보고서 공시 내용(2026.2.23.자)
특히 북미 시장 진출의 핵심 축이었던 더크렘샵은 감사인의 핵심감사사항(Key Audit Matters)으로 지정됐다. 감사인인 삼일회계법인은 더크렘샵의 지속적인 실적 하락을 손상 징후로 판단하고 회수가능액 평가와 손상검사 과정의 적정성을 중점적으로 검토했다. 회사는 할인된 현금흐름법을 적용해 사용가치를 재평가하는 등 보수적인 회계 처리를 진행했다.
LG생활건강은 2022년 더크렘샵 경영권 확보 이후 잔여 지분 인수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창업주 측과 분쟁을 겪었으며, 국제상업회의소(ICC) 중재 끝에 2025년 6월 잔여 지분 35%를 6,683만 달러(약 919억 원)에 인수해 완전 자회사로 편입했다. 이 과정에서 더크렘샵 총 인수 금액은 약 2,400억 원 규모로 확대됐다.
그러나 인수 이후 실적은 기대와 달리 악화됐다. 더크렘샵 매출은 2023년 1,365억 원까지 증가하다, 이후 감소세로 전환됐고, 2025년에는 매출 657억 원, 순손실 156억 원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다. 북미 시장 확대를 위한 핵심 투자였던 인수 자산이 오히려 손상차손과 수익성 악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셈이다.
중국과 북미 주요 종속기업의 수익성 악화도 이어지고 있다. 중국 법인들은 매출 감소와 함께 순손실 규모가 확대됐으며, 전체 종속기업 가운데 절반 이상이 순손실을 기록하거나 수익성이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자회사 중심 성장 전략의 효율성이 전반적으로 약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핵심 브랜드 성장 둔화 역시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대표 브랜드 ‘더후’는 브랜드 리뉴얼과 면세 채널 조정 영향으로 매출이 감소했고, 중국 시장 부진도 지속되고 있다. 북미와 일본 시장이 일부 성장세를 보이고 있지만 전체 실적을 반전시키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LG생활건강의 실적 부진이 장기화하면서 과거 인수 자산의 가치 재평가 국면에 진입한 것으로 보고 있다. 외형 확대를 위해 추진했던 인수 전략이 손상차손 인식과 수익성 저하라는 재무 부담으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주주 신뢰 회복의 관건은 자본 정책이 아니라 본업의 수익성 회복 여부다. 자회사의 실적 개선과 안정적인 이익 창출 구조가 확인될 때 비로소 기업가치의 실질적인 재평가도 가능할 것이란 평가다.
Copyright ⓒ Since 2012 COS'IN. All Right Reserved.
#코스인 #코스인코리아닷컴 #화장품 #코스메틱 #LG생활건강 #자사주소각 #감자결정 #감사보고서 #더크렘샵 #M&A #종속회사 #자본정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