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인코리아닷컴 김세화 기자] 먹는 콜라겐과 건강기능식품(건기식) 중심으로 성장해 온 이너뷰티 시장이 새로운 전환점을 맞고 있다. 뷰티 시장의 소비자들이 피부 관리가 미용을 넘어 건강과 연결된 ‘웰니스 루틴’으로 인식하면서, ‘먹는 제품’과 ‘바르는 제품’을 함께 활용하는 인앤아웃(Inside-Out) 케어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인사이트에이스(InsightAce Analytic)에 따르면 글로벌 이너뷰티 시장은 지난해 42억 달러(약 5조 7,000억 원)에서 2034년 131억 달러(약 18조 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연평균 성장률(CAGR)은 11.9%에 달한다. 국내 시장도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신한금융투자 리서치센터는 국내 이너뷰티 시장이 2024년 1조 원대에서 최근 2조 원에 근접한 것으로 추정한다.
업계는 이러한 성장의 본질을 ‘뷰티 산업의 확장’이 아닌 ‘웰니스 산업으로의 전환’으로 해석한다. 특히 이러한 시장 구조의 재편이 기업이나 제품 중심이 아니라 소비자 행동 변화에서 촉발됐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산업이 변화를 주도한 것이 아니라 소비자의 인식과 선택 방식이 시장의 경계를 허물었다는 평가다.
글로벌 리서치 기관 NielsenIQ(NIQ)는 최근 리포트를 통해 웰니스 시장의 소비자를 질병 발생 이후 의료 시스템에 의존해 치료받는 수동적 존재가 아니라, 자신의 건강을 사전에 스스로 설계하고 관리하는 능동적 주체로 정의했다. 이른바 ‘자기주도형 소비자(Self-Directed Health Consumer)’다.
이들은 병원이나 의료 전문가에 의존하기보다 틱톡(TikTok), 검색 엔진, 온라인 커뮤니티 등 다양한 디지털 채널을 통해 스스로 정보를 탐색하고 이를 기반으로 신체 상태를 관리하거나 질병을 예방하는 특징을 보인다. 실제 NIQ 분석에 따르면, 디지털 플랫폼을 통한 정보 접근성이 높아지면서 전문가의 처방이나 권고에만 의존하기보다 소비자가 직접 제품의 성분을 비교·분석하고 주도적으로 선택(Self-selection)하는 경향이 전 세계적으로 뚜렷해지고 있다.
이러한 소비자 행동의 변화는 이너뷰티 시장의 구조적 재편으로 이어지고 있다. 기존 화장품 산업이 피부 트러블이나 노화를 사후적으로 관리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면, 최근에는 '장-피부 축(Gut-Skin Axis)', 대사 균형, 면역 시스템 등 생리학적 메커니즘을 기반으로 피부 상태를 근본적으로 재설계하는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다. 즉, 자기주도적 건강 관리에 기반한 장기적인 예방 중심의 웰니스 체계로 전환하고 있는 것이다.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단일 제품이 아니라 식습관, 수면, 스트레스, 피부 관리가 통합된 ‘토탈 웰니스 경험’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NIQ는 보고서를 통해 현대 소비자들이 자신의 건강 및 피부 관리와 직결된 맞춤형 웰니스 솔루션에 대해서는 가격보다 가치를 우선시하며 기꺼이 투자를 아끼지 않는 고관여 소비 행태를 보인다고 분석했다.
NIQ가 강조한 또 다른 변화는 ‘성분 기반 소비(Ingredient-Led Consumer)’와 이에 따른 투명성 요구의 확산이다. 최근 소비자는 브랜드 이미지나 광고보다 성분의 흡수율, 순도 등 과학적 근거를 기준으로 제품을 선택하는 경향이 강화되고 있다. ‘무엇이 들어갔는가’보다 ‘그 성분이 체내에서 어떻게 작용하는가’가 핵심 판단 기준으로 자리 잡았다.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서드파티(제3자) 성분 분석 및 라벨 스캔 앱을 활용해 제품을 검증하는 행동이 뚜렷해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라벨 스캔 앱 ‘유카(Yuka)’처럼 영양 성분과 첨가물 유무를 분석해 복잡한 성분 정보를 단순화된 건강 점수나 위험 표시로 제공하는 서비스가 적극적으로 활용되는 추세다.
NIQ 조사에서는 올해 1월 기준 글로벌 소비자 4명 중 1명이 이러한 라벨 스캔 앱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1년이 채 되지 않는 기간 동안 약 50% 증가한 수치다. 앱에 대한 신뢰도 역시 응답자의 27%가 “제조사의 라벨보다 스캔 앱을 더 신뢰한다”고 답했으며, 62%는 “라벨과 동등한 수준으로 신뢰한다”고 응답했다. 특히 앱에서 특정 성분이 부정적으로 표시될 경우 해당 제품의 구매를 중단하거나 다른 대체 제품을 찾는 행동 패턴도 나타났다.
이 같은 변화 속에서 기업들은 산업의 경계를 넘어 통합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라엘은 글루타치온 기반 이너뷰티 제품과 스킨케어 라인을 동시에 출시하며 인앤아웃 케어 전략을 본격화했다. 클렌저와 토닝 마스크 등 외용 제품과 워터 믹스, 리포좀 샷 등 섭취형 제품을 결합해 하나의 웰니스 루틴을 제안하고 있다.
뉴트리원의 비비랩은 콜라겐과 글루타치온을 중심으로 분말, 젤리, 필름 등 다양한 제형을 확대하며 섭취 편의성을 강화하고 있다. 휴온스푸디언스는 스킨바이오틱스와 저분자 피쉬콜라겐을 결합해 장 건강과 피부 장벽을 동시에 겨냥하고 있다. 동국제약은 건기식 브랜드 ‘마이핏’을 통해 개인 맞춤형 제품군을 확장하고 있다.
에이피알은 건기식 ODM 기업 네츄럴웨이와 협업해 글로벌 K-이너뷰티 제품 개발에 나섰으며, 코스맥스는 지난 15일 중국 상해에서 개최된 HNC 2026(Healthplex & Nutraceuticals China 2026) 박람회에서 원스톱 건기식 솔루션을 공개한 데 이어 글로벌 500여 개 브랜드와 협업을 진행 중이다.
유통 구조 변화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CJ올리브영은 이너뷰티 카테고리 매출이 올해 1~5월 기준 전년 대비 약 50% 증가했다고 밝혔다. 웰니스 플랫폼 ‘올리브베러(OLIVE BETTER)’는 단순 판매 채널이 아닌 소비자의 하루 루틴을 기준으로 건강을 큐레이션하는 구조로 진화했다. 오프라인 1~2호점인 광화문점과 강남점 누적 방문객은 같은 기간 50만 명을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업계 관계자는 “이너뷰티는 더 이상 화장품이나 건기식의 단순한 확장이 아니라 바이오·헬스케어·뷰티가 결합된 새로운 산업 축으로 재편되고 있다”며 “제품 중심의 경쟁을 넘어 소비자의 생활 전반을 설계하는 역량이 핵심 경쟁력이 되는 구조로 이동하고 있다”고 전망했다.
이와 관련해 NIQ 역시 보고서를 통해 향후 시장의 주도권이 개별 제품의 성능이 아니라, 소비자의 식습관·수면·스트레스·피부 관리 등 생활 데이터를 통합적으로 해석하고 이를 기반으로 맞춤형 라이프스타일을 설계할 수 있는 기업으로 이동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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