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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이슈

K-뷰티, 2.4조 달러 할랄 시장으로 확장…20억 소비자 사로잡을 전략은?

할랄 시장 변화 키워드 'R.I.S.E(지역화·혁신·세분화·ESG)'
K-뷰티 경험률 83%에도 오프라인 접근성 77.8% 장벽

 

[코스인코리아닷컴 김세화 기자] 글로벌 할랄 시장이 종교적 소비를 넘어 대규모 산업 생태계로 빠르게 확장되고 있다. 화장품 등 한국의 주요 수출 품목을 중심으로 수요가 확대되면서 K-뷰티 역시 새로운 성장 국면에 진입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6일 한국무역협회(KITA)가 공개한 '할랄 소비 시장 트렌드 및 소비자 인식 조사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기준 글로벌 무슬림 소비 시장 규모는 2조 4,300억 달러에 달한다. 이 가운데 이슬람협력기구(Organisation of Islamic Cooperation, OIC) 57개 회원국의 수입 규모는 4,078억 달러로 집계됐다.

 

무슬림 인구 수 및 비중 변화 추이

 

 

전 세계 무슬림 인구는 현재 약 20억 명으로, 2050년에는 28억 명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향후 글로벌 소비시장을 이끌 15~29세 청년층의 비중이 지속적으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의 싱크탱크 퓨리서치센터(Pew Research Center)는 이 연령층이 현재 전체 무슬림 인구의 27.8%를 차지하고 있으며, 2050년에는 이 비중이 30%에 육박할 것으로 내다봤다.

 

여기에 위생과 안전성, 윤리적 소비를 중시하는 비무슬림 소비자들까지 할랄 제품을 선택하면서, 할랄은 더 이상 종교적 개념에 머물지 않고 글로벌 가치소비 시장으로 빠르게 확장되고 있다. 실제로 시장조사기관 스트레이츠 리서치(Straits Research)에 따르면 미국에 거주하는 비무슬림 소비자들은 윤리적 이유(40%)와 건강상의 이점(35%) 등을 이유로 할랄 제품을 구매한다고 응답했다.

 

# 2026년 할랄 시장을 관통하는 4대 메가 트렌드 ‘R.I.S.E’

 

KITA는 보고서를 통해 현재 할랄 시장의 변화를 '무슬림 사회의 정치·문화적 역동성과 디지털 기술의 결합이 만들어낸 거대한 구조적 전환점'으로 규정하고, 이를 이끄는 핵심 키워드로 'R.I.S.E'를 제시했다.

 

먼저 지역화(Regionalization)는 자국 브랜드와 로컬 할랄 브랜드를 선호하는 '애국소비' 흐름을 의미한다. 최근 가자지구 전쟁 등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갈등을 계기로 BDS(Boycott, Divestment and Sanctions·불매운동)가 소셜미디어(SNS)를 중심으로 확산되면서, 무슬림 소비자들에게 소비가 가치관과 신념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인식되기 시작한 것이다. 

 

 

혁신(Innovation)은 유통 생태계의 디지털 전환을 말한다. 실제로 시장의 중심으로 부상한 15~29세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들은 스마트폰 앱으로 화장품 성분과 할랄·타이이브(Tayyib) 충족 여부를 실시간으로 확인한다. 유통채널 역시 오프라인 중심에서 할랄 전문 이커머스와 라이브커머스로 빠르게 이동하는 추세다. 일례로 동남아에서는 쇼피 바로카(Shopee Barokah)와 같은 할랄 특화 플랫폼이 새로운 표준으로 자리 잡았다. 

 

 

세분화(Segmentation)는 지역별 소비 성향이 뚜렷하게 차별화되는 현상을 의미한다. 최근 고물가와 경기 둔화의 영향으로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등 중동에서는 합리적인 가격대의 중저가 화장품과 실속형 소비가 확대되는 반면,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에서는 중산층 확대를 바탕으로 프리미엄 화장품과 헬스케어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ESG는 할랄 시장의 질적 성장을 이끄는 핵심 가치다. 무슬림 소비자들은 '할랄'을 넘어 '깨끗하고 안전하며 윤리적인 것(타이이브)'을 구매 기준으로 삼고 있다. 화장품 구매 시에도 금지 성분의 함유뿐 아니라 친환경 원료, 동물실험 배제, 지속가능한 생산방식, 친환경 포장재 등 ESG 요소를 함께 고려하는 추세다. 대표적으로 인도네시아 뷰티 브랜드 와르다(Wardah)는 '할랄 그린 뷰티' 전략으로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이러한 할랄 시장에서 화장품은 가장 성장성이 높은 분야로 평가된다. 전체 수입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3.6%에 불과하지만, 2023년 OIC 회원국의 화장품 수입액은 전년 대비 11.3% 증가하며 두 자릿수의 가파른 성장세를 기록했다. 무슬림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 확대와 함께 인스타그램, 틱톡 등 SNS를 통한 뷰티 콘텐츠 소비가 늘어나면서 뷰티 시장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화장품은 다른 할랄 소비재와 달리 온라인 유통 구조가 뚜렷하다. 식품과 의약품 등은 여전히 대형마트와 백화점 등 오프라인 채널을 통한 구매 비중이 높은 반면, 화장품은 SNS에서 제품 정보를 확인한 뒤 온라인 쇼핑몰을 통해 구매하는 소비 패턴이 보편화되면서 이커머스가 핵심 유통채널로 자리 잡았다.

 

# 종교적 기준을 넘어 품질 경쟁력으로 진화한 할랄 인증

 

KITA가 올해 초 실시한 할랄 주요 5개국(사우디아라비아, UAE, 튀르키예,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소비자 인식조사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78.8%가 소비재 구매 시 할랄 인증을 필수적으로 고려한다고 응답했다.

 

성별·연령별 할랄 인증 중요도 (단위: %)

 

 

연령별로는 50대의 비중이 낮은 반면 20대(81.2%)와 30대(79.5%)가 전체 평균을 웃돌며 할랄 인증을 중요하게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별 차이도 뚜렷했다. 이슬람 율법주의 성향이 강한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응답자의 93.0%가 할랄 인증을 필수 요소로 꼽은 반면, 유럽에 인접한 튀르키예는 52.5%에 그쳤다. 

 

소비재 구매 시 국가별 고려 요소 (단위: %)

 

주목할 점은 할랄 인증이 종교적 기준을 넘어 품질 경쟁력으로 확장되었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해 응답자의 70.8%는 '위생·안전성'을, 61.3%는 '검증된 품질' 등 비종교적 이유로 할랄 제품을 선택한다고 답했다. 특히 대졸 이상 고학력자의 74.2%가 '위생과 안전성(74.2%)'을 이유로 할랄 제품을 선택하는 등 교육 수준이 높을수록 비종교적 가치를 중시하는 경향이 두드러졌다. 국가별로는 말레이시아에서 '위생과 안전성'을 이유로 할랄 제품을 구매한다는 응답이 82.4%로 조사 대상 5개국 가운데 가장 높았다.

 

화장품은 다른 제품에 비해 할랄 인증의 영향력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61.7%는 화장품 구매 시 할랄 인증 제품을 우선 선택한다고 답했는데, 인도네시아(74.5%), 말레이시아(70.2%) 등 동남아시아에서 할랄 인증 자체를 품질과 안전성의 기준으로 인식하는 비중이 높았다. 반면 사우디아라비아(51.2%), UAE(48.5%) 등 중동 소비자는 할랄 인증을 기본 요건으로 여기면서도 브랜드 인지도와 원산지 이미지 등 프리미엄 가치까지 함께 고려하는 경향을 보였다.

 

# K-소비재 확산과 한류 시너지에도 오프라인 유통은 '절벽'

 

K-소비재를 중심으로 한류의 확산은 글로벌 할랄 시장에서 뚜렷한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주요 5개국 소비자 인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83.0%가 한국산 소비재를 구매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이중 한국산 뷰티 제품에 대한 구매율은 67.2%로 집계됐다. 특히 중동 지역과 여성층, 20~30대에서 한국 화장품에 대한 경험률이 높게 나타났다. 국가별로는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한국 화장품 구매 경험률이 68.2%에 달해 K-뷰티에 대한 높은 수요를 방증했다.

 

한국산 소비재 구매 품목 (단위: %)

 

 

한류 콘텐츠는 이러한 소비 확대의 핵심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현지 소비자의 한류 콘텐츠 경험률은 84.5%로, 이 가운데 66.2%는 한류 콘텐츠가 실제 한국 제품 구매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고 응답했다. K-팝, K-드라마 등 한류는 문화 소비를 넘어 K-뷰티 확산을 견인하는 주요 채널로 기능하고 있다.

 

한국산 소비재를 구매하지 않는 이유 (단위: %)

 

 

다만, 높은 인지도와 소비 경험에도 불구하고 구조적 한계는 여전히 뚜렷하게 존재한다. 소비자 인식조사 결과, 한국 소비재를 구매하지 않는 주요 이유로는 ‘판매처 부족 및 유통 접근성 문제’가 46.1%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온라인과 SNS 기반 마케팅에는 성공했지만, 오프라인 유통망 확보에는 여전히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유통 접근성 부족을 이유로 한국 제품을 구매하지 못했다고 응답한 비율이 77.8%에 달해, ‘오프라인 유통 절벽’ 현상이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반해 한국 화장품의 온라인 구매 비중은 42.5%로 디지털 기반 소비 구조가 뚜렷하게 형성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KITA는 보고서에서 "화장품 부문에서 온라인 중심의 진입 전략이 효과를 보고 있다"면서도  "오프라인 유통 확장이 지연되면서 구매 경로가 온라인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구조적 한계를 동시에 보여준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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