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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이슈

뉴욕 증시 입성하는 K-뷰티의 빛과 그림자…글로벌 투자 확대에도 한계기업 퇴출 압박

외국인 지분 확대·수출 호조 속에 실적 중심 '옥석 가리기' 본격화
에이피알 등 우량주는 기회, 저시총·동전주는 상장 유지 부담 커져

 

[코스인코리아닷컴 김세화 기자] 최근 미국 뉴욕 증시에 한국 미용 산업 전반에 투자하는 최초의 K-뷰티 상장지수펀드(ETF) 상장이 추진된다. 글로벌 기관투자자의 투자 확대와 수출 호조가 맞물리면서 실적과 경쟁력을 갖춘 기업에 글로벌 자금이 유입될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반면 한계기업들은 최근 강화된 상장 유지 기준에 직면하면서 업계 내 양극화가 심화될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16일(현지 시각)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미국의 테마형 기금 전문 투자사인 기네스 앳킨슨(Guinness Atkinson)은 최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기네스 앳킨슨 K뷰티 ETF’의 예비 투자설명서를 제출했다. 올 하반기 뉴욕증권거래소 아르카(NYSE Arca) 상장을 목표로 하는 이 펀드는 순자산의 80% 이상을 한국에 본사를 두거나 국내 증시에 상장된 미용 관련 기업에 투자할 계획이다.

 

 

설명서에 따르면 해당 ETF에는 전통적인 화장품 브랜드와 제조·유통 기업은 물론 보툴리눔 톡신, 필러, 스킨부스터, 미용의료기기 등 이른바 ‘메디컬 에스테틱(Medical Aesthetic)’ 기업들도 대거 포함됐다. K-뷰티의 영역이 화장품을 넘어 미용의료 산업 전반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키움증권은 “미국 금융시장에서 K-뷰티만을 별도로 다루는 전용 투자상품이 등장했다는 것은 K-뷰티가 단순한 유행을 넘어 독자적인 주류 산업으로 성장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라며 “이번 상장을 계기로 개인투자자를 비롯한 글로벌 간접투자 자금이 국내 미용의료 생태계로 유입될 수 있는 대중적인 투자 통로가 마련됐다”고 평가했다.

 

그동안 해외 자본의 국내 미용·뷰티 기업 투자는 주로 사모펀드(PEF)를 통한 대규모 지분 인수 등 직접투자 방식으로 이뤄져 왔다. 기업분석연구소 CEO스코어에 따르면, 국내 화장품 기업 가운데 외국인 지분율 5% 이상 투자 사례는 지난해 2건에서 올해 9건(6월 30일 기준)으로 350% 급증했다. 이는 국내 전 산업군 가운데 가장 높은 증가율이다.

 

싱가포르투자청(GIC)과 노르웨이 중앙은행 등 글로벌 국부펀드들은 국내 대표 ODM 기업인 코스맥스 지분을 확대했고, 피델리티를 비롯한 미국계 대형 자산운용사들도 에이피알(APR), 달바글로벌 등 성장 브랜드에 투자하고 있다. 휴젤, 클래시스, 파마리서치 등 미용의료 기업에 대한 투자 역시 기존의 사모펀드 중심 직접투자에서 기관투자자의 상장주식 투자로 저변이 넓어지는 모습이다.

 

이 같은 해외 자금 유입은 주요 기업의 외국인 지분율 상승으로도 확인된다. 국내 화장품 시가총액 1위 기업인 에이피알의 외국인 지분율은 연초 27% 수준에서 6개월 만에 10% 가까이 늘어났다.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 역시 외국인 지분율이 각각 20%대 중반 수준을 기록하며 같은 기간 2~3%포인트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투자 확대의 배경으로는 글로벌 시장에서 입증된 K-뷰티의 경쟁력이 꼽힌다. 올해 상반기 K-뷰티 수출액은 사상 최대인 70억 달러(약 9조6,000억 원)를 돌파했다. 지난달 진행된 미국 아마존 대형 할인 행사 기간에서는 스킨케어 카테고리 상위 100개 제품 가운데 38개를 한국 브랜드가 차지하며 존재감을 과시했다.

 

이커머스 분석기관 마켓디펜스는 “과거 소비자들이 선크림, 보습크림 같은 일반 제품명을 검색했다면 최근에는 메디큐브, 아누아 등 특정 한국 브랜드명을 직접 검색하는 사례가 크게 늘고 있다”며 “이는 일시적 유행이 아닌 소비 패턴의 구조적 변화”라고 설명했다. K-뷰티가 체질 개선을 통해 변동성 높은 테마주가 아닌 지속 가능한 장기 투자 산업으로 자리매김했다는 평가다.

 

다만 뉴욕 증시 상장이라는 상징성과 별개로 실제 자금 유입 규모에 대해서는 신중한 시각도 존재한다. 미국 ETF 시장에서 수천 개의 테마형 상품이 경쟁하는 만큼 K-뷰티 ETF가 얼마나 차별화된 투자 수요를 확보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것이다. 국내 증시에도 이미 화장품과 미용기기를 포괄하는 유사한 콘셉트의 ETF가 상장돼 안정적인 수익률을 기록 중이지만, 거래량이나 자금 유입 면에서 메가 히트를 기록하진 못했다.

 

IB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기관투자자의 직접 투자와 달리, 미국 내 개인투자자 중심의 ETF 시장에서 K-뷰티 테마가 지속적인 매수세를 끌어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며 "상장 초기 대규모 자금 유입 효과에 주목하기보다는 장기적인 거래량과 운용자산(AUM) 증가 추이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해외 자금 유입 기대감이 커지고 있음에도 그 수혜가 업계 전반으로 확산될지는 미지수라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시장에서는 실적과 경쟁력을 입증한 기업으로 자금이 집중되는 반면, 경쟁력이 떨어지는 한계 기업들은 강화된 상장 유지 요건과 투자자들의 엄격한 평가에 직면하면서 업계 내 양극화가 더욱 심화되고 있다.

 

 

특히 금융감독원과 한국거래소가 추진하는 '자본시장 밸류업 정책'에 따라 상장폐지 제도가 강화되면서 재무구조가 취약한 기업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코스피 시장의 경우 이달부터 시가총액 기준이 기존 200억 원에서 300억 원으로 상향됐으며, 향후 500억 원까지 단계적으로 강화될 예정이다. 여기에 반기 재무제표 기준 자본잠식 점검이 확대되면서 부실기업에 대한 시장 퇴출 속도도 빨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화장품 업종 내 양극화 현상은 이미 가시화되고 있다. 불과 두 달 전까지만 해도 업종 내 1,000원 미만 저가주는 10여 개에 달했지만, 최근에는 일부 종목의 주가 회복과 거래정지 등의 영향으로 5개 안팎으로 줄어든 상태다.

 

 

16일 오후 3시 기준 주가가 1,000원을 밑도는 화장품 상장사는 세화피앤씨, 에스디생명공학, 코스나인, CSA코스믹 등이다. 이 가운데 에스디생명공학과 코스나인, CSA코스믹은 장기간 거래정지가 이어지고 있어 상장 유지 여부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다. 디와이디는 전 거래일 900원대에서 출발했으나 하루 만에 15% 이상 급등하며 다시 1,000원 선을 회복했다.

 

국내 화장품 상장사의 시총을 전수 조사한 결과, 코스닥 시장에서는 졸스(139억 원), 본느(143억 원), 이노진(155억 원), 오가닉티코스메틱(163억 원), 넥스트아이(185억 원), 세화피앤씨(195억 원) 등 6개 기업의 시가총액이 200억 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향후 상장 유지 요건이 추가로 강화될 경우 위험군은 더욱 확대될 수 있다. 현재 CSA코스믹(245억 원), 아우딘퓨쳐스(259억 원), 뷰티스킨(283억 원) 등도 상대적으로 낮은 시가총액 구간에 위치해 있어 시장 환경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일부 기업들은 생존 전략 마련에 나서고 있다. 세화피앤씨는 최근 5대 1 주식병합을 추진했다. 지난 10일 임시주주총회에서 액면가를 100원에서 500원으로 변경하는 안건을 통과시키며 주당 가격을 높이고 유통주식 수를 줄이는 방안을 선택했다. 업계에서는 저가주 관리 강화와 투자심리 개선을 위한 조치로 보고 있다.

 

이러한 압박은 전통적인 화장품 기업뿐 아니라 뷰티 사업을 신성장동력으로 육성하는 기업들에게도 예외가 아니다. 대표적으로 모나미 역시 실적 부진과 시가총액 감소가 겹치면서 상장 유지 부담이 커지고 있다. 모나미의 시총은 이달 초 한때 강화된 기준선인 300억 원 아래로 떨어졌으나 이른바 '애국투자'에 나선 개인투자자들의 매수세가 유입되며 300억 원대를 다시 회복했다. 다만 일시적인 주가 반등만으로는 근본적인 실적 개선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질수록 자금은 결국 실적과 경쟁력을 입증한 기업으로 집중될 가능성이 크다”며 “K-뷰티 테마에 기대 투자하기보다는 수익성과 성장성, 재무건전성을 기준으로 기업을 선별하는 옥석 가리기가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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