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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

AI로 무장한 C-뷰티, 안방서 대약진…로컬 브랜드 성장에 K-뷰티 전략 재점검

원료 발굴부터 처방 설계까지 AI 활용 확대, 기술 경쟁 시대 본격화
내수 회복에도 수입 화장품은 감소…'성분 중심 소비'가 시장 재편

 

[코스인코리아닷컴 김세화 기자] 중국 화장품 기업들이 인공지능(AI)을 앞세워 연구개발(R&D) 경쟁력을 빠르게 끌어올리고 있다. 원료 발굴부터 처방 설계, 소비자 트렌드 분석에 이르기까지 AI 활용 범위가 확대되면서, 로컬 브랜드의 기술 경쟁력이 한 단계 진화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내수 소비 회복 속에 소비자들의 구매 기준이 '브랜드'에서 '성분과 효능' 중심으로 이동한 점도 시장 판도를 흔들고 있다. 수입 화장품 비중은 줄어든 반면, 기술력과 성분 경쟁력을 다진 로컬 브랜드의 세는 확연히 커졌다. AI 기반 기술 혁신과 소비 트렌드 변화가 맞물리며 중국 화장품 시장이 본격적인 전환기에 진입했다는 분석이다. 

 

28일 블룸버그 통신은 중국 화장품 업계가 AI를 활용해 제품 개발 속도를 획기적으로 단축했다고 보도했다. 대표적인 사례로 중국 화장품 기업 얏센(Yatsen)은 지난해 11월 광군제를 앞두고 PDRN 성분을 적용한 신제품 세럼을 출시했다. 일반적으로 2년 이상 걸리는 개발 과정을 AI를 활용해 6개월로 단축했고, 50개 이상의 원료 후보군을 단 1주일 만에 3개로 압축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화장품 기업들의 AI 활용은 단순한 업무 효율화 수준을 넘어 R&D 전반으로 확대되고 있다. AI는 소셜미디어(SNS)와 전자상거래 플랫폼에 축적된 방대한 소비자 데이터를 분석해 새로운 트렌드를 발굴하고, 신원료 후보 물질을 탐색하며, 성분 조합의 효능까지 예측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중국 대표 화장품 기업 프로야(Proya)는 AI 기반 분자 스크리닝 기술을 활용해 탈모 예방 후보 물질을 발굴하고 있으며, AI가 찾아낸 펩타이드를 주력 스킨케어 제품에 적용할 계획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기존 방식 대비 후보 물질 탐색 시간을 100분의 1 수준으로 단축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바이오테크 기업들도 AI 기술을 앞세워 화장품 산업의 연구개발 혁신을 가속화하고 있다. 로레알의 투자를 받은 중국 바이오기업 베민신(Veminsyn)은 AI를 활용해 100만 개 이상의 콜라겐 단편을 분석한 뒤 유망 후보 물질 7개를 선별했으며, 이 가운데 3개 성분을 상용화했다. 또 다른 바이오기업 보타 바이오사이언스(Bota Biosciences)는 AI와 합성생물학 기술을 결합해 화장품 신원료 개발 기간을 기존 수년에서 1년 안팎으로 단축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정부의 규제 개편도 신원료 개발 경쟁을 뒷받침하고 있다. 중국은 2021년 화장품 원료 관리 제도를 개편해 기존의 장기간 심사 중심 체계에서 신고 방식 중심으로 전환했다. 이에 따라 신규 원료 등록 절차가 크게 간소화됐으며, 이후 중국에서 신고된 신규 화장품 원료는 약 500개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04년부터 2021년까지 승인된 신규 원료가 14개에 불과했던 것과 비교하면 급격한 증가다.

 

업계에서는 AI 기술 발전과 제도적 지원이 맞물리면서 중국 화장품 산업의 경쟁 구도가 근본적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과거 중국 브랜드가 가격 경쟁력과 애국 소비를 기반으로 성장했다면, 이제는 독자적인 성분 개발과 기술력을 앞세워 소비자를 설득하는 단계로 진입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러한 흐름 속에 중국 소비자들의 구매 기준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피부장벽 강화, 민감성 피부 케어, 안티에이징, 항산화 등 기능성 효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성분 경쟁력이 곧 브랜드 경쟁력을 이어지는 시장으로 진화한 것이다. 시장조사업체 민텔(Mintel)에 따르면 중국 소비자의 35%가 화장품 구매 전 성분을 직접 확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미국이나 영국보다 높은 수준이다. 

 

AI 투자 확대의 배경에는 최근 회복세를 보이는 중국 내수 시장도 자리하고 있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지난 6월 화장품 소매판매액은 456억 위안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6% 증가했다. 이는 올해 들어 가장 높은 증가율이자 최근 10년간 6월 기준 최고 수준이다. 상반기 누적 판매액은 2,445억 위안으로 전년 대비 6.3% 증가하며 전체 소비시장 증가율을 크게 웃돌았다.

 

 

업계에서는 증가한 소비 수요의 상당 부분을 중국 로컬 브랜드가 흡수한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프로야, 위노나(Winona), 퍼펙트다이어리(Perfect Diary) 등 중국 브랜드들은 최근 수년간 기능성 스킨케어 시장을 중심으로 빠르게 성장하며 점유율을 확대해 왔다.

 

중국 브랜드들은 최근 몇 년간 공격적인 프리미엄 전략을 추진해 왔다. 과거 저가 이미지를 벗어나 글로벌 브랜드와 직접 경쟁할 수 있는 가격대를 형성하기 시작한 것이다. 프로야는 대표 제품군 가격을 40% 이상 인상했고, 퍼펙트다이어리는 학생용 저가 브랜드 이미지를 벗어나 일부 제품 가격을 기존 대비 수배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위노나 역시 주요 제품 가격을 크게 높이며 프리미엄 시장 공략에 나섰다.

 

다만, 가격 인상과 기술 투자에도 불구하고 수익성은 기대만큼 개선되지 못하고 있다. 프로야의 주력 브랜드 매출은 지난해 감소세를 기록했고, 위노나의 모회사 보타니(Botanee)는 상장 이후 처음으로 연간 매출 감소를 경험했다. 퍼펙트다이어리의 모회사 얏센 역시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재조합 콜라겐 시장을 선도하는 자이언트 바이오진(Giant Biogene)도 매출 성장세 둔화와 함께 이익 증가폭이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는 이 같은 현상의 가장 큰 원인으로 급증하는 고객 확보 비용(Customer Acquisition Cost)을 꼽는다. 중국 화장품 시장은 더우인, 샤오홍슈, 티몰, 라이브커머스 등 다양한 채널에서 동시에 경쟁이 이뤄지고 있다. 이 때문에 브랜드들은 소비자 접점을 확보하기 위해 광고와 인플루언서 마케팅, 라이브 방송, 오프라인 체험 공간 운영 등에 막대한 비용을 투입한다. 

 

일례로 얏센은 지난해 43억 위안의 매출을 기록했지만, 판매·마케팅 비용으로만 28억 5,000만 위안을 지출했다. 플랫폼 수수료만 5억 위안을 넘어서며 전년 대비 40% 이상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격 인상으로 확보한 수익 상당 부분이 다시 마케팅 비용으로 투입되고 있는 셈이다.

 

더 큰 문제는 소비자의 정보 습득 방식이 달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유명 왕홍(인플루언서)의 추천이나 광고가 구매 결정에 큰 영향을 미쳤지만, 최근에는 성분 분석 콘텐츠와 피부과 전문의 의견, 커뮤니티 후기 등이 소비자 선택에 더 큰 영향을 주고 있다.

 

이와 관련해 청징(Cheng Jing) 얏센 최고과학책임자(CSO, Chief Scientific Officer)도 "중국 소비자들은 이제 화장품과 보톡스, GLP-1, 성형외과를 비교하며 임상 결과를 요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브랜드 입장에서는 더 많은 비용을 투입해야 하지만 소비자 담론에 대한 통제력은 오히려 약해지고 있는 구조다.

 

이제 중국 화장품 기업들은 유행 성분을 빠르게 따라가는 전략에서 벗어나 독자 성분 개발과 임상 검증, 브랜드 생태계 구축에 집중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수정하고 있다. AI를 활용한 소비나 니즈 분석과 그에 맞는 신원료 개발 역시 이러한 흐름의 연장선상에 있다는 평가다.

 

이 같은 변화 속에서 수입 화장품의 입지는 오히려 좁아지고 있다. 소비 회복의 수혜가 해외 브랜드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중국 해관총서 통계에 따르면 올해 6월 중국의 상위 5개 화장품 수입국 수입액은 총 68억5,582만 위안으로 전년 동기 대비 7.3% 감소했다. 같은 기간 한국산 화장품 수입액은 11.2%, 일본산 화장품은 8.4% 줄었다. 화장품 소비는 두 자릿수 증가했지만 수입은 감소하는 이례적인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국내 기업의 경우, 중국 현지에서 사업을 전개하는 국내 ODM 기업의 실적이 개선 흐름을 보이고 있다. 코스맥스의 올해 1분기 중국 법인 매출은 1,947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9.6% 증가하며 분기 기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중국 신생 브랜드들의 신제품 출시 확대와 고객사의 판매 채널 다변화가 실적 성장을 견인했다. 한국콜마 역시 중국 법인을 중심으로 두 자릿수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업계에서는 이를 과거와 같은 '중국 특수'의 재현으로 해석하기는 어렵다고 보고 있다. 중국 시장에서 성과를 내고 있는 국내 ODM 기업 역시 한국 브랜드보다는 중국 로컬 브랜드의 성장 수혜를 받고 있는 측면이 크기 때문이다.


더욱이 글로벌 K-뷰티 수출 흐름과 비교하면 중국 시장의 회복 속도는 아직 제한적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미국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46% 증가했고 캐나다는 94% 늘었다. 유럽에서도 폴란드 45%, 영국 114%, 네덜란드 289%, 스페인 89%, 독일 69% 등 높은 성장세가 이어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중국 화장품 산업이 단순한 생산기지를 넘어 기술 혁신 중심 산업으로 진화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특히 견고한 내수 시장을 기반으로 AI를 활용한 연구개발 체계가 본격적으로 구축될 경우, 중국 기업들의 기술 자립도와 글로벌 경쟁력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소비 회복과 기술 혁신이라는 두 가지 성장 동력을 확보한 C-뷰티가 향후 글로벌 화장품 산업에서 새로운 경쟁자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지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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