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인코리아닷컴 김세화 기자] K-뷰티 산업을 국가 차원에서 체계적으로 육성·지원하기 위한 법적 기반이 마련됐다. 화장품의 안전·품질관리 중심으로 운영돼 온 기존 법체계에 더해 연구개발, 수출·판로, 인력양성, 지역산업 육성 등 산업 전반을 아우르는 육성체계가 구축될 것으로 기대된다.
21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전날 '화장품산업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제정법률안(이하 화장품산업육성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해당 법안은 화장품 제조·판매뿐 아니라 연구개발(R&D), 원료·용기, 유통·수출 등 화장품산업 전반을 국가 차원에서 체계적으로 육성·지원하는 추진체제 구동을 골자로 한다.
우리나라 화장품 수출은 2025년 역대 최대 규모인 114억 달러를 기록하며 세계 2위 수준으로 성장했다. 올해도 상반기 수출이 전년 동기 대비 27.3% 증가하며 역대 최대치를 경신하는 등 글로벌 시장에서의 성장세를 이어갔다. 6월 기준 누적 수출액도 농수산식품을 제치고 5대 유망 소비재 가운데 1위로 올라섰다.
그러나 그동안 화장품 관련 법체계는 안전성 확보와 품질관리에 중점을 둔 '화장품법'이 주축을 이루면서 산업 육성을 지원하기 위한 근거가 미흡했다. 이에 화장품 업계에서는 중소기업의 비중과 역할이 큰 업종의 특성을 고려해, 산업 전반을 체계적으로 육성·지원하기 위한 별도의 법적 기반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이번 법안은 별도로 발의된 두 건의 법률안을 통합·조정해 마련됐다. 앞서 지난해 12월 이수진 의원이 '화장품산업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했으며, 송재봉 의원도 지난 4월 '화장품산업 지원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했다. 이후 제434회 국회 임시회 법안심사제1소위원회는 올해 4월 28일 두 법률안을 함께 심사한 뒤 이를 통합·조정해 위원회 대안을 마련하였고, 해당 법안이 20일 본회의를 통과한 것이다.
화장품산업육성법은 국무회의 상정·의결을 거쳐 공포되며, 공포 후 1년이 지난 날부터 시행된다. 보건복지부는 법 시행에 앞서 산업계와 전문가, 관계부처 등의 의견을 수렴해 시행령, 시행규칙 등 하위법령을 마련할 계획이다.
'화장품산업육성법' 제정법률안 주요 내용
제정 법률안에서는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관계 기관의 역할을 구체적으로 규정해 화장품산업 육성을 위한 실행체계를 정비했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화장품산업의 기반 조성과 경쟁력 강화를 위한 시책을 수립·시행하고, 이를 추진하기 위한 행정적·재정적·기술적 지원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또한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 장관은 화장품산업의 발전 기반과 국제 경쟁력 강화를 위해 5년마다 '화장품산업 육성 및 지원 종합계획'을 수립한다. 종합계획은 보건복지부 장관 소속의 화장품산업 육성·지원위원회(이하 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확정되며, 관계 중앙행정기관의 장은 이에 따라 매년 시행계획을 수립·시행해야 한다.
아울러 종합계획과 시행계획의 효율적인 수립·추진을 위해 3년마다 화장품산업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공표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개별 지원사업 중심이었던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중장기 계획 수립부터 연도별 사업 실행, 실태조사를 통한 정책 점검까지 이어지는 ‘계획-실행-환류’의 체계적인 산업 육성·지원 기반이 마련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법률안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혁신형 화장품기업 인증제도다. 법률안에 따르면 화장품 R&D에 일정 규모 이상의 금액을 투자하거나, 해외진출 역량과 관련해 일정 기준을 충족하는 기업은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인증을 신청할 수 있다. 인증 대상이 되는 투자액 기준, 기업의 유형, 지원방법 등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했다.
보건복지부 장관은 위원회 심의를 거쳐 혁신형 화장품기업을 인증하며, 인증 유효기간은 3년이다. 혁신형 화장품기업으로 인증받은 기업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화장품산업 지원사업 등에서 우대받을 수 있는 근거도 마련됐다.
R&D 지원도 강화된다. 이번 법률안에서는 정부가 화장품 품질평가 기반 구축을 비롯해 데이터 기반 연구, 인공지능(AI)·디지털 기술을 융합한 혁신사업 등 R&D 사업을 추진·지원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 해외시장 진출을 촉진하기 위한 시험·평가 및 관련 연구, 친환경 원료 등 환경친화적 기술 개발에도 필요한 비용을 지원할 수 있도록 했다.
산업 인프라 조성과 인력 양성에 대한 조항도 포함됐다. 또 화장품산업 종합지원센터를 설치·지정해 기업의 산업 육성과 시장 진출을 지원할 수 있도록 했다. 원료·용기 산업의 기반 강화, 유통구조 개선과 판로 지원, 수출 경쟁력 강화 및 해외시장 진출을 위한 사업의 추진 근거도 마련했다.
이와 함께 화장품산업 육성·지원에 필요한 자료와 정보를 효율적으로 관리·제공하기 위한 화장품산업통합정보시스템을 구축하고, 국내 화장품 브랜드의 상표권 등 지식재산권 보호를 위해 주요 수출국 및 국제기구와 협력체계를 운영할 예정이다.
아울러 화장품산업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중소기업과 중견기업에 관한 지원을 우대할 수 있는 법적 근거도 마련했다. 또한 연구개발 기능 등을 종합적으로 수행하는 화장품산업 클러스터를 지정할 수 있도록 해, 기업과 대학·연구기관 간 협업을 촉진하고 시험·인증 등 공동 인프라를 구축·운영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이를 통해 개별 기업에 대한 지원을 넘어 연구개발과 생산·사업화, 시험·인증 등이 연계되는 산업 생태계 조성을 지원한다는 취지다.
이번 법 제정은 규제와 관리에 초점을 둔 기존 '화장품법'에 더해 산업의 육성과 진흥에 방점을 찍은 또 하나의 제도적 축이 마련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기존 '화장품법'이 식품의약품안전처를 중심으로 화장품의 안전성 확보와 품질관리, 영업 관련 규율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번 법률안은 보건복지부를 중심으로 R&D, 인력 양성, 수출·판로 지원, 인프라 구축 등 산업 경쟁력 강화에 필요한 정책을 체계화했다.
이에 따라 실제 현장에서 정책을 수행할 운영기구의 역할을 어떻게 정립할 것인지가 주요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현재 보건복지부의 화장품 산업 지원정책은 산하 공공기관인 한국보건산업진흥원과 사단법인 형태의 대한화장품산업연구원으로 이원화되어 추진되고 있다.
법률안에는 혁신형 화장품기업 인증을 비롯해 R&D 정보의 수집·관리, 전문인력 양성기관, 화장품산업 종합지원센터, 통합정보시스템 운영 등을 담당할 전담·전문기관을 지정·운영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됐다. 혁신형 화장품기업 인증 전담기관의 경우, 법률안에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명시되어 있으나, 그 밖의 기능은 향후 하위법령 제정 후 별도의 공모·지정 절차를 통해 구체화될 것으로 보인다.
법률안에 따르면 기능에 따라 기존 유관기관뿐 아니라 대학이나 민간연구소 등도 지정·위탁 대상이 될 수 있는 만큼, 기존 정책을 수행해 온 운영기관과 신규 진입하는 협력기관 간 역할을 어떻게 연계하고 조정할지가 향후 과제로 꼽힌다. 법 제정의 실효성을 높이려면 기관별 전문성을 살리면서도 기능 간 중복을 최소화하고 기업에 대한 지원이 유기적으로 이어지는 전달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평가다.
법률안에는 혁신형 화장품기업 인증(제16조)을 비롯해 R&D 정보의 수집·관리(제21조), 전문인력 양성(제23조), 화장품산업 종합지원센터(제24조), 통합정보시스템 운영(제29조) 등을 담당할 전담·전문기관을 지정·운영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됐다. 혁신형 화장품기업 인증 전담기관의 경우 법률안에 기관명이 명시된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유력한 가운데, 그 밖의 기능은 향후 하위법령과 정부의 지정 절차를 통해 구체화될 예정이다.
기능에 따라 기존 유관기관뿐 아니라 대학이나 민간연구소 등도 지정·위탁 대상이 될 수 있는 만큼, 기존 화장품산업 지원사업을 수행해 온 공공·민간 전문기관과 대학·연구기관 등의 역할을 어떻게 연계하고 조정할지가 향후 과제로 꼽힌다. 기관별 전문성을 살리면서도 기능 간 중복을 최소화하고 기업에 대한 지원이 유기적으로 이어지는 전달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법 제정의 실효성을 높이는 데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법률안은 지방정부를 화장품산업 육성의 주체로 명시(제3조)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국가와 지자체가 화장품산업의 기반 조성과 경쟁력 강화를 위한 시책을 수립·시행하고 행정적·재정적·기술적 지원방안을 마련하도록 한 만큼, 화장품산업 육성이 중앙정부의 개별 지원사업에 그치지 않고 지역 단위 산업정책으로 확장될 수 있는 제도적 근거가 마련된 셈이다.
특히 5극 3특을 기반으로 전 국토의 산업 재편이 추진되는 가운데, 화장품산업 역시 지역의 전략산업과 연계해 육성할 수 있게 됐다. 지역 주도의 대학 지원체계인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RISE·Regional Innovation System & Education)가 지역전략산업과 연계한 인재양성·R&D, 취·창업 및 산학협력을 강조하고 있는 만큼, 향후 지자체가 지역 화장품기업과 대학·연구기관을 연계해 전문인력 양성부터 R&D, 취업·창업까지 이어지는 사업을 추진할 가능성도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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