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인코리아닷컴 김세화 기자]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이 역대 최대 규모로 늘면서 K뷰티의 소비지형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인바운드 관광객의 소비 규모가 커지는 가운데, 수혜 업종과 지역이 확대되는 양상이다. 의료관광은 의료 인프라가 집중된 수도권으로 소비가 쏠리는 반면, 소비재 쇼핑은 부산·경주·제주 등 주요 관광지로 접점이 넓어지고 있다. 면세점 중심이었던 외국인 쇼핑도 일반 매장으로 확대되는 모습이다.
28일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올해 1~8월 방한 외국인 관광객은 전년 동기 대비 21.6% 증가한 1,505만 명을 기록했다. 8월 한 달 동안 한국을 찾은 외국인은 225만 명으로 월간 기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관광객 증가와 함께 소비 규모도 커졌다. 올해 1~8월 외국인의 관광 분야 카드 소비액은 14조 180억 원으로 같은 기간 48.5% 증가했다. 관광객 수 증가보다 소비 증가세가 더 가파르게 나타나면서 방한 관광객의 국내 소비시장도 빠르게 확대되는 모습이다.
국가·지역별로는 중국이 전년 동기 대비 29% 증가한 482만 명으로 가장 많았고 일본 270만 명(+17.5%), 대만 166만 명(+32.2%)의 순으로 집계됐다. 동남아에서는 인도네시아가 29만 5,000명으로 22.5% 증가했고 필리핀·베트남 등도 두 자릿수 성장률을 보였다.
이러한 증가세에는 방한 수요를 높이기 위한 입국 절차 완화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올해 동남아 11개국과 중국을 대상으로 5년 복수사증 발급을 확대하고, 인도네시아 단체관광객에 대해서는 무비자 입국을 시범 시행하는 등 방한 편의를 높였다. 중국인 단체관광객에 대한 한시적 무비자 입국도 지난해 9월부터 시행돼 올해 6월까지 이어지면서 중국인 관광객의 방한 회복을 뒷받침했다.
눈에 띄는 변화는 관광객의 이동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문체부에 따르면 올해 8월까지 지방공항을 통해 입국한 외국인은 283만 명으로 전년보다 38.2% 증가했다. 외국인 관광객이 방문하는 지역이 확대되면서 K뷰티 소비의 무대도 서울에서 지방 주요 관광지로 넓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대표적인 곳이 부산이다. 올해 상반기 부산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전년 동기 대비 43.9% 증가했다. 같은 기간 부산 올리브영 매장을 방문한 외국인 고객은 74.2% 증가했으며, 외국인 매출은 82.3% 늘었다. 외국인 관광객 증가율을 웃도는 속도로 K뷰티 매장 방문과 소비가 늘어난 셈이다.
실제로 올리브영은 부산을 단순한 점포 확대 지역이 아니라 외국인 관광객을 겨냥한 핵심 상권으로 보고 있다. 부산 지역 78개 매장 가운데 22개를 글로벌관광상권 매장으로 운영하고 있으며, 남포동, 광안리 등 외국인 관광객의 방문이 많은 지역을 중심으로 대형 매장과 특화 매장을 확대하고 있다. 특히 남포동에 들어선 대형 매장은 약 900평 규모로 조성됐으며, 피부 진단과 퍼스널컬러 등 체험형 서비스도 강화하고 있다.
정부 차원에서도 외국인 관광객이 찾는 지역을 K뷰티의 새로운 해외 진출 거점으로 육성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지난 달 경주와 제주를 ‘K-뷰티 수출거점 육성사업’ 대상 지역으로 선정했다. 두 지역을 외국인 관광객과 K뷰티 기업을 연결하는 거점으로 삼아 수출 거점 인프라를 구축하고 팝업스토어·체험관 운영, 해외 바이어 상담, 인증·통관·물류 등 수출 관련 지원을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올리브영은 부산을 단순한 점포 확대 지역이 아니라 외국인 관광객을 겨냥한 핵심 상권으로 보고 있다. 부산 지역 78개 매장 가운데 22개를 글로벌관광상권 매장으로 운영하고 있으며, 남포동과 광안리 등 외국인 관광객의 방문이 많은 지역을 중심으로 대형 매장과 특화 매장을 확대하고 있다. 특히 남포동에 들어선 대형 매장은 약 900평 규모로 조성됐으며, 피부 진단과 퍼스널컬러 등 체험형 서비스도 강화하고 있다.
외국인 관광객 유입도 증가세다. 경주는 올해 상반기 외국인 방문객이 70만7,197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9.0% 늘었다. 지난해 제주를 찾은 외국인 관광객도 224만2,187명으로 전년 대비 17.7% 증가했다. 관광객이 실제로 찾는 지역에 K뷰티 체험과 수출 인프라를 결합해 인바운드 소비를 해외 재구매와 수출로 연결하겠다는 구상이다.
경주는 관광객의 ‘체험·구매’ 접점으로 활용된다. 경북도는 경주 황리단길과 금리단길 일원에 K뷰티 상시 거점 스토어와 체험형 팝업스토어, 바이어 상담 공간 등을 조성할 계획이다. 인공지능(AI) 피부진단과 퍼스널 케어, 제품 체험·구매 등을 통해 관광객의 반응과 구매 데이터를 확보하고 이를 제품 개선과 수출로 연결한다는 전략이다.
제주는 천연자원과 생산 기반을 활용한 K뷰티 거점으로 육성된다. 제주가 보유한 천연원료와 연구·생산 인프라를 바탕으로 제품 개발과 생산을 지원하고, 관광객이 현지에서 제품을 경험한 뒤 귀국 후에도 재구매할 수 있도록 해외 유통과 연계하는 구조를 구축할 계획이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수도권은 의료관광을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28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조계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관광공사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외국인 환자 유치 실적은 2023년 25만 3,309명에서 2024년 40만 4,871명, 2025년 49만 3,128명으로 증가했다.
의료기관 소재지를 기준으로 한 외국인 의료업종 방문 비율에서 수도권 비중은 2021년 72.9%에서 2025년 91.2%까지 높아졌다. 외국인의 의료 관련 방문 10건 가운데 9건 이상이 수도권에서 이뤄진 셈이다. 서울의 외국인 의료업종 건당 소비액도 2021년 25만 원에서 2025년 50만 3,000원으로 증가했다. 반면 전남은 같은 기간 13만 3,000원에서 8만 1,000원으로 감소해 지역 간 소비 격차가 크게 나타났다.
인바운드 관광객의 소비 변화는 면세점 시장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외국인 관광객이 늘고 관광 분야 카드 소비가 크게 증가하고 있지만, 면세점 매출은 과거의 전성기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소속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이 관세청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내 면세점 전체 매출은 2021년 17조 8,335억 원에서 2025년 12조 5,339억 원으로 29.7% 감소했다. 특히 중국인 면세점 매출은 같은 기간 16조 7,479억 원에서 8조 2,316억 원으로 50.9% 줄었다.
면세점 이용객 1인당 평균 매출액도 2021년 263만 4,000원에서 2025년 42만 5,000원으로 크게 감소했다. 반면 일반 매장에서 상품을 구매한 외국인에게 세금을 환급하는 사후면세 시장은 확대되고 있다. 외국인의 사후면세 환급액은 2022년 334억 원에서 2025년 4,131억 원으로 증가했으며, 올해는 8월까지 4,044억 원을 기록했다.
이 같은 변화는 외국인 관광객의 소비가 관광 목적과 지역 특성에 따라 다각적인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수도권에는 의료관광을 중심으로 고부가 서비스 소비가 집중되고, 비수도권에서는 지역의 관광자원과 K뷰티를 결합한 체험형 소비가 확대되고 있다. 면세점 중심이었던 외국인 쇼핑도 일반 매장으로 접점이 넓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외국인 관광객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관광객 수 자체보다 어디에서 무엇을 경험하고 소비하는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K뷰티 업계 역시 기존의 관광상권에만 의존하기보다 인바운드 관광객의 소비 접점을 고려한 유통·마케팅 전략을 마련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는 진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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