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인코리아닷컴 장미란 기자] 화장품 업계에 인수합병(M&A)을 통한 지각변동이 계속되고 있다. 조용히, 그러나 확실하게 변화의 물결을 타고 있는 화장품 업계의 M&A 현황을 분석했다.
화장품 업계를 뜨겁게 달군 M&A 열풍은 2010년부터 본격화됐다. 화장품 시장에 M&A설이 돌 때마다 에이블씨엔씨(078520)나 코리아나화장품(027050), 한국화장품(123690) 등 중견 화장품 기업이 언급되는 일이 심심찮게 일어나고 있다.
화장품 업계 M&A ‘명암’
실제 M&A가 이뤄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 대표적인 예가 LG생활건강(051900)이다. LG생활건강은 M&A로 사업 기반을 확대하는 전략을 써왔다. 지난 2010년 더페이스샵을 4,667억원에 인수해 원브랜드숍 시장에서 도약의 기회를 마련했고 2012년에는 보브를, 2014년에는 ‘차앤박화장품’으로 알려진 CNP코스메틱을 인수해 코스메슈티컬 시장에 본격 진출했다.
또 지난 2015년에는 색조화장품 생산업체 제니스의 지분 70%를 100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색조 화장품 시장에서 경쟁력을 높이기에 나섰다.
최근에는 대표 브랜드인 ‘후’에 대한 안정적인 원료 공급을 위해 한방화장품 원료업체인 ‘오비엠랩’을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아모레퍼시픽(090430)도 사업 다각화를 위해 인수합병 전략을 활용했다. 지난 2011년 프랑스 명품 향수 브랜드인 ‘아닉구딸’을 인수해 향수 시장을 확대했다. 이는 국내 기업 가운데 처음으로 해외 뷰티 브랜드를 인수한 사례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화장품 기업 M&A 추진 현황
한불화장품도 사업 확장을 위해 인수합병 전략을 선택했다. ‘달팽이크림’의 성공을 기반으로 상장을 준비 중인 잇츠스킨(226320)의 최대 주주인 한불화장품은 달팽이 크림 이후 신규 브랜드 개발과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해 2015년 12월 애경그룹의 아토피 화장품 전문회사인 ‘네오팜’을 727억원에 인수했다.
그런가하면 ‘꽃을 든 남자’ 브랜드를 주력하는 하는 소망화장품은 지난 2011년 KT&G(033780)의 품에 안겼다. KT&G가 소망화장품의 지분 60%를 약 600억원에 인수한 것이다. 이후 KT&G는 2015년 증자 단행으로 지분율을 97%까지 끌어올리며 화장품 사업을 본격화했으나 성과를 내지 못했다.
이에 최근 소망화장품과 화장품 브랜드 ‘동인비’를 운영하는 계열사 KGC라이프앤진을 합병하는 방안을 고려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M&A로 던지는 화장품 시장 출사표
K-뷰티 열풍에 힘입어 이종 산업의 화장품 시장 진출 행보도 바빠지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이종 산업의 화장품 시장 진출 방안으로 M&A가 주로 활용되고 있다.
골판지 사업을 하던 산성앨엔에스는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기 위해 2005년 바이오기업 ‘프로스테믹스’ 지분을 인수한데 이어 2011년 프로스테믹스의 자회사인 ‘리더스코스메틱’을 합병하며 화장품 사업을 본격화했다. 이후 산성앨엔에스는 마스크팩의 성공을 기반으로 승승장구했고 2015년 줄기세포 화장품 기업 프로스테믹스를 인수합병했다.
화장품 사업의 성공은 산성앨엔에스의 간판까지 바꿨다. 산성앨엔에스는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 골판지사업 부문과 화장품사업 부문의 기업분할을 승인하고 존속회사인 산성앨엔에스는 상호를 리더스코스메틱(016100)으로 변경, 글로벌 코스메슈티컬 기업으로의 새로운 출발을 알렸다.
또 석유화학 전문업체 SKC(011790)는 2014년 화장품 원료업체 바이오랜드(052260) 이택선 회장 외 특수관계인의 지분 13.8%(207만 484주)를 393억원에 인수해 전체 지분의 23.6%를 확보, 최대주주가 됐다.
화장품 산업의 황금기가 찾아온 2015년 이종 산업의 화장품 기업 M&A가 본격화됐다. 바이오 회사 셀트리온(068270)은 2015년 BB크림으로 유명한 ‘한스킨’을 인수, 셀트리온스킨큐어로 사명을 변경하고 코스메슈티컬 시장에 뛰어 들었다.
IT, 반도체 업체인 솔브레인(036830)은 2015년 9월 마스크팩 제조사인 제닉(123330)의 최대주주인 유현오 대표가 보유하고 있는 주식 1602431주(전량)을 700억원에 인수, 최대주주가 됐다.
아미코젠(092040)은 화장품 제조업체 스킨메드의 지분 43.82%를 21억에 인수했다. 도시광산업을 주력 사업으로 하고 있는 코스닥 업체인 금성테크(058370)는 화장품 제조업체인 스킨케어의 주식 1만주(지분율 100%)를 47억원에 취득했다. 취득 후 소유 지분율은 100%이며 스킨케어는 금성테크의 종속회사로 편입됐다.
미스터 피자로 유명한 MPK(065150)는 사업 다각화 차원에서 화장품 전문기업인 한강인터트레이드의 지분 80% 228억원에 인수했다.
코스닥 상장사인 보타바이오(026260)는 화장품 수입판매와 제조업체인 카바라인(옛 씨엠엑스)의 지분 70%와 화장품 수출입 도소매업체 드림스킨코리아 지분 51%를 각각 19억원, 5억원에 인수하며 화장품 사업을 본격화하고 나섰다.
보타바이오는 2016년 2월 SM면세점 드라마몰에 입점, 고급 화장품 ‘미리미’와 보급형 화장품 ‘닥터리 시리즈’를 주력으로 선보였다.
올해 들어서도 화장품 업계의 M&A 열풍은 식을 줄 모르고 있다. 지난 4월 고기능 첨단화학소재 제조업체인 에스에스컴텍(036500)이 화장품 제조업체 엠비엠코리아의 지분 53.6%를 31억 6,600만원에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또 5월에는 산업용 축전지 판매업체인 코디에스(080530)가 화장품 제조 판매업체인 마린코스메틱의 주식 5만주(지분 100%)를 114억원에 양수하기로 했다.
글로벌 기업, K-뷰티에 ‘주목’
국내 기업 뿐 아니라 중국을 비롯한 글로벌 업체들도 K-뷰티 열풍에 휩싸인 국내 화장품 기업들에 관심을 내비치고 있다.
글로벌 화장품 기업인 에스티로더는 K-뷰티 열풍을 경계, 국내 화장품 기업에 대한 투자를 고민하던 중 첫 투자 상대로 스킨케어 브랜드 닥터자르트(Dr.Jart+)와 남성 화장품 브랜드 DTRT의 대주주인 해브앤비를 선택했다. 이에 지난 2015년 10월 윌리엄 로더 에스티로더 컴퍼니즈 회장이 직접 서울을 방문해 해브앤비 이진욱 대표와 지분 투자 계약서에 서명했다.
윌리엄 로더 회장은 “글로벌 소비자들이 한국을 뷰티 분야의 트렌드를 선도하는 시장으로 보고 있어 관심을 가져 왔다”며 “닥터자르트가 글로벌 시장에서 성장하는 데 지원과 자문을 제공할 수 있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미국 화장품 원료 개발, 생산 전문 기업인 잉글우드랩은 무선인터넷 기반의 솔루션 개발업체인 포인트아이와의 전략적 투자를 통해 화장품 사업에 진출했다. 포인트아이는 2015년 9월 배우 고현정이 최대주주인 연예기획사 아이오케이컴퍼니와 합병을 결정, 상호를 아이오케이컴퍼니로 변경했다.
최근에는 골드만삭스가 운용하는 사모펀드(PEF)가 화장품 브랜드 AHC와 샤라샤라, 비비토, 언니레시피 등을 운영하고 있는 카버코리아를 약 5,200억원에 인수할 계획으로 알려져 화장품 업계를 놀라게 했다. 인수가 이뤄질 경우 역대 국내 화장품 업체 M&A 가운데 최대 규모로 기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