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니스프리와 선데이가 콜라보레이션을 했냐구요? 아뇨 안했습니다”
아모레퍼시픽의 자연주의 화장품 브랜드 이니스프리가 중소 디자인업체 선데이(5unday)의 도트(dote) 노트 디자인 ‘표절 시비’로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지난 4월 9일 선데이는 자사 페이스북에 선데이가 지난 2011년 만든 도트 노트와 이니스프리가 지난 3월 제주하우스 오픈을 기념해 제작한 도트 노트의 비교 사진을 올리고 이니스프리가 자사 디자인을 표절했다고 주장했다.
선데이는 페이스북에서 “이니스프리 측에서 어떤 연락도 받지 못했다. 우연히 제주 오설록 이니스프리 매장에서 이 제품을 발견했을 뿐”이라며 “남다른 노트를 만들고자 노력했던 시간을 도둑맞은 느낌입니다”라고 밝혔다.
이니스프리는 즉각 억울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니스프리는 해당 페이스북 내용을 확인한 후 선데이 측을 방문, 표절이 아니라는 입장을 전달하고 선데이 페이스북에 이니스프리의 주장을 게재해 줄 것을 요청했다.
선데이 측은 이를 받아들여 이니스프리의 해명을 4월 11일 페이스북에 실었다. 이니스프리는 이날 해명글에서 자사 도트 노트 디자인 기획 과정을 설명하고 다른 한 업체와 공동작업한 사실도 밝혔다. 이후 이니스프리는 표절 시비가 원만히 해결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 이니스프리가 자사 디자인을 표절했다고 주장한 선데이 페이스북. |
선데이는 11일 페이스북에 “저희 선데이는 진위여부를 직접 가리기 보다는 이니스프리 측에서 저희에게 주신 제품자료를 가감없이 올려 판단을 대중에게 맡기도록 하겠습니다”라고 남겼다. 스스로 주장한 표절에 대한 판단을 대중에게 맡긴 것이다.
선데이와 이니스프리 양측의 주장을 모두 보고 들은 ‘대중’들의 판단은 ‘이니스프리가 선데이의 디자인을 표절했다’는 것이다.
지난 9일은 물론 11일 이니스프리의 해명글 이후에 올라온 수많은 페이스북 댓글은 모두 이니스프리가 선데이 디자인을 표절한 것이 틀림없다는 의견들뿐이다. 또 이니스프리가 공동작업한 업체에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고 비판하는 댓글도 있다. 선데이에 자세한 법적 조언을 해주는 글도 눈에 띈다.
현재 선데이 페이스북에는 “베낄려면 기부까지 베끼던가” “근데 베낌에도 불구하고 이니스프리의 노트 퀄리티는 안습이네” “아이디어까지는 그렇다쳐도 그 수많은 색 중 어떻게 그 두 가지 색을 똑같이 조합해서 쓸 수 있는지요. 텔레파시라도 통했나? 겁나 뻔뻔하네” “스탠다드넘버와 공동작업에 있어서 책임을 전가하는 느낌이 들어 좋지 않네요 (중략~) 디자인이 도트랑 너무나도 비슷한 것 같아요” 등의 댓글이 수십 개 이상 달려 있다.
아직은 한 작은 업체의 페이스북 상에서 벌어지고 있는 ‘논란’에 불과하지만 향후 ‘표절’로 판명나면 이니스프리는 물론 아모레퍼시픽의 이미지에 미치는 파장은 엄청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현재로선 이렇게 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우선 표절을 주장한 선데이는 규모가 작아 제품 디자인에 대한 특허 등록을 해놓지 못해 법적 대응이 쉽지 않다. 게다가 법적 대응을 권하는 여론의 권고에도 선데이 측은 법적 대응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이미 밝혔다.
다만 선데이 측이 페이스북에 남긴 “힘없는 작은 기업은 그저 억울해하고 끝내야 하는걸까요?”라는 표현에서 법적 대응을 하지 못하고 있는 이유를 미루어 짐작할 뿐이다.
이와 관련 업계 관계자는 “직원 몇 명 안 되는 조그만 회사로서 아모레퍼시픽 계열사인 이니스프리를 감당할 도리가 없어 내놓은 궁여지책으로 보인다”며 “어떻게 보면 다윗이 골리앗을 상대할 유일한 방법인지도 모르겠다”고 평했다.
한편 이 ‘표절 시비’가 이슈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부담감 때문인지 지난 11일 이후 ‘힘없는 작은 기업’ 선데이의 대표전화는 먹통이 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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