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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시리즈

이은주 교수의 화장품에 대한 발칙한 생각 ⑫

물티슈 사건과 파라벤 치약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

[코스인코리아닷컴 이은주] 우리사회는 확실히 안전불감증 사회가 맞는 것 같다. 지난 4월 수많은 목숨을 잃고 나서 너도나도 죄인이길 자처한 어른들은 안전한 사회를 위해 제도와 실천을 마련하리라 다짐했지만, 현실과 제도의 엇박자는 또다시 어처구니 없는 사고로 많은 목숨을 잃게 만들었으니 말이다. 

최근 독성 성분이 들어갔다고 보도된 물티슈 사건과 파라벤 함유 치약에 대한 뜨거운 공방을 보며, 5년 전부터 파라벤의 독성과 화장품 내 규제에 대한 재논의를 주장했던 입장에서 ‘또 이러다 말겠구나’ 하는 회의적 느낌마저 든 것은 왜일까?

아픈 기억은 좋은 기억으로 지워야 하는데, 지금 우리는 문제된 사안을 또 다른 문제 사안으로 지우고 정작 해결은 하지 않으니 안전불감증 사회에 대처하는 소비자는 더 똑똑해질 수밖에 없다는 결론에 이른다.

그래서 아직 명확한 결론이 나지 않은 두 사건을 통해 화장품과 생필품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에 대해 이야기해 볼까 한다.

물티슈 사건은 한 언론매체에서 일부 물티슈에 임산부와 아이들에게 독성 성분인 세트리모늄 브로마이드(Cetrimonium Bromide)가 사용되고 있다고 보도하면서 시작됐다. 보도에 의하면 쥐 배아실험(임신한 상태)을 통해 세트리모늄 브로마이드가 위독한 독성이 있다는 연구가 있기에 임산부와 아이들에게 위험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보도에 대해 해당 물티슈 업체는 미국 안전한 화장품 캠페인(EWG)의 위험등급 기준에도 세트리모늄 브로마이드는 안전한 성분으로 나오며, 화장품 성분으로 허가된 성분이기에 문제가 될 것이 없다고 반박했다. 

해당 업체가 아무리 반박을 해도 일단 보도된 부분에 대해 소비자는 불안을 느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더군다나 그 대상이 물티슈를 가장 많이 사용하는 아이들이기에 그 불안감은 커질 수밖에 없었을 것이며, 그 결과 해당 업체는 자체 환불 처리뿐 아니라 기업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었고, 반대로 해당 성분이 들어가지 않은 물티슈는 불티나게 판매가 됐다. 

쥐 배아실험에서 독성이 나타났다는 연구는 사실이다. 하지만 이는 음식 또는 정맥주사로 주입됐을 때, 즉 엄청난 양이 투입됐을 때 그러한 결과가 나타난다. 또 미국 CIR 위원회에 의하면 세트리모늄 브로마이드는 씻어내는 제품에 사용되는 것은 안전하며, 바르는 제품의 경우 0.25%까지는 안전하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런데 물티슈는 씻어내는 타입의 제품도 바르는 타입의 제품도 아니기에 좀 애매한 부분이 있다. 

파라벤 치약의 경우 사용빈도가 매우 높은 생필품인 치약에 독성성분으로 알려진 파라벤과 트리클로산이 함유돼 있고, 파라벤의 경우 허용 수치를 넘는 제품도 있다는 것이 문제가 됐다. 어릴 적부터 하루에 3번, 3분씩 닦으라고 교육을 받았으니 화장품보다 더 친숙한 제품임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치약에 어떤 성분이 들어가 있는지 알 수 없었던 소비자로서 또 한 번 배신감과 불안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이후 관련 전문가가 7~8번정도 헹궈내면 안전하다고 알려줬지만 무심결에 치약을 삼켰던 경험이 한두 번 쯤 있었던 사람이라면 그마저도 위로가 되지는 못했을 것이다.

물티슈 사건과 파라벤 치약은 조금만 생각하면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물티슈라는 것이 티슈에 액상성분이 젖어 있는 것이고, 수시로 뽑아 사용하며 밀봉이 되지 않는 제품이기에 소독, 살균, 방부 성분이 함유될 수밖에 없는 구조이며, 일회용이 아니고 밀봉이 되지 않기에 2차 오염이 매우 쉬운 제품이다. 그러니 강력한 방부. 살균효과를 위해 무언가 사용될 수밖에 없다.

1차적으로 소비자는 물티슈에서 광고하는 다양한 식물 추출물을 보기 전에 사용되는 방부 성분에 주의를 했어야 한다. 만약 논란이 됐던 세트리모늄 브로마이드였다면 보도된 연구를 자세히 볼 필요가 있다.

이 성분은 바르는 것보다 흡입이 됐을 때 치명적이기에 물티슈를 사용 후 해당 부위를 빠는 행위를 하는 아이에게는 위험할 수 있으나, 그러한 행위를 하지 않는 임산부에게는 위험하다고 말할 수 없다. 즉 사용자가 누군가에 따라 아무리 EWG의 안전등급에서 낮은 등급에 해당된다고 해도 위험할 수도 안전할 수도 있는 것이다.

파라벤 치약 역시 7~8번 헹궈내면 괜찮다고 하지만, 2013년도 보건복지부의 자료에 의하면 OECD 국가 중 우리나라는 칫솔질 수준이 최저수준인 반면, 치약 사용량은 최상위권(적정량의 2배 이상 사용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음)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7~8번이 과연 우리나라 사람에게 정확한 기준이 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결국 치약에 들어가는 성분을 확인한 후 안전한 치약을 사용하던가 아니면, 치과에 가서 칫솔질에 대해 재교육을 받은 후 올바른 칫솔질을 하지 않는다면 7~8번이 아니라 20번 헹궈내는 수고로움을 몸소 실천해야 될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화장품의 안전성이 왜 중요하냐고 묻는다. 그럴 때마다 대답은 한결같다. “여러분이 태어나 죽을 때까지 매일 사용하는 것이기에.” 기업이나 제도가 나의 안전을 100% 보장해 주지 않는다는 것을 늘 염두에 뒀으면 한다.


이은주 NiC화장품연구소 대표
 
프로필 : 열린사이버대학교 뷰티디자인학과 겸임교수, 연성대학교 출강, 국제미용대회 심사위원, 주요 기업 화장품 관련 자문, 인터뷰(KBS, SBS, CBS, YTN 등), 화장품 강의
저서 : 대한민국 화장품의 비밀, 에센스 화장품학, 피부 미용사 실기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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