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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품칼럼

[화장품 컬럼] 고객 소리 중시하는 상품기획 개발

김승중 편집위원(아리바이오 화장품사업부 대표)

[코스인코리아닷컴 김승중 편집위원] 최근 화장품 제조업체와 제조판매업체가 분리되고 증가하면서 수많은 상품들이 시장에 출시되고 있다. 

제조판매업체가 상품을 기획해 출시하지만 고객 입장에서는 유사한 상품이 많고 인기 상품의 복제품 성격도 많은데다 유통 측면에서는 진입이 제한돼 있어 차별화된 상품의 선의적인 경쟁보다는 유사한 제품 간의 가격 경쟁에 시달리고 있는 편이다.

상품을 기획하는 누구나 고객에게 다가서고 싶은 마음으로 많은 아이디어를 내 상품화를 하지만 오히려 고객의 관습과 선택 요인에서 멀리 떨어져 외면당하는 일도 발생하고 있는데 높은 성능을 갖춘 제품이 반드시 높은 고객 만족도를 얻는 것은 아니다. 

R&D라고 흔히 일컫는 기업의 연구(Research) 결과에 의한 상품의 개발(Development)도 중요하지만 기술이 보편화되고 유통이 포화된 화장품 시장에서는 고객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파악해 그에 맞는 상품기획(Planning)을 실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많은 곳들이 고객의 요구(Needs)를 상품기획 시작 단계부터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의 시즈(Seeds)적 발상에 의해 상품개발을 확정하는 경향이 많기에 여전히 고객 중심이 아닌 기업 중심의 상품화가 이어지고 있다. 

고객 중심의 상품화는 다양한 고객의 소리를 수집해 진정한 고객의 요구를 추출하고 그에 맞는 목표 품질 특성을 정하고 평가하면서 상품화를 전개해 나가는 과정을 의미한다. 이처럼 고객의 소리를 시작으로 상품 개발의 목표 품질을 연결하기 위한 전문적인 방법의 하나로 QFD(Quality Function Deployment : 품질 기능 전개)가 있다. 

QFD는 1970년대에 제창된 품질관리 방법으로 현재는 상품 개발 분야에서 세계적인 기업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다. 일본의 경우 상품기획자나 연구개발자 등을 위해 전문 기술강습회가 자주 있을 정도로 산업계에 널리 퍼져 있으며 화장품의 기획개발과 품질평가에 적용한 사례가 종종 발표되고 있다. 

화장품은 감성적인 부분이 많아서 쉽게 데이터화 하기가 어렵지만 고객 중심의 상품화 프로세스라는 개념이 뛰어나기에 그 중 중요한 것만 간추려 소개하고자 한다.

첫째, 고객 요구와 트렌드는 고객의 소리로부터 

고객의 요구는 고객의 소리로부터 추출하는 것이다. 고객의 소리는 설문조사와 인터뷰, 불만 정보 등을 토대로 수집하며 여기서 고객의 요구사항을 추출해야 한다. 수집된 고객의 소리는 다듬어지지 않은 원시적인 언어 표현이기에 유사한 것끼리 그룹화하고 빈도수를 집계하고 어느 항목에 강한 반응을 보이는지 파악한 다음 진정성이 있는 것을 찾아내야 한다.  

어떤 것은 두 가지 의미를 담고 있고 서로 반대되는 것도 있는가 하면 기술적으로 접근이 불가한 것들도 있기에 진정한 것을 찾아 내려면 내부의 전문가나 판매경로상의 전문가의 의견을 들어서 평가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면 향에 관한 고객들의 자주 쓰는 표현으로 “향이 은은하면 좋겠다”라는 것은 향의 강도가 낮은 의미도 있지만 꽃 향기의 계열로도 표현하기도 한다. 반대되는 항목들은 상품의 이원화나 차별화로 채택해야 하며 기술적으로나 문화적으로 접근이 불가한 것은 탈락시켜야 한다. 

고객의 소리를 중시한다고 무조건 따라야 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립스틱  향으로 고객들은 ‘딸기향’을 원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화장품이 주는 고급감과 신비감에 어긋나 채택하지 않는다. 이는 고객이 먹어도 안전한 향을 원하고 있다는 표현으로 재해석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한편, 과거에는 거론되지 않은 항목들이 나타나거나 많이 이야기되던 항목들이 사라지는 수도 있기에 고객의 소리를 주기적으로 실시해 이것을 트렌드로 파악하고 대응해야 한다. 사화적인 트렌드는 전문기관의 발표를 참고하겠지만 제품의 트렌드나 아이디어는 고객의 소리로부터도 찾아야 하는 것이다. 

필자가 과거에 수집한 크림에 관한 VOC 조사에서는 ‘촉촉함’이 상위 항목으로 표현되던 것이 최근 조사에서는 ‘흡수력, 수분, 보습, 기능성’이 최상위로 표현된 것은 수분 크림과 기능성 크림의 전성기임을 실감했으며 과거 “크림에 파운데이션과 메이크업베이스 효과가 있으면” 이라는 고객이 소리는 BB크림과 CC크림의 탄생을 예고하고도 있었지만 빈도수가 1로 낮게 나타나 기타 항목으로 무시하고 지나쳐 버린 경험도 있었다. 

둘째, 고객 구매결정 요인도 따져 봐야

고객이 화장품 구매를 결정할 때 중시하는 요인이 있다. 이를 마케팅 전문용어로 KBF(Key Buying Factors : 고객 구매결정 요인)라 한다. 예를 들면 품질 측면에서는 피부에 해가 없는 것, 피부 친화적인 것, 품질 좋은 것, 향기가 강하지 않은 것 등이며 경로나 신뢰도 측면에서는 친구, 지인, 판매원의 권유나 홍보문구 또는 견본품을 바르고 나서 제조사나 브랜드 인지도 등 고객마다 구매 상품마다 제각기 다르게 나타난다. 

고객의 구매결정 요인에는 연령대나 사회적인 트렌드, 이슈도 반영되는 경우가 많다. 젊은 층에서는 인터넷 블로거의 사용 후기를 보고 구매하는 경향이 있으며 사회적인 이슈로 인해 성분표시나 안전을 의식하는 경향이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또 해당 제품군마다 KBF가 다르기에 제품군별로 조사해 상품의 판매경로나 판매를 촉진하는 방안을 상품기획 단계에서 강구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면 씻어내는 제품은 브랜드 인지도 영향력이 낮게 나타나며 저렴한 가격이 앞서 나타난다.
  
특히 브랜드 이미지가 약한 중소기업의 경우에는 구매 결정요인이 제품마다 다른 것을 잘 파악하고 젊은층을 대상으로 인터넷이나 SNS를 통해 상품을 성공적으로 이끌어내는 기업도 있다. 참고로 크림의 구매결정 요인과 요구품질 조사 사례를 아래에 실었다. 

     크림의 구매결정 요인과 요구품질 조사 사례



▲ 대전대학교 뷰티건강관리학과 대학원생 대상 수집한 자료. 2014년 5월.


세째, 고객이 인지하는 품질 특성을 갖춰야

고객이 화장품에 요구하는 것은 단순히 ‘주름을 개선’, ‘미백, 화이트닝’이란 효능효과 뿐 아니라 사용할 때 기분 좋은 것이 요구되고 있다. 실제로 고객들이 주름개선 크림이나 미백크림을 매장에서 구매하는 것을 관찰해보면 향과 감촉을 우선적으로 살펴보고 구매한다. 
 
아무리 고기능 성분이 많이 배합돼도 효과가 쉽게 입증되지도 않기에 기분 좋게 느끼지 않으면 구매를 꺼리게 되고 설령 구매를 했더라도 재구매로 이어지지 않게 된다. 고객들이 꾸준히 구매하는 스테디셀러 상품들은 모두 사용 감촉이 좋다고 말할 수 있다. 

좋은 향기나 감촉은 관능평가에 의해서만 확인할 수 있는 중요한 지표다. 따라서 관능평가 항목에 있어서도 빈도수가 높은 항목은 고객이 쉽게 인지하고 동의할 수 있는 평가방법을 찾아내는 것도 중요하다. 

예를 들면 흡수력을 평가하려면 마른 스폰지나 마른 과자의 표면에 스며드는 것을 살펴본다던가, 끈적임을 평가하려면 조그만 종이를 붙여 얼마나 떨어지는지를 관찰한다던가, 밀착력을 평가하려면 붙여진 상태로 거꾸로 하거나 표정을 움직여서 떨어지는 것을 관찰한다던가, 피부세정력을 평가하려면 레몬 껍질에 오염물을 바르고 세정한 후의 표면 상태를 본다던가 등의 방법이 고안돼야 한다. 

일본에서는 오래전부터 객관적인 평가항목과 평가방법의 데이터가 여성지에  제공되면서 화장품 업계에 품질의 중요성을 인식시키고 있으며 업계 간 품질 경쟁을 독려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이같은 활동이 인터넷 블로거들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지만 업계를 홍보하는 듯한 우호적, 주관적 평가로 산업 발전 측면에서의 객관성은 부족해 보인다.
  
따라서 독립적 전문 패널에 의한 객관적인 평가 결과를 토대로 상품이 개발되고 고객이 인지할 수 있는 우수한 평가결과를 제시한다면 근거 없이 내세우는 과대광고로부터도 벗어날 수 있으며 차별화된 상품으로 고객의 마음에 다가설 수 있다고 본다. 
 
우리가 흔히 브랜드라고 말하는 명품은 이같은 품격 있는 절차를 통해 만들어지는 것이다. 제품은 제조 공장에 있고 상품은 판매 상점에 있지만 명품은 고객의 마음에 있는 것이다. 


김승중 본지 편집위원 

프로필 :
(주)아리바이오 경영자문 및 화장품사업부 대표 겸임, 대전대학교 뷰티건강관리학과 겸임교수, 대한화장품OEM협의회 총무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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