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0.21 (토)

  • 맑음동두천 10.2℃
  • 맑음강릉 10.7℃
  • 맑음서울 12.2℃
  • 맑음대전 12.6℃
  • 맑음대구 14.2℃
  • 맑음울산 13.8℃
  • 맑음광주 14.2℃
  • 맑음부산 15.6℃
  • 맑음고창 12.0℃
  • 맑음제주 17.5℃
  • 맑음강화 8.0℃
  • 맑음보은 11.1℃
  • 맑음금산 11.5℃
  • -강진군 15.5℃
  • 맑음경주시 11.6℃
  • 맑음거제 14.7℃
기상청 제공

기획시리즈

손톱 먹은 들쥐

조정혜의 재미있는 화장품 이야기 (24)


 
옛 이야기에서 빌려 온 아이디어가 재치 있게 변용되어 재미있게 읽을 새로운 이야기가 만들어진다. 

동화가 그런 옛 이야기의 착상을 재치있게 사용해 늘 새로운 것들만 따라다니는 현대인들에게 생각할 거리를 던지는 것은 우리 옛 이야기 속에 판타지의 비밀이 숨어 있음을 알려주는 것은 아닐까? 

어렸을 때 한번쯤 들었을 손톱에 관한 유래와 전설 이야기이다.

어느 마을에  한 도령이 살았다. 그런데 그는 밤에 손톱을 깎아서는 아무데나 버리는 습관이 있었다. 하인들이 아무데나 손톱을 버리면 천년 먹은 쥐가 그걸 먹고 사람으로 둔갑을 한다고 그 습관을 버리라고 충고하였지만 그 도령은 하인들의 말을 귀담아 듣지 않고 대수롭게 여겨 버렸다. 

그러던 어느날 도령이 과거 시험을 보기 위해 암자로 글공부를 하러 떠났다. 하지만 암자에서도 도령은 버릇처럼 밤에 손톱을 깎아서 밖에다 그냥 버렸다. 도령은 그때 아무 것도 몰랐다. 천년 묵은 쥐가 도령의 손톱을 먹었다는 것을. 그리고 시간이 흘러 도령은 자신의 집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집에는 자신과 완전 똑같이 생긴 도령이 있었다. 게다가 하인들은 물론 도령의 부모님까지도 그 가짜 도령을 진짜 도령으로 여기고 있었다. 둘은 목뒤에 사마귀가 있는 것도, 배꼽 옆에 난 점과 손금까지 모두 똑같았다. 

도령은 부모님과 하인들에게 자신이 진짜라고 호소해 보았지만 진짜 도령보다는 가짜 도령은 진짜 도령이 기억하지 못하는 몇 달 전의 일까지 알고 있었다. 

결국 진짜 도령은 미치광이 취급을 받고 집에서 쫒겨나 버린다. 도령은 어떻게든 자신이 진짜라고 밝히려고 도력이 높은 한 스님을 찾아가 방도를 물었다. 스님은 도령의 이야기를 듣자 그 가짜 도령은 천년 묵은 쥐가 도령의 손톱을 갉아 먹고 도령으로 둔갑한 것이라고 이야기 해 주었다. 

그리고는 도령에게 고양이를 데리고 자신이 집에 찾아가라고 말한다. 진짜 도령이 집으로 찾아가 고양이를 풀어 놓자, 고양이가 가짜 도령에게 달려들었다. 고양이에게 목덜미를 물린 가짜 도령는 어느새 흉측한 들쥐로 변하여 도망가 버리고 진짜 도령이 다시 부모님과 하인들과 잘 살게 되었다. 

도령은 그 후로 절대 아무 곳에나 손톱을 버리지 않았다고 한다. 쥐가 왔다 갔다 하는 밤에 별 생각 없이 손톱을 깎았다가 그걸 주워 먹은 쥐가 사람으로 변해서 큰 곤란을 겪게 되는 이 이야기는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다.

그래서 어른들은 '밤에 손톱 깎지 말라'는 이야기도 한다. 손톱 먹은 들쥐에서 배울 수 있는 사자성어는 ‘주객전도’로서 ‘주인은 손님처럼 손님은 주인처럼 행동을 바꾸어 한다'는 뜻으로 입장이 뒤바뀐 것을 말한다. 

고려 충선왕(忠宣王)때 나라의 힘이 약하여 원나라로 왕과 악기 타는 두 여자가 끌려 갔다. 

왕은 항상 조국인 고려가 걱정이었고, 여자들은 고향과 어머니가 그리워 손가락에 피가 흘러도 악기를 연주하면서 시름을 달래곤 했다. 손가락마다 헝겁을 감은 여자들이 충선왕의 눈에는 한없이 가엾어 보여 빨리 고국으로 돌아가 나라를 바로 세우고 강력한 국가를 만들겠다고 다짐을 했다. 

원나라의 무종이 왕위에 오르도록 도와준 충선왕은 고려로 돌아오게 되었고 고려로 돌아와 왕위에 오른 충선왕은 원나라에 남아있던 두 여자가 생각나 신하들에게 두 여자를 데려오게 했다. 

그러나 이미 두 여자는 이 세상을 떠난 뒤였다. 충선왕은 두 여자의 넋을 위로하기 위해 궁궐의 뜰에 봉숭아를 심게 했는데, 손가락마다 헝겊을 감고 있던 모습이 꼭 봉숭아 꽃물을 들인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그 뒤 봉숭아가 널리 퍼지게 되었고 봉숭아 꽃잎을 따 손톱에 물을 들이는 풍습도 생겨나게 되었다. 

이 풍습은 화장품이 흔치 않던 옛날에 여자들의 소박한 미용법이었다. 또 붉은색은 귀신을 물리친다는 뜻이 있어서, 봉숭아물들이기는 모든 질병을 예방한다는 민간신앙의 의미도 포함돼 있다. 속설로 첫눈이 올 때까지 봉숭아물이 손톱에 남아 있으면 첫사랑에 성공한다는 이야기가 있다. 

그밖에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 4월 월내(四月月內)조에 보면 "계집애들과 어린애들은 봉숭아를 따다가 백반에 섞고 이것을 찧어서 손톱에 싸매어 물을 들인다"라고 기록하고 있는데 당시에도 백반을 넣어 봉숭아물을 들이던 풍습이 있었음을 알려주고 있다.  


또 옛날에는 다섯 손가락을 모두 하지 않고 엄지와 검지를 뺀 나머지 세 손가락에 물들였다고 한다.





조정혜 나우코스 영업기획실 부장
 
필자 약력 : 성결대학교 출강, 로레알 파리 본사(국제상품기획부), 레브론, LG생활건강근무
연락처 : 019-359-7718 
E-mail : cjsoleil@naver.com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