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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품칼럼

[화장품 컬럼] 무늬만 맞춤 화장품

변상요 편집위원(아주대학교 대학원 화장품과학전공)

[코스인코리아닷컴 변상요 편집위원] 사람들은 저마다 이런 생각들을 많이 한다. 누군가 나만의 맞춤화장품을 만들어 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오로지 내 피부 특성에 맞게, 심지어 내 피부 트러블까지 해결해 주는 나만을 위한 화장품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수많은 사람들과 함께 사용하고 있는 대량생산된 화장품이 아니라 내 피부에 딱 맞는 나만의 화장품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옛날 클레오파트라가 자신만을 위한 화장품공장을 가졌던 것처럼 나만을 위한, 아니 내 피부만을 위한 화장품을 만들어 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러한 맞춤화장품에 대한 소망은 나만의 특별한 것이 아니고 누구나 한번쯤은 품어보는 생각이다. 맞춤이라는 단어가 주는 특별한 의미가 있듯이, 맞춤화장품이 만들어지는 과정은 정말로 특별하다.

맞춤화장품을 가능케 하는 3대 요소에 대한 이해를 통해 맞춤화장품에 관련된 많은 오해와 진실을 밝혀볼 필요가 있다. 맞춤화장품의 3대 요소는 개인별 피부진단, 개인별 피부에 적합한 처방, 개인을 위한 제형으로 구성된다.

개인별 피부특성을 알아내는 것, 즉 개인의 피부타입 진단은 맞춤화장품의 시작점이다. 그러면 우리는 개인의 피부타입을 어떻게 진단할까? 가까운 화장품가게에서 판촉용 피부진단기를 이용하면 간단하게 피부타입을 진단해준다. 대부분 건성인지 지성인지, 그리고 민감성인지 등으로 진단한다.

하지만 이러한 진단은 주로 판촉을 위한 방법이지 개인의 피부타입을 정확하게 밝힌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그곳에서 판매되는 화장품의 종류와 진단의 종류가 비슷해 판매를 목적으로 하는 개연성을 쉽게 예측할 수 있다. 

그러면 피부과 의사들은 개인의 피부타입을 어떻게 진단하나? 가장 보편적으로 레슬리 바우만 교수가 개발한 피부타입 진단법을 많이 활용한다. 개인의 피부 특성에 대한 설문을 통해 피부를 4가지 카테고리로 구분하여 피부타입을 진단한다.

즉, 지성/건성, 민감성/저항성, 색소침착/여부, 주름/탱탱함으로 구분해 진단한다. 이러한 진단은 헬레나 루빈스타인 이후 가장 과학적인 접근이었지만, 여전히 맞춤화장품을 위한 진단으로는 미흡하다. 

요즘 의료계에서는 경험을 바탕으로 하는 진찰보다 계측에 의한 진단을 선호하고, 그 정확도는 날로 높아지고 있다. MRI 검사를 통해 질병의 정확한 진단과 치료 사례를 쉽게 접하는 현대의료의 우수함을 피부 진단에도 적용해야 하지 않을까?

이미 다양한 피부 계측장비들이 개발됐고 이를 활용해 피부 타입도 정확하게 진단할 수 있다. 이러한 계측에 의한 진단은 피부타입을 카테고리별로 숫자화 할 수 있어, 정밀 피부타입 진단이 가능해진다.

즉, 지성인가 건성인가로 애매하게 구분하지 말고 가장 심한 지성을 10, 가장 심한 건성을 0으로 개인별 지성건성 여부를 11단계로 구분하면 지성건성 카테고리에서 정밀 피부타입 진단이 가능해진다. 개인별 정밀한 피부타입 진단은 진정한 맞춤화장품을 위한 기초가 된다. 

개인의 피부타입이 결정되면 그 것에 맞는 맞춤 처방이 필요하다. 맞춤 처방에는 주로 피부타입에 맞는 소재를 적용함으로서 일반 처방과 구분된다. 이때 맞춤 처방용 소재는 피부 트러블을 방지하고 심지어 피부를 개선하는 효과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일반 화장품용 소재들이 적용될 수 도 있고 독성 물질이 완전 배제된 방법으로 마련된 소재들도 쓰일 수 있다.

하지만 일반 소재보다 무독성 프로세스로 생산된 소재들이 피부 트러블과 피부 개선 효과가 우수하기에, 이들의 적용이 당연히 많아질 수밖에 없는 게 맞춤 화장품의 특징이다. 따라서 맞춤 처방은 얼마다 다양한 무독성 소재를 처방에 적용할 수 있느냐에 따라 맞춤의 의미를 충실하게 소화할 수 있게 된다.  

마지막으로 맞춤화장품을 완성하려면 맞춤 제형이 필요하다. 우리가 사용하는 화장품은 일반적으로 수천 개에서 많게는 수백만 개씩 대량으로 생산된다. 하지만 맞춤화장품은 다양한 개인의 피부특성에 적합한 다양한 소재가 처방되기에, 나만을 위한 단 하나만을 생산할 수밖에 없다.

기존 화장품 공장에서 맞춤화장품을 만들 수 있을까? 법규의 문제와 경제성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을지 걱정이다. 맞춤 처방에 의한 소재를 공급 받아 개인이 직접 제형 할 수 있다. 소형 호모믹서나 퍼스널 제형기를 적용하면 가능할 수 있다. 

맞춤화장품을 위한 3대 요소라 할 수 있는 맞춤진단, 맞춤처방, 맞춤제형을 중심으로 맞춤화장품의 가능성을 살펴보았다. 하지만 맞춤화장품은 과연 현실적으로 가능한 지 생각해봐야 한다. 먼저 맞춤진단이 가능할까? 이론적으로 가능하지만, 방법적으로 쉽지 않다.

화장품 매장에서 판촉용 피부측정기로는 정확한 진단을 할 수 없고, 피부과 의사는 자신의 경험과 지식으로 처방하는 것을 선호하기에 세분화된 맞춤진단의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못한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기업이다. 맞춤진단을 꺼리기 때문이다.

맞춤화장품이 개개인을 위해서는 참 좋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수십만 개의 서로 다른 화장품을 각각 생산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되어, 맞춤화장품 생산은 끔찍할 수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개인의 피부 타입을 최대한 단순하게 그룹 지을 수 있으면 좋다.

현재 매장에서 판촉용으로 적용하는 지성, 건성, 민감성 등이면 단순해서 괜찮다. 현재도 시중의 화장품은 그러한 분류로 판매되고 있다. 최근에 피부타입과 사상체질을 연계하거나, 개인의 혈액형을 연계하는 것도 괜찮은 피부 타입 그룹들이다. 물론 현재보다는 화장품 개발이 복잡해지지만 그 정도면 감당할 만하다.  

맞춤처방은 가능한가? 대답은 매우 부정적이다. 현재 개발된 화장품 소재는 다양성 보다는 대중들이 사용해도 문제가 없는 안전성과 경제성 기반으로 개발됐기 때문이다. 개인별로 다양한 피부타입에 맞춤 처방을 할 정도로 화장품 소재는 다양하지 않다.

단지 천연, 유기농, 무독성, 무방부제 등과 같은 개별적 특성을 일부 적용할 수 있을지 몰라도, 맞춤 처방과는 거리가 멀다. 쉽게 계산해도 맞춤진단에 기초한 개인의 피부타입은 수만 또는 수십만 종류로 서로 다를 수 있는데, 여기에 대응하는 맞춤처방을 위한 가용 소재는 너무 한정되어있다. 

여기까지 보면, 맞춤화장품은 쉬운 것이 아니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진정한 의미의 맞춤화장품은 현실적으로 요원할 수도 있다. 하지만 병원치료과정과 비교하면 어느 부분이 부족한지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병원에서는 다양한 검사 장비를 이용하여 환자의 상태를 측정하고, 검사자료를 바탕으로 환자에 맞는 맞춤진단을 한다. 이어서 맞춤처방으로 이어지는데, 다행히 처방의 소재인 약과 치료법의 종류는 매우 다양하다. 오랜 기간 개발되었기 때문이다. 

오늘도 맞춤화장품으로 소개되고 홍보되는 화장품들을 쉽게 접할 수 있다. 우리는 대부분 내피부에 딱 맞고 내 피부만을 위한 화장품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맞춤화장품 신드롬을 갖고 있다. 따라서 맞춤화장품이라고 하면 먼저 관심을 기울이기 마련인데, 기업에서 이점을 놓칠 리 없다.

맞춤화장품이라고 포장되어 팔리지만 진정한 의미의 맞춤화장품이 아닌 경우가 대부분이다. 정확하게 표현하면 맞춤형 화장품에 가까운 것들이 많다. 심지어 무늬만 맞춤화장품도 많다. 어느 것이 맞춤화장품, 맞춤형 화장품, 무늬만 맞춤화장품인지 판단은 우리의 몫이다. 





변상요 본지 편집위원
프로필 : 
아주대학교 응용화학생명공학과, 대학원 화장품과학전공 교수, 아주대학교 생물자원연구센터장, 코스메틱 기업지원센터장, 보건복지부 화장품산업육성협의회 R&D 실무위원, 글로벌코스메틱연구개발사업단 미래화장품 부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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