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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품칼럼

[화장품 컬럼] 선입관을 버리자!

박성호 편집위원(미도켐 대표)

우리는 살아가면서 자신이 갖고 있는 수많은 선입관으로 상대방을 판단한다. 또 '남자는 이렇게 해야 한다' '경영자는 이렇게 해야 한다' 등의 선입관을 통해서 때때로 오해를 사기도 하고 남에게 상처를 주기도 한다.

이런 선입관은 자신이 살아온 인생과 그 크기를 같이 하게 된다. 본인 지식의 크기만큼 선입관의 크기도 반비례해 작아진다. 많이 고민하고 알게 될수록 상황을 바라보는 안목이 너그러워진다는 뜻이다.

필자는 화장품 용기제조업을 경영하기 전에 플라스틱 원료를 연구하는 연구원 출신이다. 재료연구원의 시각으로 기존의 용기 제조 과정을 바라보다 보니 기존의 성형공정의 일반화된 상식이 내 눈에는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다.

예를 들면 PE(폴리에틸렌) 재질용 금형과 PETG(변성 폴리에틸렌텔레프탈레이트) 재질의 금형은 모양이 같아도 금형이 다른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PE 재질용 금형은 내측에 샌딩(Sanding)이 돼있고 금형 바닥이 깊다. 

반면 PETG 재질용 금형은 내측에 광택이 있고 나사 부분의 칫수가 PE 재질의 금형보다 작다. 따라서 재질에 따라 금형의 샌딩을 없애고 다시 작업할 수 없기에 2개로 나눠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 또한 선입관일 수 있다. 재질에 따른 각각의 금형이 필요한 표면상의 이유는 각각 재료의 성형수축율이 다르기 때문이다. 성형 후 PE 재질의 수축이 PETG 재질의 수축보다 크다. 이런 이유로 같은 금형에 성형을 하면 PE 용기 용량이 PETG 용기 용량보다 10% 정도 작아지게 된다.

하지만 이 또한 선입관일 수 있다. 미네랄 첨가제를 이용해 두 재료의 성형 수축율을 얼마든지 조정할 수 있다. 이런 기술은 엔지니어링 플라스틱(Engineering Plastics) 기술 분야에서는 보편화된 기술이기 때문이다.

또 다른 선입관도 있다. PETG 재질에 알코올 내용물이 많이 충진되면 용기가 깨진다는 생각이다. 내용은 맞지만 이런 단점도 얼마든지 해결 가능하다. 용기를 2층으로 분리해 내부층에는 알코올에 강한 PP(폴리프로필렌) 재질을, 외부에는 광택이 우수한 PETG 재질을 공압출(Co-extrusion) 함으로써 해결할 수 있다.

‘선입관’의 사전적 의미는 ‘어떤 대상에 대해 이미 마음속에 갖고 있는 고정적인 관념이나 관점’이다. 우리가 살아오면서 체득한 경험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선입관은 사람의 활동에 큰 영향을 준다. 

심리학적으로 보면 선입관은 인간이 어떤 활동을 할 때 이미 마음가짐 안에 담겨있는 정보를 토대로 이성적인 판단의 불편함을 털어내기 위해서 고민을 적게 할 수 있는 최단의 방법을 택하도록 하는 ‘기제’라고도 한다. 

하지만 이런 선입관이 때때로 이성적인 사고를 바탕으로 결정을 내려야 할 때 부정적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좌정광천(坐井觀天), ‘우물 안 개구리’라는 말처럼 우리는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이 지식의 전부인 것과 같은 선입관에 빠져들기 쉽다. 우리는 선입관에 대해 한 번 더 열린 마음으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끊임 없는 호기심, 다른 분야의 기술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자신의 분야에 접목시킬 수 있는 열린 사고와 추진력이 절실하다. 바야흐로 지금은 퓨전(Fusion)과 하이브리드(Hybrid)의 시대다.


박성호 본지 편집위원

프로필 :
(주)미도켐 대표이사 
인하대학교 공과대학원 고분자 유변학전공, SK케미칼 중앙연구소 선임연구원(PETG 수지 개발 IR52 장영실상 수상), 특허 등록 4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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