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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정부 '뷰티 산업 지원정책' 어떻게 추진됐나

방향 못 잡고 ‘지지부진’…‘용두사미’ 좌초 위기


▲ 자료 제공 · 설명 :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 · 제18차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 회의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2009년 10월 28일 오전 청와대 세종실에서 열린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 제18차 회의에 참석해 ‘뷰티 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을 지시했다.

 

당시 정부는 뷰티 산업을 웰빙 등 새로운 소비 트렌드에 부합해 급속히 성장하는 신성장 산업 분야로 판단했다. 따라서 뷰티 산업을 체계적으로 육성해 내수 및 일자리 창출에 기여함은 물론 수출 산업으로 육성한다는 계획이었고 이러한 가능성이 뷰티 산업 선진화의 추진 배경이었다.

 

전재희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보고한 이 방안에 따르면 뷰티 산업을 일자리 창출 및 서민 경제 활력 제고에 기여하는 고급 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 관련 법령·정책을 규제 중심에서 산업 육성 중심으로 전환하고 전략적 관광·수출 상품으로 만든다는 계획이었다. 그 동안 규제가 강한 안전·위생 위주의 공중위생영업 차원으로만 관리해 산업 경쟁력 확보를 위한 노력이 부족했다는 반성에 따른 것이었다. 그리고 2009년 당시는 세계 경제가 글로벌 금융 위기로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이 급선무였던 때였다.

 

청와대 ‘뷰티 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 추진

 

우선 뷰티 산업 경쟁력을 위해 국내 산업 기반 재정비를 위해 기업부담 경감, 산업 구조 전반의 선진화, 인력양성 및 취업지원 강화 등이 필요했다. 이에 ▲미용기기제도 정비 ▲단순 변경신고 등 경미한 위반사항에 대한 과도한 이중제재 정비 ▲영세업자 프랜차이즈 육성 ▲우수 미용기업 발굴·육성 ▲신기술 개발 등 R&D 투자 활성화 ▲자격 세분화 등 면허자격제도 개편 ▲전문인력 데이터베이스 구축 ▲뷰티아카데미, e-learning 개설 등을 포함시켰다. 또한 관광·수출 상품화 육성 전략에는 ▲브랜드 개발, 외국어 홈페이지 오픈 등 글로벌 홍보 지원 ▲뷰티 관광 선도 기업 지원 ▲뷰티 서비스 기업과 인력의 해외진출 확대 등이 담겼다.

 

특히 노동부, 교육과학기술부, 중소기업청 등 관계 부처가 합동으로 마련한 경쟁력 강화 방안은 5인 이상의 뷰티 서비스 기업에 대해서도 중소기업 정책자금 지원이 가능하도록 한다는 계획이었고 창업 초기 육성자금 1조 원, 긴급경영안정자금 1조5,000억 원 등 총 5조9,000억 원 규모의 정책자금 수혜 대상에 포함됐다. 또한 4인 이하 영세 기업에게는 기업 간 공동 브랜드 개발을 지원해 프랜차이즈화를 유도하기로 했다.

 

이에 전재희 전 장관은 “뷰티 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이 처음 시행되는 만큼 정책적 지원과 노력을 다할 것”이라며 “이 같은 방안이 추진될 경우 화장품·의료·관광 등 관련 산업 동반 성장을 통해 2013년까지 12조 원 규모의 생산 유발 효과와 6조 원 규모의 부가가치가 유발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발표했다.

 

그리고 한 달 뒤인 2009년 12월 9일 오전 청와대 세종실에서 열린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 제19차 회의에 참석한 이명박 대통령은 ‘잠든 산업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재충전’이란 취지로 위생·안전 등 규제 중심에서 산업 육성을 목표로 뷰티 산업 활성화 방안 마련을 재차 지시했다.

 

복지부 ‘뷰티산업 경쟁력강화위원회’ 발족

 

뷰티 단체와 업계 그리고 보건복지부의 움직임이 빨라졌다. 보건복지부는 신년초인 2010년 1월 13일 헤어미용, 피부미용, 네일아트, 메이크업 등 뷰티 산업을 관광·수출 상품으로 집중 육성하는 '뷰티산업 경쟁력강화위원회'를 발족하고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사옥(당시 노량진) 안에 '뷰티산업선진화지원센터'를 설치했다. 뷰티 산업계의 오랜 염원인 총괄 추진 체계가 가동되는 순간이었다.

 

뷰티산업 경쟁력강화위원회는 당시 복지부 건강정책국장이었던 최희주 국장이 위원장을 맡았고 학계와 관련 업계, 한국관광공사, KOTRA 등으로 구성됐다. 이날 오전 11시에 열린 제1차 위원회에서는 뷰티 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의 비전을 비롯해 선진화 지원 사업의 추진 경과와 향후 위원회 운영 방안 등을 논의했다. 위원회는 이어 산업 기반 재정비 방안으로 미용기기 제도 정비, 과도한 이중 제재 완화 등을 추진해 향후 뷰티 산업의 발전을 위한 견인차 역할을 다짐했다.

 

하지만 그것으로 끝이었다. 위원회도 협의회도 모두 사라졌고 2010년 예산 6억 원, 2011년 9억 원, 2012년 8억 5천만 원이 지원됐지만 전문 인력 양성과 중소기업 지원 그리고 뷰티 관광 등 아무것도 실행된 것이 없었다.

 

또한 당시에는 복지부와 보건산업진흥원 주도로 진행된 뷰티산업진흥법의 국회 통과도 여전히 미궁 속에 있었다. 2010년 8월 24일 이재선 전 의원(당시 자유선진당)이 공중위생관리법에서 적용 받고 있는 이용업과 미용업을 삭제해 발의 예정이었던 뷰티산업진흥법안이 관련 협회들의 반발로 난항을 겪는 등 관련 협회와 정부 간의 공방이 진정되지 않았다.

 

뷰티산업진흥협의회 개편 ‘유명무실’

 

이후 뷰티산업 경쟁력강화위원회는 우여곡절 끝에 다음해인 2011년 1월 13일 발족된 뷰티산업진흥협의회로 개편됐지만 이번에는 의원 구성에 대한 의견이 분분했다. 산·학·관·연 전문가와 관계자 52명으로 구성된 명단에 대해 뷰티 전반의 의견을 수립하는 데 빈약하고 편중된 구성이라는 지적이었다.

 

당시 실무협의회 위원을 위촉한 복지부 측은 “관련 협회나 전문가의 추천을 받아 골고루 학계, 협회, 산업체에 있는 분들을 선정했다”고 밝혔지만 뷰티 업계 관계자들은 “추천을 받은 적이 없다. 보건복지부가 주도적으로 명단을 작성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처럼 협의회와 관련된 논란이 사그라지지 않자 이때부터 뷰티 산업의 모든 걸 정부가 좌지우지하게 내버려둔 것이 가장 큰 오류였다는 지적이 여기저기에서 쏟아져 나왔다.

 

뷰티 업계의 불운은 이뿐이 아니었다. 처음 뷰티 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을 마련했던 전재희 전 장관이 물러나고 진수희 당시 한나라당 의원이 2010년 8월에 보건복지부 장관으로 임명되면서 상황은 더 악화됐다. 장관 교체는 실무 담당자들의 교체로 이어져 지속적인 추진력에 타격을 입었다. 설상가상으로 진 전 장관이 복지부에 들어서기 전부터 여전히 힘을 모으지 못했던 뷰티 업계와는 달리 의료계는 술렁이기 시작했다. 

 

이어 진 전 장관이 신임 장관으로 내정되자 2010년 8월 9일 대한의사협회는 논평을 통해 “진 내정자가 보건복지를 책임질 만한 자질과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판단한다”며 “의사협회와 열린 마음으로 대화해 풀어나간다면 복지부 장관 임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는 환영의 뜻을 밝힌 바 있다.

 

이어 대한병원협회도 “진 내정자가 현재 병원계의 당면 과제로 놓여 있는 건강보험제도의 발전과 확립을 위해 노력해 달라”고 당부하며 “이를 통해 병원은 높은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국민들은 양질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체계를 만들어 달라”는 입장을 표했다.

 

장관 교체, 정책 바뀌고 실무자도 바뀌고 

 

진 전 장관은 2010년 5월 광우병 소고기 수입에 반대했던 촛불시위를 ‘광란’으로 묘사해 국민들과 시민단체로부터 뭇매를 맞은 장본인이고 이명박 대통령 인수위원회 시절부터 영리병원 도입과 민간의료보험 활성화 등 의료민영화 정책을 내세운 대표적 친이계이자 친의료계 인물로도 유명했다.

 

보건복지부 장관으로 부임한 뒤인 2011년 1월 4일 진 전 장관은 “의료기관 기능 재정립과 병상 등 의료자원 관리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하겠다”며 “지속 가능한 보건의료 시스템 구축에 우선순위를 두고 정책을 추진할 것”이라는 말로 의료계에 화답했다.

 

이에 힘을 얻은 의료계가 가장 먼저 공격한 곳이 뷰티 업계였다. 의료계는 뷰티 종사자들의 숙원이었던 ‘미용·이용 등 뷰티 산업의 진흥 및 관리에 관한 법률안’에 대해 “의료 기구를 미용사들이 사용하게 한다는 발상 자체가 상식 밖의 일”이라며 “의료기기는 의사 감독 하에 환자 치료를 위해 사용하는 것”이라고 뷰티 업계에 직격탄을 날렸다.

 

그해 11월에 이르러서는 9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신상진 전 의원(당시 한나라당)의 ‘미용사법안’과 손범규 전 의원(당시 한나라당)의 ‘미용업법안’ 그리고 이재선 전 의원의 ‘뷰티산업진흥법안’ 등 3가지 법안을 묶은 ‘미용·이용 등 뷰티 산업의 진흥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위원에서 1차 통과됐다. 이에 의료계가 “이번 법안이 국민 건강을 위협할 것”이라며 신상진 전 의원실을 항의 방문했고 1인 시위를 벌이자 (사)한국피부미용사회중앙회의 조수경 회장이 11일부터 국회 정문과 각 출입처에서 1인 시위를 하는 등 의료 업계와 뷰티 업계의 날선 공방이 이어졌다.

 

용두사미 뷰티 정책 ‘법안 폐기’로 불발

 

하지만 결과는 법안 폐기(2012년 2월 14일)였다. 진 전 장관은 1년 동안의 장관직을 수행하면서 의료계에 힘만 실어주고 물러난 셈이었다. 의료계는 즉각 성명을 내고 “만약 법안이 통과돼 미용사가 단독 개업을 통해 고주파 기구 등을 사용하게 된다면 불법 유사 의료행위를 유발할 수 있었다”며 “법안이 통과됐다면 의료계의 질서가 무너질 뿐 아니라 국민들의 건강에도 악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뷰티 종사자들의 가슴에 못을 박았다.

 

이명박 정부의 ‘뷰티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도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 제19차 회의를 끝으로 더 이상 논의되지 않았다. 복지부가 추진하겠다던 ‘미용기기 공청회’도 올 연말에나 열릴 거라고 한다. 여당이든 야당이든 정권이 정해진 다음에 하겠다는 뜻이다.

 

이명박 정부의 뷰티 정책은 용두사미로 끝났다. 이는 관이 민을 지배한 결과였다. 정부가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 위원회 구성, 교육 기관 선정, 뷰티 관광 업체 선정 등은 정상적으로 진행된 것이 없었다. 여기에는 관련 협회의 책임도 있다.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 하지만 더욱 분명한 건 배는 결국 바다로 가게 돼 있다. 그때 아직 밝히지 않은 관련자들에게 국민들이 책임을 묻는 날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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