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제공 : 소시모 · 배합 한도 초과 화장품(아모레퍼시픽, 랑콤, 에스티로더) |
국내 최대 화장품 업체인 (주)아모레퍼시픽이 전 제조 또는 판매업무 정지 처분을 받을 예정이다. 대기업 중에서는 아모레퍼시픽 외에도 글로벌 브랜드인 에스티로더와 랑콤 등이 같은 행정처분을 받을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업체는 지난 10일 (사)소비자시민모임(이하 소시모)과 중소기업진흥청(이하 진흥청)이 공동으로 실시한 기능성 비비크림에 대한 품질 비교 검사에서 최악의 결과인 배합한도 초과로 행정 처분 대상이 됐다.
소시모와 중진공 측은 아모레퍼시픽, 랑콤, 에스티로더에 대해 자외선 차단 기능 성분인 '에칠헥실메톡시신나메이트'의 배합 한도(7.5g/100g)를 초과했다고 발표했다.
아모레퍼시픽이 만든 비비크림 중 전 제조 또는 판매업무정지 처분에 해당하는 제품은 '아모레퍼시픽 라이브화이트 멜라디파잉 비비크림'으로 판매원과 제조원 모두 아모레퍼시픽이다. 해당 제품의 성분 함량은 7.868g으로 밝혀졌다. 이어 랑콤의 '유브이 엑스퍼트 지앤 쉴드 비비컴플리트'는 8.441g이었고 가장 많은 성분 함량 제품인 에스티로더의 '사이버화이트 브릴리언트 셀 엑스트라 인텐시브 비비크림 멀티-액션 포뮬라'는 11.338g으로 드러났다.
소시모의 김승현 부장은 "조사 대상 20개 제품 중 자외선 차단 기능이 있는 제품은 19개였고 19개 제품에 대해 업체에서 식약청 승인 당시 제시한 제품의 자외선 차단 기능 성분 함량(표시량)에 대해 실험했다"며 "이 중에서 배합 한도 초과 제품이 4개인 것으로 밝혀졌고 대기업인 아모레퍼시픽, 랑콤, 에스티로더의 제품이 이에 포함됐다"고 설명했다.
소시모와 중진공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이들 업체 제품의 판매원은 아모레퍼시픽, 이엘씨에이 한국유한회사(에스티로더), 엘오케이유한회사(랑콤)이었고 제조/수입원은 아모레퍼시픽, 에스티로더, 프랑스 시스코사 등이었다.
이에 대해 아모레퍼시픽 측은 "소시모가 어떤 방식으로 실험을 했는지 믿음이 가지 않는다"며 "자체 실험 결과 배합 한도 초과는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답했다.
하지만 소시모 측은 "해당 업체들이 우리의 실험 방식을 모른다는 건 말도 안 된다"며 "각 업체들이 식약청에 신고한 방식 그대로 실험을 했다"고 반박했다.
일각에서 제기하는 몇몇 대기업에 대한 표적 실험이라는 지적에 대해서도 소시모 측은 "이번 실험의 목적은 중소기업의 우수한 기술력과 경쟁력을 알리기 위한 것이었다"며 "애초에 대기업은 시험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지만 대기업에 비해 중소기업의 기술력이 떨어지지 않는다는 점을 알리기 위해 국내 1위인 아모레퍼시픽과 대표적인 글로벌 브랜드를 시험 대상에 포함시킨 것"이라고 설명했다.
소시모 측의 설명에 따르면 대기업의 우수한 기술력은 인정하지만 중소기업의 기술력도 그에 못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판로나 홍보에 뒤처져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점에 초점을 맞췄다. 과거에도 실력 있는 업체들이 국내외 대기업들과의 경쟁에 밀려 현재는 OEM ODM으로 전환한 것이 좋은 예라고 소시모 측은 설명했다.
하지만 의외의 결과가 나왔다. 당연히 아무런 문제가 없을 거라고 예상했던 세계적인 대기업들의 비비크림에서 배합 한도 초과라는 결과가 나온 것은 충격적이었다고 소시모 측은 덧붙였다. 아모레퍼시픽의 '아모레퍼시픽 라이브화이트 멜라디파잉 비비크림'을 실험 대상에 포함한 것도 아모레퍼시픽의 비비크림 중 가장 고가이면서 인기가 많았기 때문이었다.
소시모의 김 부장은 "대기업 제품 중에서 가장 유명하고 우수하다고 알려졌기 때문에 배합 한도 초과는 상상도 못했던 일"이라며 "첫 실험 성적서로는 알 수 없었고 데이터를 분석하던 중에 한도 초과라는 뜻밖의 결과를 얻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김 부장은 "실험 성적서의 결과치를 환산하지 않으면 절대로 알 수 없는 결론"이라며 "업체에서는 우리가 거기까지 진행할지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실험 결과를 발표한 소시모 측은 "화장품의 수십 가지가 넘는 전성분이 어떤 화학 반응을 일으킬지는 아무도 알지 못한다"며 "이번 실험 결과는 유통 과정에서 부작용이 일어날 수 있다는 걸 증명한 사례인 만큼 제조원과 판매원은 유통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랑콤과 에스티로더 측은 "현재로선 아무런 이상이 없는 걸로 안다"며 경과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반면 아모레퍼시픽 측은 소시모의 실험에 대해 의혹을 제기하면서 정면으로 반박했다. 하지만 소시모 측은 실험 결과가 나온 뒤 해당 업체들이 모두 개별적으로 소시모를 방문해 처음부터 끝까지 제품 실험에 대해 설명했다고 밝혔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그런 결과 앞에서 인정하는 업체가 없는 건 당연한 일"이라며 "과거에도 해당 업체들은 일단 오리발을 내밀기에 바빴지만 결국 유통 과정에서의 관리 소홀이라는 결론이 났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러한 소식이 각 언론사와 방송 매체를 통해 대대적으로 보도되자 소비자 단체를 비롯한 네티즌들은 환불 또는 불매 운동의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게다가 식약청 측이 소시모 시험 결과가 확실하다고 결론을 내리는 즉시 해당 업체들에게 행정 처분을 내리겠다고 했기 때문에 문제는 그리 간단치 않다.
식품의약품안전청(청장 이희성) 고시 제2009-166호에는 '기능성화장품등의 심사에 관한 규정에서 자외선차단의 기능이 있는 성분 20가지를 사용할 경우, 제품에 사용할 수 있는 최소량과 최대량을 정하여 그 범위에서 사용하도록 배합한도를 정하고 있다'고 명시돼 있다.
식약청 측은 "식약청이 고시한 배합 한도를 초과하는 제품에 대해서는 행정 처분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식약청 측은 "배합 한도를 초과한 제품의 업체에 대해서는 국내외 업체 모두 예외 없이 전 제조 또는 판매업무정지 6개월의 행정 처분을 받게 될 것"이라며 "1차 6개월에 이어 2차는 12개월 그리고 3차 때는 모든 업무가 정지돼 화장품 업계에서 퇴출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해당 업체들은 행정 처분까지 가지는 않을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소시모를 비롯해 소비자 단체와 네티즌들은 배합 한도를 초과한 업체의 행정 처분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소비자 단체의 한 관계자는 "소비자를 대표해 실험한 소시모의 공정한 결과를 쉽게 뒤엎지는 못할 것"이라며 "식약청이 소시모와 같은 방식으로 실험을 한다고 약속했고 해당 업체들과는 일절 협의나 접촉을 안 한다고 했으니 믿을 것"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또한 해당 제품을 사용했다는 네티즌들은 "배합 한도에 대해 행정 처분을 내리는 것은 말할 필요가 없다"며 "소비자를 위한 이런 실험은 주기적으로 해야 정신을 차릴 것"이라는 제안에 공감을 표했다.
더욱이 이번 비비크림 실험 결과 최고가이면서 배합 한도 초과 판정을 받은 아모레퍼시픽의 '아모레퍼시픽 라이브화이트 멜라디파잉 비비크림'(10ml 당 3만 원)과 성분 함량 적합 판정을 받은 (주)쿠지인터내셔널의 '쿠지 플라워톡스 쓰리액션수퍼 비비크림'(10ml 당 2천 원)의 가격 차이가 15배여서 조사 결과 발표 후 소비자들로부터 집중적인 비난을 받은 터여서 한동안 논란은 계속 될 전망이다.
아모레퍼시픽뿐만 아니라 행정 처분이 유력한 에스티로더의 '사이버화이트 브릴리언트 셀 엑스트라 인텐시브 비비크림 멀티-액션 포뮬라'(10ml 당 2만 원)와 랑콤의 '유브이 엑스퍼트 지앤 쉴드 비비컴플리트'(10ml 당 1만5천 원) 역시 적합 판정을 받은 제품보다 7.5~10배 비싼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해당 업체의 제품들은 대부분 올해 6월 제조한 것으로 밝혀져 올해 2월에 개정된 화장품법의 적용을 받아 전 제조 또는 판매업무정지 6개월의 처분에 해당된다.
화장품법 시행 규칙 행정처분의 기준(제29조제1항)의 개별기준에 따르면 '법 제8조제2항에 따라 사용상의 제한이 필요한 원료에 대하여 식품의약품안전청장이 고시한 사용기준을 위반한 화장품에 대해 해당 품목 제조 또는 판매업무정지 6개월'로 명시돼 있다.
식약청 화장품정책과의 한 관계자는 "배합 한도 초과 제품에 대해서는 예외 없이 전 제조 또는 판매업무정지 6개월 처분을 받게 될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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