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CE신용평가(주)에서 15일 '화장품 업계의 맞수,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의 사업전략 및 경영성과 비교'라는 리포트를 발표해 업계의 주목을 끌고 있다.
15장 분량의 이 리포트에는 최근 (주)아모레퍼시픽(대표 서경배)과 (주)LG생활건강(대표 차석용)의 전략과 성과 외에 성향과 전망까지 분석해 영원한 맞수인 두 업체 간의 경쟁이 치열함을 보여주고 있다.
NICE신용평가 기업평가2팀의 홍준표 책임연구원은 "최근 국내 화장품 업계 1, 2위인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의 경쟁 양상이 흥미롭게 전개되고 있다"며 "아모레퍼시픽은 높은 브랜드 인지도를 바탕으로 업계 1위의 시장 지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최근 LG생활건강이 공격적인 확장 전략을 펼치면서 격차를 축소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리포트에 따르면 두 회사는 사업 전략 측면에서 매우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보수적 투자를 견지하고 있는 아모레퍼시픽은 집중화와 Green field(공장이나 사업장을 직접 짓는 투자 방식) 전략을 펼치고 있고 LG생활건강은 사업 다각화와 M&A 전략을 펼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 보수적 투자 정책
우선 아모레퍼시픽은 아모레퍼시픽 그룹의 핵심 계열사로 국내 화장품 시장의 약 33%를 차지하고 있는 1위 사업자이다. '설화수' '헤라' '아이오페' 등 다수의 메가 브랜드를 바탕으로 뛰어난 브랜드 파워를 보유한 가운데 수십년간 업계 1위를 고수하고 있다고 리포트는 평가했다.
그룹 전체적으로는 매우 우수한 재무구조를 보유하고 있음에도 확장을 자제하는 등 내실 위주의 경영 전략을 유지하고 있는 재계의 대표적인 보수적 그룹으로 손꼽히고 있다.
이는 국내 상위권 대기업 대부분이 수년간 계열사 확대를 통해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지만 아모레퍼시픽 그룹의 계열사 수는 큰 변동이 없는 것으로 알 수 있다. 2012년 4월 말 기준 국내 상위 10개 기업 집단의 평균 계열사 수는 지난 10년간 약 2배씩 증가했으나 아모레퍼시픽의 계열사는 2002년 10개의 계열사가 2012년 4월까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 그룹 및 국내 상위 10개 기업 계열사 수 추이 변화
▲ 자료 제공 : 금융감독원 및 공정거래위원회 |
또한 사업 분야도 뷰티, 헬스케어 사업 위주로 타 산업 진출은 거의 없다. 국내 대기업 대부분이 이질적인 사업에 진출하면서 복합 기업을 추구하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매우 이례적이라고 홍 연구원은 설명했다.
홍 연구원은 아모레퍼시픽의 이러한 보수적 전략을 지난 1990년대의 구조조정 경험에서 그 원인을 찾고 있다. 한때 증권, 스포츠, 전자, 금융 등 다수의 사업에 진출했으나 1997년도의 IMF 금융 위기를 전후로 대규모 구조조정을 거치면서 비주력 사업은 대부분 정리했고 이처럼 혹독한 구조조정이 현재의 보수적 정책의 배경이 되고 있다는 평가였다.
해외 사업은 Green Field 전략 위주
아무리 보수적인 아모레퍼시픽이라도 성장에 대한 고민은 하지 않을 수 없다. 국내 화장품 시장의 성장은 양호하지만 경쟁 강도는 높은 편이다. 특히 아모레퍼시픽의 경우는 이미 대부분의 화장품 카테고리에서 상위권을 확보하고 있어 신제품을 출시하더라도 카니발리제이션(Cannibalization : 신규 제품이 기존 제품의 점유율을 잠식하는 효과)으로 효과를 제대로 발휘하지 못할 가능성이 타 업체에 비해 높은 편이다.
홍 연구원은 이러한 기업이 가장 쉽게 취할 수 있는 성장 전략으로 해외 시장 진출을 꼽았다. 아모레퍼시픽은 국내 화장품 업체 중 해외 시장 진출을 가장 활발히 진행하고 있고 2012년 6월 말 현재 해외 사업을 총괄하는 해외 지주사 포함 총 13개의 해외 법인을 보유하고 있다. 또한 프랑스와 중국에 해외 생산 공장을 보유하고 있고 세계 10여 개 국에 진출하는 등 글로벌 생산, 판매 네트워크를 확보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 해외 법인 현황
▲ 자료 제공 : 금융감독원(2012 6월 말 기준) |
아모레퍼시픽의 해외 시장 진출은 Green Field 전략 위주로 이뤄진다. 해외 시장에서의 낮은 브랜드 인지도를 감안할 때 해외 화장품 업체의 M&A를 시도해 볼 수 있지만 현재까지는 해외 생산 공장을 직접 건립하고 자사 브랜드를 도입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 해외 사업의 핵심 지역은 해외 매출의 약 50~60%를 차지하는 중국이다. 2011년에는 '설화수'를 도입했고 2013년에는 상하이에 생산(제2공장)과 연구 기지를 완공할 예정이다.
지난해 아모레퍼시픽은 프랑스 향수 업체인 아닉구딸을 인수하면서 Green Field 전략과는 다른 모습을 보이기도 했지만 이는 325억 원에 불과한 소규모 M&A이고 주력인 화장품이 아닌 향수 사업 강화 차원이어서 의미 있는 변화로 볼 수 없다. 또한 아닉구딸의 연간 매출 규모도 200억 원에 불과해 인수 후 실적 기여 효과도 매우 미미할 것으로 홍 연구원은 분석했다.
LG생활건강 M&A 통한 적극적 확대 전략
지난 2001년 LG화학에서 분사된 LG생활건강은 아모레퍼시픽에 이어 국내 2위 화장품 업체이자 생활용품 1위, 음료 부문 2위 업체이다. LG그룹의 모태가 되지만 2000년대 중반까지 내수 위주의 사업구조와 성장 둔화 등으로 그룹 내 위상은 높지 않았다. 하지만 2005년 차석용 대표가 취임한 이후 적극적인 확대 전략을 펼치면서 드라마틱한 실적 개선을 보이고 있다.
홍 연구원은 LG생활건강이 짧은 시간에 큰 폭의 실적 개선을 이룰 수 있었던 가장 큰 요인을 성공적인 턴어라운드를 바탕으로 한 적극적인 M&A로 꼽았다. 2007년말 코카콜라 인수를 시작으로 2009년 다이아몬드샘물, 2010년 더페이스샵과 한국음료, 2011년 보브와 Ginza Stefany 등 다수의 M&A를 성사시킨 점을 홍 연구원은 높이 평가했다.
LG생활건강의 M&A 내역
▲ 자료 제공 : 금융감독원(매출 및 영업이익 2011년 기준) |
특히 국내 저가 화장품 1위 기업인 더페이스샵을 인수하면서 아모레퍼시픽과의 화장품 시장 격차를 줄이는 데 기여했다고 분석했다. 이어 홍 연구원은 향후에도 LG생활건강이 M&A를 통한 사업 확대를 지속적으로 모색할 것으로 예상했다.
현재 업계에서는 LG생활건강이 인수 가능한 업체로 M사와 W사 등을 거론하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해 LG생활건강 측이 부인한 바 있어 현재로서는 섣부른 판단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홍 연구원은 LG생활건강의 또 다른 특징으로 다각화 전략을 언급했다. 아모레퍼시픽은 화장품 비중이 약 80%로 매우 높은 데 비해 LG생활건강은 2011년 연결기준 화장품, 생활용품, 음료 사업부 매출 비중이 각각 36%, 34%, 30%로 균형이 잡혀 있다.
LG생활건강의 다각화 전략은 현재진행형이어서 생리대, 액상 분유 시장 진출을 모색하는 한편 토탈 뷰티 브랜드인 '비욘드' '빌리프'와 색조 브랜드숍인 'VDL' 등을 출시해 신규 제품 출시도 활발히 진행 중이다.
아모레퍼시픽 VS LG생활건강 사업 성과
홍 연구원은 두 업체의 사업 구조가 상이해 사업 성과 분석에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따라서 M&A 효과가 반영되는 연결기준 실적뿐 아니라 M&A 효과가 제외되는 개별/별도 기준 실적 비교도 병행했다. 이어 두 업체 간 가장 경쟁이 되는 화장품 부문에 대해서는 개량적 지표 외 질적 지표 비교도 병행했다.
M&A 효과를 제외한 두 회사의 순수한 자체 사업의 경영 실적을 살펴보면 LG생활건강의 수익성 개선 효과가 다소 높게 나타났지만 전반적으로 두 업체 간 사업 실적 차이는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두 회사 모두 자체 사업으로 생활용품, 화장품 사업이 있고 두 사업부 간 매출 비중은 차이가 있지만 2007~2011년 중 연평균 매출 성장율은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이 각각 14%, 14.2%로 비슷한 수준이었다. 지난해 기준 매출 비중도 양사 모두 2조 원 내외를 기록했다. 두 회사 모두 국내 화장품 및 생활용품 시장의 경쟁 과열 속에서 꾸준한 신제품 출시, 고가 제품 비중 확대, 유통교섭력 강화 등을 통해 비교적 양호한 매출 성장을 시현하고 있었다.
아모레퍼시픽(좌)과 LG생활건강(우)의 개별 기준 매출 추이
▲ 자료 제공 : 금융감독원 |
영업이익 평균 성장율은 같은 기간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이 각각 10.4%, 18.5%로 LG생활건강의 영업이익 증가율이 높게 나타났다. 지난 2007년 아모레퍼시픽 영업이익 규모가 LG생활건강의 약 2배였으나 지난해에는 약 1.5배 수준으로 낮아졌다. 이는 LG생활건강의 화장품 사업부 중심 고가 비중확대 효과가 상대적으로 더 높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하지만 아모레퍼시픽의 영업이익이 여전히 LG생활건강보다 1천억 원 이상 높게 나타났고 매출액 영업이익률도 15~20%대로 10%대 초반을 기록하고 있는 LG생활건강보다 우수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M&A는 LG생활건강에 실적 개선 효과
홍 연구원에 따르면 LG생활건강의 M&A는 실적 개선 효과를 가져온다. 지난 2007년 당시 매출 약 4,600억 원 규모의 코카콜라를 인수하면서 처음으로 연결 매출이 아모레퍼시픽을 초과했고 다수의 M&A로 매출 격차를 벌려 나가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기준 LG생활건강의 연결 매출은 3조5,000억 원으로 아모레퍼시픽보다 1조 원 가량 앞섰다.
아모레퍼시픽(좌)과 LG생활건강(우)의 연결 기준 매출 추이
▲ 자료 제공 : 금융감독원 |
또한 두 회사의 영업이익 추이를 비교하면 LG생활건강의 성장성이 더욱 높게 나타났다. 2007~2011년 중 LG생활건강의 연평균 영업이익 증가율은 35.9%이고 아모레퍼시픽은 12.6%에 그치고 있다. 2007년 1,175억 원으로 아모레퍼시픽의 절반 수준이었던 LG생활건강의 영업이익은 지난해 4,008억 원으로 아모레퍼시픽의 영업이익을 처음으로 약 300억 원 가량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M&A를 위해 2007~2010년 중 약 8천억 원의 자금이 투입된 점을 감안하더라도 LG생활건강의 영업이익 개선 효과가 매우 크게 나타났다고 홍 연구원은 분석했다.
이는 지난해 LG생활건강 전체 연결 영업이익의 34%, 연결 대상 자회사 영업이익의 약 90%로 영업이익 개선 효과는 사실상 코카콜라음료(847억 원)와 더페이스샵(527억 원)에서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향후 LG생활건강의 수익성 개선 속도는 과거에 비해 둔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홍 연구원은 지적했다. 대형 M&A에 따른 영업이익 증가 효과가 대부분 반영됐고 화장품 사업부가 최근 경기 침체의 영향으로 실적 개선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게다가 해태음료와 Ginza Stefany 등 1천억 원대의 M&A에서 흑자전환에 어려움을 겪고 있고 특히 Ginza는 일본 내수 중심의 사업 구조로 시너지 효과가 크지 않을 전망이다.
화장품 사업부 비교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 간 경쟁 강도가 가장 높은 사업은 화장품이다. 또한 소비자들이나 업계 또한 두 회사의 화장품 사업부에 관심이 높다.
가장 직관적인 경쟁력 비교 지표인 국내 시장 점유율은 아모레퍼시픽(아모레퍼시픽 자체 집계 기준)이 2005년 34.7%에서 2011년 32.7%로 소폭 하락했고 LG생활건강은 2005년 8.2%였던 시장 점유율이 2011년에는 13.1%로 증가했다. 여기에 더페이스샵을 합하면 16.9%에 이르러 아모레퍼시픽의 절반 수준에 이른다.
국내 화장품 시장 점유율 추이
▲ 자료 제공 : 금융감독원 |
하지만 아모레퍼시픽의 계열사인 중저가 화장품 에뛰드와 이니스프리를 합하면 아모레퍼시픽의 시장 점유율은 37% 내외에 이를 것으로 분석됐다. 더페이스샵은 연결 대상에 포함되지만 에뛰드와 이니스프리(아모레퍼시픽 그룹이 최대 주주)는 연결 대상에서 제외돼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의 정확한 화장품 사업부 실적 비교를 위해서는 에뛰드와 이니스프리가 포함돼야 한다.
따라서 아모레퍼시픽의 전체 화장품 사업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지난해 2.5조 원과 3,713억 원이고 LG생활건강은 매출이 1.2조 원, 영업이익이 1,792억 원이어서 여전히 아모레퍼시픽이 약 2배 정도 높은 수준이다.
2007년에는 아모레퍼시픽의 영업이익 규모가 LG생활건강의 약 2.5~3배 수준이었으나 LG생활건강이 더페이스샵 인수와 자체 사업부의 상대적 고성장을 바탕으로 그 차이가 감소했다. 만약 더페이스샵 인수 효과를 제외하면 아모레퍼시픽의 매출과 영업이익 규모는 여전히 LG생활건강의 약 3배 수준을 유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모레퍼시픽(좌)과 LG생활건강(우)의 계열 합산 매출 추이
▲ 자료 제공 : 금융감독원 |
이는 아모레퍼시픽이 계열사를 통해 중저가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출하는 등 국내 화장품 시장 변화에 잘 대응해온 것이라고 홍 연구원은 평가했다.
화장품 사업부 질적 경쟁력 비교
홍 연구원에 따르면 화장품 사업은 제품의 Life Cycle이 짧고 고객 트렌드 변화가 빠른 편이어서 실적의 지속 가능성과 신제품의 시장 안착 가능성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매출과 영업수익성 지표 외 질적인 요소에 대한 평가도 이뤄져야 한다. 화장품 업체의 질적인 경쟁력은 매출 1천억 원 이상 메가 브랜드 수, 고가 브랜드 비중, 유통 채널 형태 등을 통해 비교해 볼 수 있다.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의 화장품 사업 주요 질적 지표를 비교하면 메가 브랜드/고가 브랜드 비중, 최대 브랜드 매출 규모, 방문판매 규모, 고가 유통 채널 비중 등 모든 면에서 여전히 아모레퍼시픽이 LG생활건강을 앞서고 있다.
특히 아모레퍼시픽의 '설화수'는 단일 브랜드 매출이 LG생활건강의 고가와 메가 브랜드 전체 매출 합계보다 더 높게 나타나고 있다. 또한 고객 충성도가 높은 방문판매도 아모레퍼시픽의 방문판매 인원수가 LG생활건강의 약 2.7배에 이르고 있다.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이 최근 경영 성과를 분석한 결과 매출, 영업이익 등 계량적인 사업 지표에서는 LG생활건강이 아모레퍼시픽보다 나은 성과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화장품 사업부만 비교할 경우 양적, 질적 지표 모두 아모레퍼시픽이 LG생활건강보다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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