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 A숍을 운영하는 점주에게서 연락이 왔다. 1월 한달동안 게릴라 세일 등 3번이나 세일을 진행하는 등 본사 영업전략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고 매장 운영도 힘들다는 것이다.
세일을 해서 매출이 향상되면 모르겠지만 세일을 하기 전보다 적은 매출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어서 조심스럽게 다른 매장을 알아보고 있는 중이라는 설명이었다.
시판채널에서 그래도 20여년 동안 매장을 운영했던 베테랑으로서 어렵다는 말은 되뇌였지만 실제적으로 다른 매장으로 변환시키겠다는 말은 처음이었다. 그리고 자신 뿐만이 아니라 주변 지인들도 매장전환을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는 말도 전했다. 이제 말만이 아닌 실제적으로 숍 운영전략의 향방에 따라 점주들의 대이동이 일어날 수도 있는 징조다.
지난해 B숍은 점주들을 대상으로 획기적인 이벤트를 진행했다. 우수 점주를 발탁해 해외 여행을 시켜주는 이벤트에서 벗어나 점주와 가족을 대상으로 한 건강검진 이벤트였다. 건강검진 이벤트는 점주들 사이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일으켰고 지난해 B숍의 매출 성장은 경이로울 정도였다. 물론 매장수 증가도 다른 숍보다 월등하게 높았다.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올해도 시판채널에서는 각 숍별로 1년 내내 할인이 이뤄지는 기이한 현상을 연출하고 있다. 얼마전 북핵 문제로 떠들썩 했을 때에는 모 브랜드숍의 할인이 ‘북핵’을 따돌리고 검색어 1위에 올라 뉴스를 타기도 했다.
소비자들도 각 숍에서 할인이 이뤄질 때만 제품을 구매하는 경향으로 바뀌고 있다. 매월 반복되는 세일로 평상시에 제품을 구입하는 것은 바보라는 인식까지도 강하다.
하지만 각 숍의 운영주체인 화장품회사에서의 입장은 다르다. 치열한 경쟁구도 속에서 매출확대와 성장의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서는 어쩔수 없이 할인전략을 쓸 수밖에 없다는 목소리다. 내가 하지 않더라도, 다른 누군가는 세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다양한 마케팅 전략을 구사하고 싶어도 즉각적으로 효과가 나타나는 세일을 하게 된다는 설명이다.
중요한 것은 본사도 본사이지만 실질적으로 판매 일선을 책임지고 있는 매장이다. 단순하게 내 제품을 판매하려고 모인 사람들이 아니라 함께 상생하며 발전을 추구해야 하는 부분은 모두가 알고 있다.
1만2천여개에 이르는 시판채널의 다양한 숍들 모두 경쟁하고 있고 그 숍마다 자신만의 특성에 맞는 간판을 다르게 걸기 때문에 본사에서는 정책을 입안하고 실행할 때 매장점주를 간혹 잃어버리곤 한다.
고인물은 썩는다라는 말이 있다. 한 두 번 정도는 본사의 입장을 이해하더라도 매번 지속되면 사람들은 흔들리기 마련이다. 그래도 그 자리는 다른 누군가가 채울 수 있다. 비워지는 부분을 채우는 것이 아닌 비워지지 않게 상생의 묘가 필요한 시기이다.
지난해 건강검진 이벤트를 진행했던 B숍만큼은 아니지만 서로가 의견을 존중하며 함께 발전할 수 있는 길을 마련해야 이 어려운 시기를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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