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숍들이 스스로 쳐놓은 과다할인 경쟁의 덫에 빠졌다. 할인에 익숙해진 소비자들은 이제 할인하지 않는 제품은 구매하지 않고 있다. 매출 극대화 전략의 일환이었던 할인 정책이 유일한 매출 수단으로 전락하는 추세다.
브랜드숍의 경쟁력이 ‘고품질 저가’에서 오로지 ‘저가’로 옮아가는 이런 악순환 구조가 결국 브랜드숍 10년 아성을 허물어뜨리는 시발점이 될 것이라는 분석까지 나온다.
최근 브랜드숍 과다 할인경쟁에 대한 우려가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음에도 할인경쟁은 가속화되는 추세다. 왜 그럴까. 많은 이유가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할인하지 않으면 매출이 급감하기 때문이다.
지난 주말인 9~10일 브랜드숍이 밀집한 인천 부평의 한 쇼핑상가에서 이런 현상은 극명하게 나타났다. 이틀간 주요 쇼핑 시간대를 지켜본 결과, 할인을 실시하고 있는 에뛰드하우스, 토니모리, 미샤 등의 매장에는 발을 붙일 데가 없을 만큼 고객들이 들끓는 반면 할인판매를 하지 않는 스킨푸드, 더페이스샵 매장에는 고객이 거의 없었다.
특히 이 쇼핑상가 전체에 한산한 매장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인파가 몰린 주말이어서 비세일 화장품 매장의 모습은 더욱 두드러져 보였다.

▲ 발 비딜 틈이 없을 만큼 고객들로 붐비는 토니모리(왼쪽)와 에뛰드하우스(오른쪽) |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동일한 제품을 싸게 살 수 있는데 누가 비싼 제값을 주고 살까. 더 큰 문제는 특정 브랜드숍 제품만을 구매하는 소비자들도 이제 세일이 아니면 제품을 사지 않는다는 점이다. 조금만 기다리면 세일을 하는데 정상가로 구매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A 브랜드숍 메이크업 제품만을 사용해 왔다는 직장인 최미소(여 29, 부평구 가명) 씨는 “화장품이 하루 이틀만에 다 쓰는 것도 아니고 제품이 떨어지기 전에 늘 세일을 하기 때문에 항상 할인된 가격으로 구매하고 있다”며 “아마 이제는 제값을 주고 사라면 사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최 씨는 여러 브랜드숍에 회원등록을 해 둬 세일에 대한 정보가 실시간 문자로 날아오기 때문에 필요한 화장품에 대한 쇼핑을 계획적으로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 주말인지 의아할 정도로 한산한 스킨푸드(왼쪽)와 더페이스샵(오른쪽) |
속칭 ‘파리만 날린’ 이 쇼핑상가의 더페이스샵 매장이 최 씨와 같은 사례를 증명했다. 이 매장은 지난달 22일부터 이달 5일까지는 장사가 잘 됐었다.
숍 관계자는 “10주년 기념으로 12일간 최대 50% 할인행사를 펼친 기간에는 손님이 너무 많아 정신이 없을 지경이었다”며 “세일기간에 손님이 몰리다 세일이 끝나면 한산해지는 것은 이제 특별하지도 않다”고 말했다.
이처럼 과다 할인경쟁의 여파가 이젠 할인을 지양하기 어려운 구조로 부메랑이 돼 돌아오고 있다. 또한 시간이 지날수록 이런 경향은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소비자들이 할인에 익숙해질수록 1년 내내 할인을 반복하면서도 고성장을 유지하는 브랜드숍의 ‘정상 가격’에 대한 의구심이 함께 증폭되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스킨푸드가 지난달말 자사 광고모델을 통해 “툭 하면 세일해?”라는 카피로 브랜드숍 할인 정책에 대해 날린 돌직구가 소비자들의 이런 의혹을 부추기고 있다.
업계의 모든 눈은 브랜드숍들이 이 난국을 어떻게 극복해 나가느냐에 맞춰져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른바 ‘중저가숍’에서 ‘원래 싸게 파는 숍’으로 전락을 눈앞에 둔 현 시점에서 브랜드숍들이 이를 어떻게 헤쳐나갈지가 최근 시판유통의 최대 관심사"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