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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품칼럼

[화장품 컬럼] 공기와 향, 코로나19 펜데믹 위기에서 태동하는 프리미엄 K-센트 기회

김수미 코스웨이 대표이사

[코스인코리아닷컴 전문위원 김수미] 미국 플로리다주 중부에 위치한 세계적인 관광도시 올랜도, 2020년 해외 첫 박람회의 시작점이다. 발디딜 틈없이 많은 관람객을 자랑하는 올랜도 PGA Show, 올해 1월에는 곳곳에 빈 전시 부스와 한층 줄어든 관람객들로 인해 참가사들이 아쉬움을 토로했다.

 

중국에서 오는 관람객들의 입국을 불허한 미국의 조치가 4개월이 지난 지금도 지속되고 있고 이러한 사태가 언제 종식될지 모르는 상황이 될 것이라고는 2020년을 시작하는 그 지점에서 누구도 예견하지 못한 상황이다. 신선한 바람과 코 끝을 스치는 시원한 향기, 이를 만끽하는 자유의 대가가 얼마나 큰지 또한 누구도 예측하지 못했다.

 

올해 1월 시작되어 지금까지 코로나19 바이러스 발병과 확산이 지속되는 전 세계적인 펜데믹(Pandemic, WHO 기준 감염병 최고 등급) 재앙으로 대한민국과 세계는 전쟁을 치르고 있다. 마스크 속에 가려진 우리 인류는 숨을 쉬는 자유, 편하게 공기를 들이마시고 어느 곳이든 떠날 수 있는 자유가 인류에게 얼마나 소중한 가치였나를 인식하게 됐다.

 

사람간의 접촉과 공기를 통해 전파되는 코로나19의 등장은 인류에게 사람이 제공하는 서비스가 가장 값비싸고 향유하기 어려운 럭셔리한 서비스이며 이런 서비스를 제공하고 제공받는 것이 더 이상 당연한 일이 아님을 알게 해줬다. 얼굴을 맞대고 인사를 하는 유럽과 남미식의 비쥬 인사가 얼마나 위험한지, 코로나19 팬데믹 시대에 악수를 통한 인사가 얼마나 위험한지 각국의 뉴스에서 비중있게 다루어 왔다.

 

화장품 시장은 그동안 즉각적인 효능과 편리함에 가치를 부여해 왔던 시간들을 돌아보며 인간을 위한 모든 행위가 자연의 규칙을 준수하고 따를 때 비로소 지속가능함을 깨닫고 있다. 한 번 쓰고 버릴 수도 있는 화장품, 여러 개를 모아놓고 사용하는 값싸고 편리한 패스트 코스메틱을 벗어나야 할 때임을 자각하게 된 것이다.

 

우리는 그동안 지속가능한 산업을 위한 클린뷰티(Clean Beauty)가 하나의 선택지라고 여겨왔지만 인류의 생명과 직면하는 위기에서 지구의 온난화를 방지하기 위해 탄소발자욱을 줄이고 일회용품 사용을 억제하고 쓰레기를 줄이는 노력과 제도는 필수임을 인식해야 한다. 전 세계적인 경기 침체에서 탈탄소의 인프라를 구축하고 재생 가능하거나 생분해가 가능한 물질들로 화장품 산업에 필수적인 소재와 자재를 대체해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방법 또한 강구해야만 한다.

 

무한에 가까운 자유를 만끽하며 지내왔던 인류는 강제 격리와 강제 휴식으로 제한된 반경 안에서 지내는 방법을 찾아내고 원격 근무와 화상회의를 통해 소통을 해결해야 하는 현실에 직면해 있다. 백화점, 면세점, 로드숍 등 화장품 유통은 이미 직격탄을 맞았다. 마스크에 가려진 얼굴, 화장을 하기 어려운 현재가 화장품 산업에서는 팬데믹 그 자체인 현실이다.

 

몇 달, 때로는 몇 년을 준비했던 프로젝트가 언제 다시 시작될지 또한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기회가 올지 예측을 하기 어렵다. 이제 화장품 시장은 긴 호흡을 갖고 한 발자국 물러서서 시장을 조망해야 한다. 예기치 못한 큰 조류 안에서 누군가는 기회를 얻고 또 다른 누군가는 헤어날 시도조차 못하고 있다.

 

한국 화장품 산업 또한 그 어느때보다 격한 위기에 처해 있지만 전 세계가 겪고 있는 동일한 재앙에 대처하는 한국의 모습이 세계의 표준이자 롤모델이 되고 있어 화장품 산업 전체에는 또 하나의 기회로 작용하고 있다. 인류의 목숨과 직결되는 위생과 안전에서 그 어느 나라보다 빠르고 투명하게 펜데믹 상황에 대응하며 확진자를 단 한명도 발생시키지 않으면서 치뤄낸 대한민국의 총선이 세계에 주는 메시지는 매우 강력했다.

 

위생과 안전이 그 무엇 보다 우선시되는 각국의 상황에서 불안해하지 않으면서 믿을 수 있는 한국의 화장품과 서비스에 대한 신뢰는 하나의 기회 요인으로만 작용하지 않는다. 통상 접수와 승인 단계에서 몇 개월이 걸리는 미국 FDA의 등록 절차에서도 단 일주일만에 등록과 처리되는 프리미엄을 경험하고 있다.

 

세계적인 색채연구기업 판톤(Pantone)은 마치 코로나 블루(Corona Blue, 코로나 우울증)에 대응하듯 올해의 컬러를 클래식 블루(Classic Blue)로 선정하며 평화와 안정의 메시지를 전한다. 평화와 안정, 위안과 휴식에 대한 강렬한 열망은 우리 산업 뜻밖의 곳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외출이 제한 되어 있고 외부에서는 마스크를 착용해야 하는 이유로 화장품의 전체적인 판매량이 급감했지만 손세정제와 마스크 등 위생용품을 비롯해 비누와 핸드워시, 샴푸와 린스 등은 판매량이 급증하며 반사 이익을 누리고 있다.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세정제류와 섬유유연제의 판매량 또한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제품의 효능 효과 뿐만 아니라 향기로 선택되는 상품들, 힐링이 필요한 시대에 집에 묶인 사람들이 스스로를 위로하고 코로나 블루를 극복하는 방식의 하나로 여겨진다.

 

 

향기는 한국의 화장품 산업이 직면한 과제 중 하나로 꼽히고 있는데 빅 브랜드가 지속적으로 투자 해도 K-뷰티에서 가장 뒤쳐진 영역이다. 화장품 산업의 정점에 있는 향기 산업이 K-뷰티의 영역에서는 미지의 영역인 것이다. 향수 만큼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고 자신을 표현하는 화장품은 존재 하지 않는다. 그래서 향수를 뿌리는 것을 Wearing a perfume이라고 표현한다. 한국의 향기 산업이 답보 상태에 머무르는 여러가지 요인 중 하나를 꼽자면 섬유유연제 즉, 생활용품으로 가볍고 값싸게 향기를 입는 시장이 압도적으로 존재한다는 것이다. 진정으로 Wearing a perfume을 하고 싶을 때는 명품 브랜드를 사용하는 소비자들의 목록에 한국의 향수 목록은 발견하기 어렵다.

 

신선한 바람 맑고 깨끗한 공기의 가치가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지금, 공기와 함께 향유하는 향기에 주목이 필요한 시기이다. 조향 컨설팅과 센서리 브랜딩(Sensory branding) 전문 기업인 센트바이가 최근 한국화장품미용학회지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90년대 초반 150억 원 정도였던 향기 산업이 산업통상부 조사에 의하면 2015년 연 2조 5,000억 원으로 매년 10%의 성장을 이루고 있으며 2019년에는 40조 원에 가까운 규모로 발전할 것으로 전망했다.

 

K-뷰티를 바라보던 세계 시장에 이제 K-센트를 선보일 시점이다. 한국의 향기 산업이 주목받을 때 두각을 나타낼 수 있는 브랜드와 제품들이 등장해야 할 시기인 것이다. 이는 회사와 브랜드의 크고 작음을 벗어나 패스트푸드처럼 찍어내는 패스트 코스메틱의 영역에서 슬로우 뷰티, 슬로우 코스메틱의 영역에서 바라보는 관점이 필요하다.

 

필자는 지난 1년간 벗꽃이 가득했던 4월의 제주, 7월부터 12주간 진행된 센트&라이프(Scent&Life) 국제 조향 세미나, 오스만투스 향으로 뒤덮인 달콤하고 우아한 10월의 항저우 국제 세미나를 오가며 최고의 조향사들과 함께 향기를 만들고 향수를 창조하는 귀한 경험을 했다. 바람이 거친 남해에서 해풍을 맞으며 자란 천연 유자에서 추출한 향료를 그라스로 보내고 조향사들의 평가를 숨죽이며 기다렸다.

 

시트러스 계열 중 가장 높은 등급을 가진 청량한 고유의 향, 상큼한 시트러스 노트의 첫인상은 그대로 간직하면서 그 사이로 존재감을 드러내는 프루티(Fruity), 우디(Woody), 머스크(Musk)가 존재하는 천연 유자에서 추출한 향료는 세계적인 조향사들의 찬사를 받았다. 노랑 미모사가 펼쳐진 2 월의 그라스에서 1년간의 대장정을 마치고 완성된 향수는 아직 코로나19로 인해 시장에 선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2020년 개최 일정을 정하지 못한 칸느 영화제, 지난해 칸느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에 대한 열광과 관심은 여전히 진행중이다. 향 전문지 NEZ의 2019년 가을겨울호에도 기생충에 대한 기사가 4면에 걸쳐 등장하는데 영화를 설명하는 두 단어는 바로 후각 사회학(Olfactory Sociology)이다. 자연과학적 방법으로 인간 사회와 인간의 사회적 행위를 연구하는 학문인 사회학, 기생충에서 은연중에 드러내는 계층을 향을 통해 상징적으로 표현한다.

 

새로운 공간과 환경에 녹아들기 위해 노력하는 기택의 가족, 그럼에도 반지하에서 스며든 가난의 냄새는 벗어날 수 없다는 봉준호 감독의 인터뷰가 인상적이다. 세계 3대 향이라 일컫는 용연향, 침향과 사향은 꽃과 식물이 아닌 인고의 세월로부터 빚어진다. 고래와 사향노루의 분비물에서 탄생한 향처럼 부자의 공간 속에 존재하는 빈자의 냄새는 역설적으로 한국 사회에 향기 그 본질에 대한 환기를 일깨우고 외부의 호기심을 유발한다. 계층간에 존재하는 미묘한 냄새로부터 향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한 기생충은 마치 세계 3대 향처럼 한국의 향에 강력한 상징과 인고의 시간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한국에는 향기 시장이 존재하고 향 전문가가 존재함에도 아직 한국의 향료가 명품 향수로 개발되지 못하고 있다. 남해의 천연 유기농 유자 그 껍질에서 추출한 유자 에센셜 오일을 첫 시작으로 세계적인 조향사들이 인정하는 향을 최초로 선보이고 일본의 유주(Yuju)로만 알려져 왔던 유자를 한국의 유자로 인식하게 만든 향료가 탄생한 것이다.

 

올해는 제주 귤꽃 앱솔루트와 남해 찔레 앱솔루트를 향료로 만들기 위한 시도를 하고 있다. 자스민꿀, 네롤리, 신선한 잎의 오묘한 향을 지닌 제주 귤꽃은 제주도의 전문 농부 6명이 하루 꼬박 꽃을 수확하고 수확한 꽃 전체인 10Kg을 3박4일간 실험실에서 용매 추출을 해서 겨우 20g의 감귤꽃 앱솔루트를 얻을 수 있다. 수율 0.2%의 값비싸고 귀한 향료, 가장 비싼 향수로 일컬어지는 침향(Oud)보다도 더 높은 몸값이다. 지난해 남해 유자를 향료를 만들기 위해 1년 동안 시도한 것처럼 올해는 제주 귤꽃과 남해 찔레를 향료로 만들기 위한 도전을 시작한다.

 

K-뷰티의 성장은 화장품 산업의 도전과 노고 뿐이 아니라 국가적 차원에서의 지원과 산학간의 협력이 그 기반에 존재한다. 지금은 하나의 점으로만 존재하는 K-센트가 점을 넘어 선과 면을 형성해 세계 8위를 차지하는 K-뷰티의 위상에 걸맞는 지점에 가 있는 걸 상상하는 것은 결코 어려운 일이 아니다. 공기와 향, 펜데믹의 위기에서 프리미엄 K-센트의 태동을 염원한다.

 

     김수미

     코스웨이 대표이사

     파워풀엑스(주) 사외이사

     숙명여자대학교 향장대학원 초빙교수

     숙명여대 뷰티 최고위 책임교수

     연세대학교 글로벌 뷰티 최고위 과정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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