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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품칼럼

[화장품 컬럼] 코로사피엔스와 화장품 산업

강학희 한국콜마 기술연구원장

[코스인코리아닷컴 전문위원 강학희] 코로나19는 우리의 삶을 크게 변화시키고 있다. 연초에 세웠던 회사의 사업계획이나 아젠다(agenda)가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대부분 소멸됐다. 지금까지 유효했던 목표나 전략이 의미 없어지면서 이를 대체할 새로운 비전이 필요해졌다.

 

기존에 선진국의 기준은 경제 수준과 문화 발달 정도 등에 의해 평가됐다. 하지만 이번 코로나19 상황을 겪으면서 안전에 관한 국가 인프라가 매우 중요한 척도임을 보여 주고 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선진국의 기준으로써 경제적, 문화적 측면 뿐 아니라 사회의 안전을 얼마나 보장하는지가 포함돼야 할 것이다. 이를 계기로 창궐하는 세계적 대변혁기를 대비해 안전에 관한 정부와 민간의 인프라 투자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헬스 산업이나 바이오 산업 분야에 새로운 성장 기회가 발생함을 의미하는 것으로 관련 업계는 이를 잘 활용해야 할 것이다. 또한 비대면 라이프 스타일에 어떻게 대응하느냐가 앞으로의 기업 생존 전략에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다. 항공기나 선박 등 대량의 이송 수단은 제한적일 수 밖에 없을 것이며 사람과 물자의 물리적 이동에는 상당한 어려움이 예상 된다. 저임금 국가로의 생산기지화가 줄어들고 원부자재의 국가간 이동도 과거보다는 훨씬 제한적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자유로운 이동 환경을 배경으로 가속화를 달리던 세계화는 크게 위축되거나 탈세계화 현상으로 이어질 것이다.

 

화장품 산업도 사드(THAAD)와 미중 무역갈등에 이은 코로나19 충격으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앞두고 어떻게 변해야 하는 지 무거운 숙제를 안고 있다. 올해 10월 일본 요코하마에서 개최하기로 되어 있던 세계화장품학회(IFSCC) 학술대회가 1956년 시작된 이래 처음으로 비대면 온라인 개최로 열린다. 또 지난 5월 개최된 대한화장품학회 학술행사도 온라인으로 진행한 바있다.

 

다른 산업 현장도 마찬가지겠지만 대부분 화장품 회사는 고객과의 직접 대화는 물론 유통사나 협력사와의 소통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더불어 컨퍼런스나 사내 스터디 모임 등 업계의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자리를 webinar로 진행하며 예상치 못한 불편함과 비효율성을 경험하고 있다. 이러한 대변혁기에 우리 화장품 산업의 변화 방향을 예측해 보고 앞으로의 방안에 대해 생각해 보고자 한다.

 

# 소비 형태의 변화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정치, 경제, 사회, 교육 등모든 영역에서 비대면 생활이 일상화되면서 ‘비대면 문화’가 만들어 지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집콕’ 시장이 커지고 있다. 코로나19 감염을 우려해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으로의 외출을 피하고 집안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실내에서 각종 경제 활동을 즐기는 이들이 늘어 났다. 집이 단순한 주거공간을 넘어 휴식을 즐기는 공간으로 자리매김 하면서 집안에서 다양한 경제 활동이 이루어져 소위 ‘집콕 경제’ 또는 ‘홈코노미’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을 바탕으로 집콕족들을 위한 제품 개발이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상대적으로 사람이 붐비지 않는 곳으로 아웃도어 활동을 즐기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자외선차단 제품, 진정케어, 세정제, 휴대용 소독제, 마스크팩, 마사지 크림 등의 사용이 많아질 것으로 생각된다. 그리고 이러한 행동 변화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 SNS를 통한 정보 공유가 활발해질 것이며 유력 인플루언서의 영향력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외부와의 접촉을 최소화하면서 헤어샵이나 피부 관리실, 성형, 메이크업 아티스트의 전문 메이크업샵 등은 매출에 적지 않은 타격이 있는 반면, 집에서 하는 헤어케어, 출장 전문 메이크업, 홈케어 등도 계속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다.

 

# 신상품 개발 방향


화장품은 기본적으로 직접 발라보면서 감촉과 사용감을 느끼고 향기를 맡아 보고 구매를 결정하는 제품이다. 색조 화장품의 경우에도 직접 자신의 얼굴에 테스트해 보며 상품의 가치와 개인적인 선호도를 평가한다. 그러나 매장에서 직접 접촉을 꺼리는 고객과의 소통을 어떻게 할 것인가가 풀어야할 숙제이다.

 

가장 유력한 방법으로는 온라인을 통해 신상품의 품질과 특징, 가치를 전달하려는 새로운 형태의 노력들이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그 중 하나가 신뢰할 수 있는 인플루언서를 활용하는 방법이다. 기존의 인플루언서 마케팅과 더불어 소비자에게 제품 샘플을 제공하는 등 더욱 적극적인 마케팅 방법이 중요한 경쟁 요소가 될 것이다. 또 소비자가 구매한 상품을 비대면으로 가장 빨리, 정확히, 저비용으로 전달하는 시스템을 갖추는 것도 중요한 요소가될 것이다.

 

모바일을 활용한 라이프 스타일의 이해도 빼놓을 수 없다. 지금은 모바일 환경이 모든 것을 주도 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서는 비대면 활동이 더욱 늘어날 것이고 그 중심에 모바일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미 진행되고 있는 브랜드의 퇴보와 가성비 아이템을 효율적으로 구매하고자 하는 소비자들의 욕구는 더욱 확대될 것이다. 이러한 변화의 흐름을 제대로 이해하고 대응책을 마련하는 것이 미래 핵심 전략이 될 것이다.

 

또 코로나19 이후 신상품 개발 방향도 적지 않게 영향을 받을 것이다. 건강과 환경을 내세운 콘셉트나 이를 중요시하게 여기는 고객의 가치판단을 반영해야 할 것이다. 21세기에 들어 변종 바이러스가 자주 출현해 인류를 위협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를 환경 파괴로 인한 동물 서식지 감소를 주원인으로 꼽는다. 즉, 서식지가 줄어들면서 바이러스를 보유한 동물이 인간이 사는 곳으로 이동하면서 발생한 것이라는 지적이다.

 

따라서 이번 코로나19 사태는 그동안 인류가 자행한 무모한 개발과 환경 파괴에 경종을 울리고 있다. 전세계가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이동 제한 이나 격리 조치 등을 하면서 인류의 활동이 줄어든 가운데 지구의 환경이 오히려 개선되는 모습이 나타나 뉴스가 됐다.

 

실제로 대표적인 탄소 배출국인 중국, 인도에서는 미세먼지가 줄어들면서 대기가 회복되고 관광객으로 수질오염이 심각했던 이탈리아 베네치아 운하는 물고기가 출현할 정도로 맑아 졌다. 이를 가리켜 ‘코로나의 역설’이라는 용어가 등장하기도 했다. 이러한 모습을 직접 목격, 경험한 소비자들은 앞으로 더욱 친환경, 안전한 상품을 원할 것이고 이는 제품 개발 단계에서 놓쳐서는 안될 사항일 것이다.

 

# 해외 시장 개척 변화


우리나라는 지난 10여년간 중국을 비롯한 해외 수출에서 큰 성과를 거뒀으나 최근 몇 년 사이에 크게 위축됐다. 이러한 상황에서 코로나19로 사람과 제품에 대한 물리적인 이동이 제한되면서 화장품 업계는 많은 피해를 입었다.

 

그러나 앞으로도 긍정 적인 변화를 확신할 수 없기 때문에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온라인 직거래(해외직구, 역직구) 시장은 비대면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도 지속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이에 대비해 스킬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한 글로벌 경쟁력의 하나가 될 것이다. 이와 함께 현지 벤더나 협력사와의 소통을 원활하게 할 수 있는 방법도 강구해야 한다.

 

# 해외 생산기지 주춤


우리나라를 비롯해 많은 제조 강국들은 그동안 원가 절감을 위해 저임금 국가에 생산라인을 옮겨 운영해 왔다. 그러나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사람과 물자의 이동에 제한이 걸리면서 물자 수급에 있어서 큰 위기를 맞았다. 따라서 많은 국가들이 앞으로는 주요 부품들의 해외생산 의존도를 줄이고 국내 수급으로 전환하면서 탈세계화 추세가 심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높다.

 

이미 미국, 유럽연합, 일본 등은 중국 등 특정 국가 의존도가 높은 공장과 기업을 본국으로 불러들이는 리쇼어링 정책을 내놓고 있다. 기존에 운영되던 화장품 해외 공장도 활동성이 위축될 것으로 보이며 신규 해외 공장 진출은 한층 신중해 질 것으로 예측된다.

 

# 원부자재 국산화 박차


우리나라는 지난 2019년 대략 7,000억 원 정도의 화장품 원료를 수입해 아직도 화장품 원료의 수입 의존도가 70% 이상으로 매우 높은 편이다. 코로나19로 인한 탈세계화 등 여러 이유로 인해 화장품 원료와 부자재의 해외 수입 의존도를 줄이지 않을 수 없을 것이고 이는 국내 원료사와 부자재 회사에게는 기회가 아닐 수 없다. 또 미중 무역전쟁에서 보고 있듯이 앞으로 글로벌 경쟁에선 지식재산 축적이 중요한 경쟁 요소가 될 것이다.

 

일부 품질이나 기술 경쟁력이 부족한 부분은 산학연이 함께 협업하며 국산화 되도록 노력을 해야 한다. 아직 글로벌 원료사에 비해 경쟁력이 미흡한 일부 우리나라 원부자재 회사의 국산화 노력에 정부의 적극적인 도움이 필요하다.

 

# 코로사피엔스와 화장품 산업


코로나19 판데믹은 이번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고 앞으로 제2, 제3의 세계적 판데믹이 나타날 것이라고 많은 전문가들이 경고를 하고 있다. 따라서 비대면 생활은 일회성이 아니라 계속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아 보인다. 어쩌면 후세 사람들은 2020년부터 코로사피엔스라고 하는 신인류가 등장했 다고 정의하게 될지도 모른다.

 

이처럼 비대면 라이프 스타일로 SNS 사용은 더욱 보편화가 될 것이고 이로 인한 정보의 보편화, 눈높이의 상향 평준화로 Gray Zone(미와 건강에 대한 욕구)은 더욱 커지고 이에 따라 화장품 산업의 미래는 여전히 성장성이 높아 보인다.

 

앞으로도 글로벌 시장은 우리에게 놓칠 수 없는 도전의 장이나 과제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집단지성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높여야 할 것이다. 필요에 따라서는 대기업, 중소기업, 협력업체 그리고 학계, 국가출연연구기관 간의 공동연구를 적극 추진해야 한다.

 

상대적으로 국내 화장품 기업의 경쟁력이 부족한 소재개발, 색조 화장품, 헤어케어, 자외선 화장품 등에 있어서는 산학연간 협력을 통해 기술의 발전속도를 높여야 한다. 이와 함께 마이크로바이옴이나 면역과 피부건강, 개인유전자진단 등의 바이오 첨단기술 개발 측면에서도 많은 집단지성 협업이 필요할 것이다. 오픈 이노베이션을 위한 기업 자체의 네트워크를 구축하기 위한 뼈를 깎는 노력과 정부 기관의 지원으로 이 위기를 극복해야 할 것이다.

 

     강학희

     한국콜마 기술연구원장

     전 대한화장품학회장

     전 아모레퍼시픽 기술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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