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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품칼럼

[화장품 컬럼] K-뷰티, ‘로컬 코스메틱’ 진화가 필요할 때

김수미 코스웨이 대표이사

[코스인코리아닷컴 전문위원 김수미] 브랜드를 출시하면서 겪게 되는 많은 과제 중 해결해야 할 단 하나를 떠올리면 다른 브랜드와 구별할 수 있게 만드는 차별화라고 얘기하는 이들이 많다. 각자의 브랜드를 각인시키기 위해 브랜드 콘셉트, 디자인 등 제품 각각의 차별화를 위해 성분을 연구하고 트렌드를 분석, 최신 기술동향을 다각도로 적용하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인다.

 

브랜드마다 각자의 가치를 내세우고 패키징 매뉴얼을 정립해 경쟁사와의 차별성과 마케팅 요소들을 강화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브랜드의 경쟁력을 높이고자 핵심가치와 비주얼 콘셉트를 구축하는 것은 기본이다. 최근 이러한 열풍의 중심에는 환경을 생각하고 동물과 인간의 공존을 내세우는 클린뷰티와 비건화장품이 있다. 또 비대면 시장의 급격한 발전으로 일회용품의 배출을 줄이고 재생펄프, 비닐을 대체한 에어페이퍼(Air-paper)를 비롯해 자연 분해되는 소재의 도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K-뷰티 시장에 새롭게 선보이는 브랜드, 리뉴얼을 하는 브랜드 혹은 신제품을 출시하는 브랜드 대다수가 클린뷰티, 비건, 친환경의 가치를 앞다투어 내세우고 있는 것이다. 화장품의 진화 과정 혹은 화장품의 기본으로 회귀하는 과정이라고도 보는 이러한 현상들은 마냥 무시할 수 만은 없는 거대한 산업의 흐름으로 자리잡고 있다. 제품들 사이에서 브랜드의 로고를 삭제하면 각각의 제품들이 너무나도 유사해 구별하기 어려운 브랜드들도 많다. 이제 K-뷰티는 제품 중심의 시장에서 벗어나 각자의 브랜드를 차별화 할 수 있는 지점에 대한 고민을 반드시 해야만 하는 시점이다.

 

대한민국의 화장품이 무역흑자를 기록하던 2014년을 기점으로 급격한 성장을 구가해 왔다. 전 세계 화장품 시장에서 최고의 자리에 오르지 않으면서도 최고가 누릴법한 인플루언서의 영향력을 갖고 있는 시장이기도 하다. K-뷰티를 바라보는 글로벌의 관점은 브랜드 중심의 시장이 아닌 마스크팩, 쿠션파운데이션, 비비크림 등 특정 제품으로 연상되는 제품 중심의 시장이다. 결국 소비자가 선호하는 브랜드에서 유사한 제품이 출시되면 K-뷰티와 상관없이 그 자리를 넘겨줄 수 밖에 없는 취약한 구조를 내재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J-뷰티의 약진, C-뷰티의 추격 등의 소식에 K-뷰티가 촉각을 곤두세울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신제형, 신기술, 신원료를 자유자재로 다루는 혁신적인 화장품 산업의 메카인 대한민국은 우리 앞에 선 그룹과 뒤를 쫓아오는 그룹 사이에서 쫓고 쫓기는 지점을 벗어나 근본적으로 경쟁이 성립될 수없는 K-뷰티만의 가치를 찾아내야만 한다. 프리미엄 화장품 대비 가성비를 만족시키는 K-뷰티가 아닌, 존재 그 자체로서 대체할 수 없는 영역을 발굴해야만 하는 시점이다.

 

문제에 대한 힌트를 찾기 위해 화장품 종주국하면 연상되는 곳은 어디인지 한 번 생각해 보자. 프랑스, 미국, 영국, 일본 등의 국가와 함께 뉴욕 런던 파리 도쿄와 같은 대도시가 떠오른다. 국가의 이미지가 산업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화장품 산업에서 선두에 있는 프랑스와 미국의 경우를 보면 국가를 대표하는 도시 뿐 아니라 그 나라 지역 곳곳을 대표하는 화장품 브랜드가 있다.

 

미국은 도시의 이미지와 브랜드의 원산지로서 브랜드의 감성을 표현하는 특징을 지니고 프랑스의 경우는 각 지역의 천혜 자원과 소재들의 특성이 브랜드에 강하게 녹아들어 있다. K-뷰티만의 가치를 찾는 과정에 있어 하나의 국가를 넘어서 지역의 원산지가 브랜드 그 자체가 되는 프랑스의 사례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약국 전용 화장품으로 알려진 브랜드 비쉬 (VICHY)의 경우, 비쉬 그 자체가 온천으로 유명한 프랑스의 도시명이다. ‘온천의 여왕’이라고 불리울 정도로 오랜 역사를 지닌 비쉬 외에도 라로슈포제(La Roche Posay)와 아벤느(Avene) 역시 프랑스의 유명한 온천의 이름이자 약국용 화장품으로 유명한 브랜드다.

 

이탈리아와 함께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와인 생산지로서 국토 전역에서 포도가 자라는 나라로 널리 알려진 프랑스, 그 중에서도 ‘와인의 수도’라고 일컬어지는 보르도(Bordeaux)에는 와인 스파 치료를 의미하는 비노테라피(Vinotheray) 브랜드 꼬달리(Caualie)가 있다. 꼬달리는 와인을 삼키거나 뱉어낸 이후에도 계속되는 와인의 미각, 후각적 자극의 길이를 측정하는 단위로서 1꼬달리는 1초를 의미한다. 와인에 쓰이는 용어를 브랜드로 사용함으 로서 와인 그 자체를 연상시키는 보르도 브랜드 꼬달리는 원산지와 그 연상들을 다양하게 활용하는 방식들을 보여주고 있다.

 

프로방스 지역에서 자란 성분을 담은 자연주의 브랜드 록시땅(L’OCCITANE)은 지중해 특유의 기후와 맑은 하늘, 풍요로운 토양에서 자란 향기로운 식물들로 화장품을 만들고 브랜드의 가치를 표방한다. 프랑스 남동부의 옛 지역명인 프로방스 지역을 상징하는 브랜드 록시땅은 지금 현재를 넘어서 유구한 역사와 전통 안에서 찾을 수 있는 상징들이 화장품 브랜드에 유연하게 동화됨을 보여준다.

 

해마다 5월이면 장미 전시회가 열리고 8월이면 쟈스민 축제가 열리는 향수의 도시 그라스, 영화 ‘향수’의 발원지이자 촬영지이기도 한 그라스에는 향수 제조 5,000년의 역사를 보여주는 프라고나르 향수 박물관(the Fragonard Museum)을 비롯해 프라고나르, 몰리나르, 갈리마르 등의 향수 제조 회사가 있다. 인구 5만명의 작은 도시지만 1년에 100만 명의 관광객이 몰려드는 그라스는 전세계 향수 생산량의 7~8%를 차지할 만큼 다국적 기업이 아닌 그라스 지역 경제가 향수 산업을 이끌어간다.

 

화장품 선진국 프랑스의 사례를 보면 국가에서 도시로, 도시에서 지역으로 확산되고 발전되어 가는 다양한 화장품 브랜드를 발견할 수 있다. 동일한 성분과 효능을 발휘하며 저렴한 가격을 장점으로 내세워도 대체할 수 없는 본류로서의 독보적인 가치를 지닌 강력한 로컬 코스메틱이 프랑스 화장품 산업의 허리를 든든하게 받치고 있다.

 

그간 한국에서도 청정섬 제주, 머드로 유명한 보령, 녹차의 산지 보성 등에서 재배한 원료를 활용한 화장품의 개발이 적극적으로 이루어져 왔다. 특히 제주도는 프랑스의 그라스처럼 청정섬 제주를 대표하는 성분을 발굴하고 제주라는 섬 자체가 화장품 산업을 대표할 수 있는 지역으로 육성하기 위한 적극적인 정책을 펼치고 있다. 이제 한국의 화장품 브랜드가 ‘각 지역을 대표하는 성분을 사용했어요’라고 모두가 똑같이 외칠때가 아니라 ‘각 지역을 상징하는 로컬 브랜드로서의 진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전쟁에 비견될 만큼 비상인 2020년, 생존이 실력이 된 한 해라고 할 만큼 어려운 시기였기에 2021년 새해에 대한 기대는 그 어느때보다 간절하다. 대한민국 전역에서 지역의 특색만을 강조하는 공산품과 같은 화장품이 아니라 지역의 상징을 담은 대표 브랜드, 글로벌 경쟁력을 가진 브랜드가 속속 등장하는 2021년이 다가오기를 희망한다.

 

     김수미

     코스웨이 대표이사

     파워풀엑스(주) 사외이사

     숙명여자대학교 향장대학원 초빙교수

     숙명여대 뷰티 최고위 책임교수

     연세대학교 글로벌 뷰티 최고위 과정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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