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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품 판매원을 주 고객으로 삼는 대출 상품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일명 ‘프리랜서 ㅇㅇ’ ‘레이디 o’ 등이다.
이 상품의 대출금은 백만 단위에서 천만 단위까지 다양하다. 현재의 경제 상황을 보더라도 화장품 판매원을 대상으로 쉽게 대출을 해준다는 건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게다가 무담보, 무보증, 무서류로 조건 역시 파격적이다.
이에 대해 A 기업에 근무하는 한 팀장은 “대기업에 다니는 우리도 대출 받으려면 조건이 까다롭고 준비해야 하는 서류가 많아 번거롭다”며 “웬만한 신용으로 천만 원 대출은 꿈같은 일”이라고 말했다.
우선 대출의 기본 조건은 고정적인 월급과 4대 보험이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담보가 있어야 한다. 그럼에도 화장품 판매원들은 이런 걱정 없이 대출을 받을 수 있다.
유명 브랜드숍에서 근무하는 한 여성 판매원은 “이 일을 하면서 돈 모으기는 쉽지 않고 나이가 들수록 목돈이 필요할 때가 있는데 그나마 이런 대출 상품이 있다는 것이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설명했다.
뷰티 산업 호황일수록 경제적 박탈감 커
화장품 판매원들은 경력 5년이 돼도 급여가 평균 150만 원을 넘기기 어렵다. 꾸준히 10년 경력을 쌓아도 매니저가 되지 않는 한 월급 200만 원을 넘기기 어렵고 매니저라도 안정된 수입이 보장되지 않는다. 근무 환경만 보더라도 이직률이 높은 건 당연한 일이다.
또 다른 여성 판매원은 “주 6일 근무에 주말이 가장 바쁘고 밤 11시 퇴근이 기본”이라며 “근무 중 휴식은 잠시 앉아 커피 마시는 정도지만 그마저도 수시로 드나드는 손님 때문에 눈치가 보인다”고 말했다.
여성 판매원은 이어 “부모와 살면 경제적 부담이 덜할 테지만 반대가 심해 그런 애들은 오래 일하기 어렵다”며 “지방에서 올라와 혼자 살거나 둘이 월세 방을 구해 지내는 애들에게 대출은 가뭄의 단비”라고 설명했다.
이들이 이용하는 대출금은 이자가 비싼 것으로 드러났다. 이자율이 30%가 기본이라니 가히 사채 수준이다. 더 심각한 것은 수입이 보장되지 않은 상태에서 대출을 받는 경우다. 높은 이자를 감당하지 못해 유흥가로 옮기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대출 이자에 치를 떨었다는 한 판매원은 “비싼 이자를 지불하면서까지 대출을 받아야 하는 이유는 셀 수 없이 많지만 나의 경우는 월급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었다”며 “유명 브랜드의 판매원일수록 경제적으로 느끼는 허탈감은 더 하다”고 말했다.
H대학 피부미용학과의 한 교수는 “뷰티 산업이 호황일수록 화장품 판매원의 생활이 고단해지는 것이 근본적으로 모순된 업계의 구조”라며 “숍마다 국내외 손님들이 그렇게 많은데 왜 판매원들의 삶은 조금도 나아지지 않는지 모르겠다. 이런 현상에 대해 누군가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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