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한민국 화장품 시장에 반값 세일 붐이 일고 있다. 그것도 모자라 최대폭, 최장 기간이란 수식어를 단 세일 광풍이 휩쓸고 있다.
더 심각한 것은 이런 세일이 1년 내내 끊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때문에 제값 주고 화장품을 산 소비자들 사이에서 속았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유명 브랜드 업체 간 경쟁이 붙어 자고 일어나면 할인 안내 메일과 메시지가 넘친다.
이에 네티즌들은 “보통 50% 이상의 할인이어서 20~30% 할인은 명함도 내밀지 못한다”며 “여기에 각종 상품권과 보너스 품목까지 추가해 평소와 비교하면 거의 공짜에 가까운 것이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기도 한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싸게 살 기회를 주니 불만이 있을 리 없겠지만 이 모든 것이 상술일 뿐이라는 평이다. 바겐세일은 70년대 명동을 중심으로 유행할 당시에는 재고 정리, 구매 촉진, 자금 사정 완화 등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소위 박리다매 전략의 일환이었다.
종로에 사는 한 대학생은 “50% 세일 문자를 받으면 어쩔 수 없이 구매 욕구가 생긴다”며 “세일할 때 사지 않으면 왠지 두 배로 손해 보는 기분이 든다”고 말했다.
여의도에서 근무하는 30대 직장인은 “반값에 팔 걸 이전에는 왜 두 배 가격으로 팔았는지 속은 기분이 든다”며 “개인적으로 지금 화장품을 사야 할 이유는 없지만 사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아 헷갈린다”고 불편한 속내를 드러냈다.
최근 해당 업체들의 세일 전략도 과거와 크게 다르지 않지만 무엇보다 고객들의 기호에 못 맞춘 제품 처리와 시기가 지난 유행이나 계절상품을 처리하려는 목적이라고 말한다. 게다가 소비 트렌드나 고객의 요구에 먼저 반응하는 유명 브랜드의 경우에는 처음부터 세일에 맞춰 제품을 생산한다는 것이다.
▲ 미샤, 고객 감사 50% 세일 |
반값에 팔아도 이득, 복불복 전략
따라서 50% 세일, 즉 반값에 제품을 팔아도 전혀 손해 볼 것이 없다는 것이다. 더욱이 기습적인 세일 전략으로 상품에 대해 전혀 모르는 고객들도 3만 원 하는 제품을 1만5천 원에 살 수 있다는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게 만든다.
하지만 제품에 하자가 있을 경우에는 얘기가 달라진다. 그만큼 할인을 받았으니 감수하라는 반응이 대부분이고 세일이 끝난 뒤에 찾아오라는 업체도 적지 않다. 한 마디로 소비자를 우롱하는 복불복 전략인 셈이다.
소비자들 역시 이러한 유명 브랜드들의 할인 전략을 간파하고 있다. 하지만 요즘 업체들의 전략은 더욱 교묘해져 그런 영리한 소비자들조차 지갑을 열게 만든다. 그 대표적인 예가 50% 세일 앞 또는 뒤에 넣는 문구, 일명 ‘고객 감사’ 전략이다. 그동안 많이 사줘서 감사의 의미로 세일을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서울의 한 학부모 모임에서는 “고객 감사 세일이라며 유명 연예인을 내세우는 건 너무도 염치없는 짓”이라며 “톱모델인 그들의 몸값이 억대인 건 누구나 아는 사실인데 모델료까지 고객들에게 받으면서 어떻게 전 품목 반값 세일이라고 할 수 있는지 의아할 뿐”이라고 비꼬았다.
또 다른 학부모는 “평소 화장품에 관심이 없던 큰딸도 반값 세일이라면 무조건 사야 한다고 돈을 뜯어갈 정도”라며 “반값은 핑계인 것 같고 좋아하는 연예인이 모델로 나오니 조르는 것 같다”고 혀를 내둘렀다.
실제로 올해 화장품 할인에 동원된 연예인의 면면을 살펴보면 정우성, 신세경, 박민영, 소녀시대, 동방신기 등 톱모델이 대부분이었다. 이들을 앞세우니 20~30대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려는 유명 브랜드들의 전략에 알고도 속아주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지난해 비슷한 전략으로 3,000억 이상의 매출을 올렸다는 한 브랜드 관계자의 전언이 결코 과장이 아니었음이 증명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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