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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품칼럼

[화장품 컬럼] 잃어버린 화살 되찾아오기를 학수고대한다

김영욱 대구한의대학교 화장품공학부 교수

[코스인코리아닷컴 전문위원 김영욱] 우리 기업들은 과연 중국에 대해 얼마나 이해하고 있을까? 이런 궁금점으로 오랜기간 A기업의 중국 심양법인 총경리를 지낸 입사동기이자 절친의 책 ‘차이나는 차이나’를 다시 펼쳐 봤다. ‘차이나는 차이나는’ 저자의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마케팅 전략을 제안한다.

 

한국에서 성공한 사례가 반드시 다른 나라에서도 통하리란 법은 없다. 중국에서 성공하려면 중국에 대한 이해가 기본이 돼야 한다. 저자가 오랜 경험을 통해 얻은 노하우를 딱딱한 설명보다는 구체적인 사례를 중심으로 전달하고 있어서 중국 비즈니스의 출발점은 한국인과 중국인의 시각차가 존재한다는 점을 인식하는 데 있다. 중국인의 입장에서 중국인의 생각으로 가깝고도 먼 중국을 파고들어야 한다는 현지화가 핵심 줄거리다.

 

2021년 국내 화장품의 중국 수출 실적은 44.5%나 감소했다. 수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중국에서 고전이 예상되면서 2022년 화장품 수출 규모는 3.8% 증가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2018년만 해도 아모레퍼시픽 이니스프리의 중국시장 점유율은 1.8%였지만 2021년에는 0.8%로 곤두박질쳤다. 라네즈와 마몽드 역시 2016년 각각 0.9%, 0.3%에서 2021년 0.6%, 0.1%로 떨어졌다. LG생활건강의 숨도 2019년 0.5%에서 2021년 0.3%로 주저앉았다.

 

표1 화장품 수출 월별 추이 (단위 : 백만달러, %)

 

 

이에 반해 중국 브랜드들은 쑥쑥 성장하고 있다. 포라이야는 2017년 1.3%에서 지난해 1.9%까지 점유율을 끌어올렸다. 포라이야는 프리미엄보다는 대중적인 제품을 중심으로 온라인 매출이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는 브랜드다. 포라이야의 온라인 매출 비중은 2019년 53%에서 지난해 85%까지 높아졌다. 웨이뤄나는 2016년 0.4%에서 지난해 1.8%까지 치솟았고 HFP(HomeFacial Pro)도 2016년 0.2%에서 2019년 1.1%로 껑충 뛰었다.

 

중국 브랜드의 선전은 품질과 가격경쟁력을 갖춘 중국 브랜드가 속속 등장하고 있는 데다 중국 정부의 정책기조가 자국 브랜드 육성에 맞춰진 까닭이다. 특히 궈차오는 ▲중국화 ▲트렌드화 ▲글로벌화의 3요소를 갖추고 향후 시장을 지배할 것으로 평가받는다. 특히 소비 주류로 떠오른 90년생(저우링 허우), 2000년대생(링링허우)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또 중국 정부도 제조대국에서 제조강국으로의 정책 전환에 따라 로컬 브랜드를 강화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궈차오는 자국 제품 이용을 적극 장려하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이에 따라 중국 소비자의 로컬 브랜드에 대한 관심도는 38%(2009년)에서 70%(2019년)로 상승했고 인식도 ‘저렴하다’에서 ‘가성비가 좋다’로 개선됐다(인민망(人民网), 바이두 조사).

 

궈차오란 중화사상(中華思想)을 근본으로 하는 중국화, 애국화를 말한다. 최근 미중 무역 분쟁 장기화에 따른 중국내 위기의식 고조, 자국산 제품 품질개선, 중국 정부의 로컬브랜드 강화 정책 등이 점차 확산되고 있어 글로벌 기업들도 긴장을 늦추고 있지 않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화장품하면 프랑스가 세계의 중심 국가였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프랑스 화장품 산업은 미국에 완전히 밀리기 시작했다. 핵심 요인으로 그동안 화장품의 예술성을 강조하면서 디자인에만 치중한 반면, 소재의 생산기술과 마케팅은 등한시했기 때문이다. 즉, 프랑스는 디자인을 중시하며 정작 소재는 미국에서 수입해 화장품을 만들었다. 그러나 최근 화장품산업에서 소재 생산이 중요한 변수로 부각돼 이러한 기반이 미흡한 프랑스 화장품산업이 경쟁력을 잃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반면, 미국은 유럽의 소재 개발과 생산 기지의 창구 역할로 착실히 기술 개발과 생산 시설에 투자했다. 그리고 이 같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실력 있는 디자이너와 손잡고 창의성과 상업성을 조화시켜 프랑스를 밀어내고 세계 화장품산업의 중심 국가로 발전하고 있다.

 

표2 역발상 브랜드 전략

 

 

한편, 미국은 PCS-QRS 등의 정보 시스템과 우수한 마케팅으로 세계 화장품산업에 선도적인 위치로 성장하고 있다. 주요 브랜드인 AVON 등은 프랑스의 랑콤, 에리자베드아덴, 샤넬처럼 긴 역사를 가지고 있지는 않지만 명품 브랜드로 자리잡는데 성공했다. 특히 향수 분야에서 이 브랜드들은 최고 품질의 향료를 가지고 있지 않더라도 우수한 마케팅을 통해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이것은 프랑스 향수 제조의 중심지인 그라스처럼 가장 좋은 품질의 향료를 가지고 있었던 프랑스 대형 브랜드에게는 큰 충격이었다. 이 같은 놀라움은 프랑스 화장품업계도 마찬가지다.

 

이상의 국가에 비해 우리나라의 화장품 산업 정책은 지난 2000년 이후 마케팅 홍보에 집중, 화장품산업 전체가 성장했지만 중국 로컬 브랜드와의 경쟁에서 우위의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한 결과가 나타나고 있다.

 

2000년대에 들어 국내 산업계 전반에 걸쳐 화두로 떠오른 브랜드 경영에 대해 살펴보자. 대다수 국내 산업계에서는 브랜드의 중요성을 인지해 기업 사업 블루오션 창출의 수단으로 삼고 시장조사에서 상품기획 개발 생산에 이르는 모든 경영 프로세스를 아우르는 브랜드 경영을 도입하고 있다.

 

하지만 전통적으로 화장품산업 만큼 마케팅, 홍보가 기업 경영에서 중시되어 온 산업도 드물다. 이를테면 그동안 IT, 전자 산업 등에서의 마케팅 관점은 “마케팅이가 곧 신기능을 따른다.(Marketing is form follows New Tech)“는 개념인 반면, 화장품산업은 ”마케팅이 곧 효능이다“이라는 즉, ‘마케팅 = 신효능’ 개념으로 마케팅이 사업 경영의 핵심으로 발전해 왔다. 하지만 미래의 화장품산업은 기존 ‘마케팅’ 으로 더 이상 경쟁하기 어려워질 것이다.

 

 

향후 화장품산업은 그동안 기업 경영에서 상대적으로 등한시되어 온 혁신적 효능과 기술집약적인 브랜드 이미지에 좌우될 전망이다.

 

이처럼 선진국 화장품산업의 지속적인 성공은 혁신적인 기술을 통해 브랜드 경쟁력을 강화한 것을 주요 배경으로 꼽는다. 오늘날 급변하는 불확실한 시장환경 속에서 국내 기업은 선진국의 글로벌 브랜드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기업 경영에 진정한 경쟁력을 갖추려면 브랜드의 독자성과 창조력을 핵심 역량으로 경쟁사에서 절대 흉내 낼 수 없는 브랜드를 만들어야 한다.

 

그럼으로써 창조력과 브랜드 정체성을 기업의 전략으로 가격 경쟁이나 독자적 가치, 독자적 유통 채널, 독자적 프로모션을 통해 브랜드 경쟁력을 높일 필요가 있다. 아울러 국내 화장품산업에서는 마케팅의 기본 개념부터 현대에 맞는 새로운 마케팅 정의를 통한 역발상 브랜드 전략이 필요하다.

 

브랜드는 마케팅 원론적인 측면에서 제품 전략의 일부분으로 작용한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화장품 기업의 브랜드 전략은 제품전략의 상위 요소로 위치해 마케팅하면 브랜드 마케팅으로 평가되고 있다.

 

즉, 지금까지 마케팅 믹스(marketing mix) 중 제품전략의 한 부분으로서 위치한 브랜드 전략은 향후 마케팅 믹스 전략의 총체적 결과로서의 역발상 브랜드 마케팅으로 부각될 것이다. 따라서 화장품 브랜드 마케팅이란 마케팅 믹스 요소를 활용해 소비자들이 브랜드를 구매하게 하는 화장품기업의 중요한 통합 브랜드 커뮤니케이션(IBM) 활동이다.

 

이미 산업 전반에 중국 정부의 정책을 통한 중국 로컬 기업들의 제조와 생산 기술력은 국내 기업들과 동등한 수준에 도달했다. 중국 로컬 기업들은 제품의 질적 향상과 자국민들이 로컬 화장품 브랜드에 대한 신뢰도 개선으로 높은 성장세를 지속할 것이다.

 

중화사상이라는 민족성으로 로컬 브랜들까지 최저가 존에 진입하는 동시에 중국 소비자들로부터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이로 인해 국내의 주요 브랜드들은 2019년 중국 내수에서 신제품 출시와 신규 카레고리 확장, 지역별 채널 다각화로 중국 의존도를 축소하는 전략을 강화했다.

 

이에 지난해 3분기 실적 발표에서 LG생활건강은 “올해초 시작된 중국 봉쇄정책이 3분기에도 지속되며 중국 경제 전반의 침체로 이어졌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기인한 원자재 가격 상승과 환율 영향으로 원가 부담이 가중되는 등 경영환경이 더욱 악화됐다”고 밝혔고 아모레퍼시픽은 “중국 소비 시장의 둔화와 원자재 가격 상승 등 악화된 국내외 경영환경으로 인해 많은 어려움에 직면했다”고 토로했다.

 

중국 내수 시장에서 로컬 전문 브랜드 존의 급성장 역시 한국의 기업들에는 매우 부정적으로 판단된다. 너무 일찍 그리고 많은 기술 유출을 통해 한국 기업들은 경쟁력을 상실했다. 중국 삼국시대에 강남의  지배자인 손권(孫權)과 유비(劉備)의 연합국이 강북의 맹주인 조조(曹操) 100만 대군에 맞서 접전을 벌였다. 양측 군대는 양쯔강(長江) 지역의 반대편, 적벽의 협곡에 진을 쳤다.

 

손권과 유비의 연합군은 숫적 열세인 군사와 군수물자에 깊은 고민을 가지고 있었다. 이때 유비의 전략가인 제갈량은 전투가 벌어지기 전에 짙은 강 안개를 이용해 적을 교란하기로 마음 먹고 인형짚을 가득 실은 배 스무 척을 양쯔강 반대편 조조의 적지에 보낸다. 연합군의 공격으로 착각한 조조의 군대는 이 배들을 향해 수십만개의 화살을 퍼 부는다. 이 공격이 끝나자 제갈량은 배들을 퇴각시켰다. 전해지는 이야기에 따르면 이때 조조군이 쏘아 퍼 부은 화살이 10만개가 넘었다고 한다.

 

이 화살은 연합군의 공격용으로 사용되어 조조군이 적벽대전에서 대패하는 요인이 됐다. 제갈량은 이렇듯 독창적인 계략을 사용해 적에게 엄청난 양의 무기를 얻었다. 중국은 이 이야기에 감춰진 개념을 오늘날까지도 활용하고 있다. “필요한 화살은 적군에게 거두는” 바로 이 행동이 지금 중국 로컬 기업들을 성장시키는 교묘한 전략이 되고 있다.

 

세계적 자동차 회사 중 처음으로 중국 진출이라는 모험을 감행한 기업은 폭스바겐이었다. 폭스바겐이 첫 계약을 체결한 시기는 1978년이다. 당시 새로운 경제개혁 정책 아래, 중국 정부는 해외 자본과 기술을 사용할 목적으로 외국 기업에 접근했다. 중국의 산업화를 가속화 하고 국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였다. 합자회사라는 배는 강에 떠 있고 기술(技術)의 화살은 날기 시작했다. 그 후 수십 년 동안 중국은 합작투자라는 배에서 화살을 서서히 뽑아냈다. 우리나라 기업들도 충분히 인지할 수 있는 기간임에 불구하고 동일한 우(愚)를 범하고도 아직도 깨달지 못하고 열심히 화살을 퍼 부는 한국 기업이 있는 것 같다.

 

표3 2020년 상반기 10대 자동차 생산국 순위 (단위 : 대, 자료 : 한국자동차산업협회)

 

 

(주)LG생활건강은 2023년 중점 추진사항으로 ▲시장과 고객 변화에 발맞춘 신선한 시도 ▲해외사업 확대의 지속, 강화 ▲고객 가치 관점에서의 깊은 고민과 소통 3가지를 제시했다. 이를 실행하기 위해 세계 최대 뷰티 시장인 북미 지역 사업 강화를 위해 글로벌 기업 스타벅스, 아마존 출신인 부사장을 미주사업총괄로 영입했다.

 

진정한 글로벌 명품 뷰티 회사를 목표로 LG생활건강은 후, 오휘, 빌리프 등 럭셔리 화장품과 닥터그루트, 페리오, 피지오겔 등 데일리 뷰티 브랜드의 북미시장 공략을 전개하고 있는데 이번 영입한 부사장은 CEO 직속의 미주사업총괄로서 이 브랜드들과 더불어 더 에이본(The Avon), 보인카(Boinca), 더크램샵(The Crème Shop) 등 현지 자회사까지 미주 전체 사업을 관장한다.

 

이를 통해 중국 시장에 대해선 시장과 고객 변화 방향에 맞춰 브랜드 포트폴리오 강화와 현지 유통기반 확대 중심으로 전열을 가다듬는데 집중하며 북미 시장은 현지 시장과 고객 특성에 맞는 브랜드, 제품 준비와 현지 사업 운영 역량 보강을 진행할 것으로 보여진다. 잃어버린 화살을 되찾아오기를 학수고대(鶴首苦待)한다.  
 

 

김영욱 대구한의대학교 화장품공학부 교수 

 

(전) 엘에스화장품 총괄본부장, 한국디자인진흥원 수석연구원, 아모레퍼시픽 디자인개발본부, LG생활과건강 디자인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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