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 상장기업 14개사의 올 상반기 실적을 집계한 결과 전년동기대비 매출 규모는 늘어났지만 이익 측면에서 정체현상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토대로 화장품 상장기업 14개사의 실적을 분석한 결과 올 상반기 매출액은 4조8592억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동기 4조4101억원 대비 10.2% 늘어난 것으로 경기불황을 감안하면 선방한 셈이다.
하지만 영업이익은 5947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1.5% 성장하는데 그쳤고, 당기순이익은 4356억원을 기록해 전년동기 4480억원 대비 2.8% 줄어들었다.
만성불황에 두 자릿수 성장세를 유지한 점은 높이 살 만하다. 하지만 수익성이 하락한다는 점은 우려할 만한 부분이다.
특히 잔체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 하락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기업이 아모레퍼시픽과 에이블씨엔씨라는 점이 걸린다. 국내 화장품산업 1위와 브랜드숍 1위 기업의 수익 정체가 갖는 상징성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다만 아모레퍼시픽의 매출 규모가 여전한 성장세이고 아모레퍼시픽을 비롯해 이니스프리, 에뛰드하우스 등을 포함한 아모레퍼시픽그룹 전체의 실적은 회복세라는 점은 다행이다.
하지만 에이블씨엔씨의 충격적인 하락세가 하반기에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어서 산업 전체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2013년 상반기 화장품 상장기업 실적 현황 (단위 : 억원)

▲ 자료원 : 금융감독원.
합계에서 아모레퍼시픽은 제외. *는 K-IFRS 별도 기준. |
LG생활건강, 코스맥스 ‘↑’ 아모레퍼시픽, 에이블씨엔씨 ‘↓’
전년동기대비 가장 좋은 실적을 올린 기업은 LG생활건강이다. LG생활건강은 올 상반기 매출 2조1478억원을 기록 최초로 반기매출 2조원을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다. 영업이익은 1660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13.2% 올랐고 당기순이익도 1889억원 기록해 12.5% 상승했다.
‘빌리프’가 전년대비 58%의 고성장을 유지했고 ‘비욘드’, ‘이자녹스’, ‘라끄베르’가 고르게 성장했으며 와이너리 화장품 ‘다비’ 등 신규브랜드들의 약진도 두드러졌다. 여기에 국내외에서 선전한 더페이스샵까지 모든 부문에서 높은 실적과 수익을 기록했다.
반면 빅2인 아모레퍼시픽은 외형성장에 그쳤다. 아모레퍼시픽은 올 상반기 매출 1조6027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9.2% 성장했지만, 영업이익은 2348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5.7% 떨어졌고 당기순이익도 3.2% 하락한 1679억원을 기록하면서 1위 기업의 자존심을 구겼다.
최대 유통채널인 방문판매 매출 감소와 중국 투자비용 증가에 따른 실적 부진에 따른 수익정체가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그나마 이니스프리와 에뛰드하우스 등이 선전해 아모레퍼시픽그룹은 반기매출 2조43억원을 기록 전년동기대비 13.7% 성장했다. 하지만 영업이익(-1.6%)과 당기순이익(-3.8%)은 아모레퍼시픽의 영향으로 하락했다.
브랜드숍 1위 에이블씨엔씨도 아모레퍼시픽과 비슷한 형태를 나타냈다. 매출은 1999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10.6% 늘었지만,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말 그대로 폭락했다.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에 비해 151억원(-78.2%) 감소했고 당기순이익은 95억원(-63.3%)이나 줄어들었다.
경쟁 심화에 따른 매출 성장세 둔화, 광고와 프로모션 등 마케팅 비용 증가 등이 실적 부진의 주요 원인으로 파악된다.
불황을 모르는 것 같은 기업도 있다. 코스맥스는 매출 1946억원(21.3%), 영업이익 187억원(16.1%), 당기순이익 154억원(14.9%)을 기록, 규모와 수익 두 마리의 토끼를 모두 잡으면서 OEM ODM 대표기업으로서 위상을 공고히 했다. .
한국화장품과 한국화장품제조는 매출액은 줄었지만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 면에서 전년동기대비 적자폭을 줄이거나 흑자로 전환해 내실을 다졌고, 코리아나는 매출은 소폭 상승했지만 수익성은 악화됐다.
원료 대표기업인 바이오랜드와 대봉엘에스는 명암이 갈렸다. 바이오랜드는 매출, 영업이익, 당기순이익이 전년동기대비 모두 하락한 반면 대봉엘에서는 모두 상승했다.
동성제약, 제닉, 보령메디앙스는 매출, 영업이익, 당기순이익 모두 전년동기대비 하락하면서 부진을 면치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