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는 지난 3월 아모레퍼시픽이 방문판매사업자(카운셀러 등)들에게 할인 판매를 못하도록 한 것에 대해 부당 행위라며 시정명령을 내린 바 있다. 이에 발끈한 아모레퍼시픽은 공정위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서울고법 행정6부(부장판사 안영진)는 이번달 23일 화장품 '설화수' '헤라' 등의 사업자인 방문판매사업자들에게 할인을 못하게 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한 공정거래위원회의 시정명령은 적법하다는 판결을 내렸다. 이어 재판부는 아모레퍼시픽이 공정위를 상대로 낸 시정명령 등 취소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아모레퍼시픽이 방문판매사업자들에게 가격 할인을 못하게 하는 것은 소비자 입장에서 가격 할인 대신 부가 서비스가 높은 화장품과 부가 서비스 대신 가격 할인이 높은 화장품을 선택할 기회를 상실하게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아모레퍼시픽 측은 "카운셀러들 간의 가격 할인 경쟁으로 인한 방문판매원의 소득 감소와 방문판매원의 대량 이탈 등을 방지하는 것이 목적이었다"며 "화장품 가격의 할인 경쟁을 막아 방문판매원들 간의 서비스 경쟁을 촉진시키기 위한 것"이라는 주장을 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방문판매원은 가격 할인을 하다가 더 이상 경쟁력을 갖지 못하는 상황에 이르면 서비스 경쟁 방식을 선택하게 될 것"이라며 "결국 가격 할인을 했더라도 방문판매원 간 서비스 경쟁은 피할 수 없는 것"이라고 판결했다.
이어 재판부는 "방문판매원이 다른 방문판매원의 가격 할인 등을 우려해 대책을 요구했다는 것은 많은 소비자가 부가 서비스보다는 낮은 가격으로 구매하기를 원하는 것"이라고 아모레퍼시픽 측의 주장을 일축했다.
현재 아모레퍼시픽 측은 이번 판결에 대해 즉답을 회피하고 있다. "아직 판결문을 받아 보지 못했다"거나 "향후 대책에 대해서는 검토 후 답하겠다"는 입장을 보여 사내의 무거운 분위기를 간접적으로 전했다.
공정거래위원회를 상대로 낸 이번 소송에서 아모레퍼시픽이 패소한 것을 두고 업계는 말을 아끼는 모습이다. 업계의 대장이 방문판매원들에게 휘둘린 형국이어서 타 업체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기도 하지만 앞으로의 행보를 지켜보자는 것이 대체적인 반응이다. 방판 조직은 화장품 업계에선 없어서는 안 될 조직인데다 아모레퍼시픽의 방판 조직은 아모레퍼시픽 매출의 30%를 넘게 차지하는 국내 최대 조직이어서 더욱 신중한 분위기다.
지난 2009년도에 가격 할인을 한 방문판매원에게 장려금 지급 중단과 경고 등의 강수를 둔 것을 두고 공정위가 제동을 걸었을 뿐 그 이후에는 전혀 문제가 없었다는 의견이 있다. 반면 아모레퍼시픽이 공정위에 패소한 것은 방판 조직에게 무릎을 꿇은 것이어서 앞으로 어떤 방법으로 방판 조직을 지휘할지에 따라 아모레퍼시픽의 성장이 좌우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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