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나가는 미샤의 모기업 에이블씨엔씨의 보유 주식 15만 주를 지난 28일 시간외 대량 매매로 팔아버렸기 때문이다. 이에 에이블씨엔씨는 다음 날인 29일 서 대표가 보유 지분 중 1.45%에 해당하는 주식 15만 주를 주당 6만8천 원대에 매도했다고 공시했다. 이로써 서 대표의 지분은 종전 30.09%에서 28.64%로 줄었고 대신 현금 102억 2,880만 원을 손에 쥐게 됐다.
주식 시장에서는 서 대표의 지분 매각을 두고 설왕설래한다.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주가 고점(상투)' 신호라고 하지만 이는 단순한 셈법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이다. 문제는 지분 매각이 아니라 매각 대금이다. 올 들어 에이블씨엔씨의 주가는 연초 대비 190%나 올랐다. 올 한 해 성장률이 주가에 이미 반영됐다고 해도 고객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서 대표가 투자자들의 뒤통수를 치면서까지 100억 원이 넘는 금액을 확보하려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 거란 소문이다.
일단 미샤의 성장 동력 소진에 따른 지분 매각은 아니라는 것이 대체적인 반응이다. 미샤는 지난해 더페이스샵을 누르고 브랜드숍 1위를 탈환했고 올해도 애초에 목표했던 매출 3,600억 원은 무난히 달성할 것이라고 미샤 측 관계자가 자신했을 뿐 아니라 브랜드숍 1위 자리를 굳히겠다는 계획을 내비쳤기 때문이다. 이런 미샤인데 성장 동력 소진을 핑계로 서 대표가 지분 매각에 나섰을 리가 없다는 분석이다. 그렇다고 직영점 몇 개 더 오픈하자고 그랬을 리도 없다. 그런 이유라면 굳이 매각이라는 카드를 꺼내 부담을 떠안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미샤 측은 "서 대표 개인적인 일이라 아무도 알지 못한다"고 대답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업계나 증권가에서는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공개기업이라고 대표가 보유 주식을 처분하는 것을 두고 뭐라 말할 것은 아니지만 단순히 개인적인 일로 최대 주주가 지분을 매각했다는 것은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하기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다.
미샤 측 역시 "서 대표가 지분을 매각하기 전에 매우 신중했다"며 "그래서 여러 번 나눠 매도하지 않고 한 번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미샤 측 관계자는 "주관사를 통해 장기 투자가 가능한 투자자를 물색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덧붙였다.
서 대표의 매각 전후의 행동과 미샤 측의 설명을 정리하면 100억 원은 당장 필요한 자금이고 동시에 투자자를 물색 중이라는 말이 된다. 이는 확보한 현금 100억 원에 그 이상의 돈을 투자할 수 있는 투자자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의미이다.
이에 대해 업계의 한 관계자는 "서 대표가 원하는 투자자가 나타나면 현금 확보는 두 배 이상이 되는 것"이라며 "지금 시점에서 서 대표에게 수백억 원이 필요할 만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더욱이 지금처럼 미샤가 제2전성기를 맞이한 시점이라면 투자자를 모집하기에 더 없이 좋은 타이밍이란 분석이다. 이를 두고 K대학 경영학과의 한 교수는 "미샤는 화장품 자체 생산에 목이 말라 있을 것"이라며 "지금부터 R&D에 투자하기에는 너무 느리고 아마도 M&A에 관심을 두고 있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또한 K대학 경영학과의 한 교수는 "화장품 산업이 승승장구라고 하지만 몇 개 브랜드와 몇몇 대기업을 제외하면 먹고 살기 어려운 분야"라며 "100억 이상의 현금을 들고 찾아다니면 웬만한 기술력을 가진 업체는 인수하고도 남는다. 무리해서 통째로 살 필요가 없으니 의외로 큰 업체에 눈독을 들일 수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매각 대금이 상당 부분 해외 시장에 쓰일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그 동안 지분 매각 없이도 잘 해왔는데 새삼스럽다는 반론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이에 대해 미샤 측은 대답을 회피했다. 하지만 '그럴 일은 없을 것'이 아니라 '모른다'는 반응이었다. 또한 미샤 측은 서 대표가 에이블씨엔씨의 주가를 고점으로 여기지 않는다고 설명했고 하반기와 내년에는 더 좋아진다는 것이 서 대표의 생각이라고 전했다.
미샤는 시가총액 8,000억 원에 달하는 화장품 업계 3위로 알려져 있다. 말이 3위이지 1위가 아모레퍼시픽이고 2위가 LG생활건강이라면 단연 선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OEM ODM 업체인 코스맥스(5,000억 원)와 한국콜마(3,700억 원) 등이 무섭게 성장하고 있다.
미샤가 아무리 뛰어나다 해도 할인과 미투 제품으로는 몇 년 버티지 못할 거란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전망이고 그들보다 서 대표가 더 잘 알고 있다는 소리도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다.
또 한편에서는 미샤가 아모레퍼시픽에 넘어가는 것 아니냐는 소문도 있다. 수년 전 LG생활건강이 더페이스샵을 인수했으니 아모레퍼시픽이라고 못할 것도 없다는 설명이다. 만약 소문이 현실화 되면 업계 사상 최고의 사건으로 기록될 것이지만 실현 가능성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고 있다. 어쨌든 서 대표의 지분 매각이 일회성 이벤트로 끝날지 무언가를 자르기 위해 칼을 뽑은 것인지는 조금 더 두고 봐야 하지만 분명 숨겨둔 카드가 있다는 쪽으로 기운 것은 사실이다.
미샤 서영필 대표 지분 매각 관련 공시
▲ 자료 제공 : 금융감독원 |
Copyright ⓒ Since 2012 COS'IN.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