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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시리즈

이은주 교수의 화장품에 대한 발칙한 생각 ⑩

안전을 버리고 무엇을 얻으려고 하십니까?

[코스인코리아닷컴 이은주] 일주일이 지났다. 괜찮을 것이라고, 구조되어 돌아올 것이라고 믿었던 믿음들은 점점 분노와 절망으로 바뀌어 가고 있다. 차가운 바다에서 아직까지 생사확인 조차 안 된 자식들을 둔 부모님들의 심정과 감히 비교할 수도 없지만, 학생들을 가르치는 직업을 가진 입장에서 이번 일들이 아이들을 그렇게 만든 어른의 한 사람으로 참 면목없고 죄스럽기까지 해 일주일 동안 우울한 날들의 연속이다. 부디 모두의 마음이 모아져 기적이 일어나기를 간절히 바라며 글을 시작하려 한다.

경제학에서는 기회비용이라는 용어가 있다. 사전적으로 어떤 재화의 여러가지 종류의 용도 중 어느 한가지 만을 선택한 경우, 나머지 포기한 용도에서 얻을 수 있는 이익의 평가액을 말한다(출처 : 두산백과). 즉 선택할 수 있는 여러가지 중 하나를 선택함으로써 얻는 이익이 다른 것을 선택하지 않음으로 인한 실익보다 컸을 때 기회비용이 컸다고 할 수 있다. 한정된 재화로 살아가는 우리에게 기회비용은 생각보다 가까이에 있는 용어다. 

화장품 안전성에 대해 이야기할 때마다 많이 듣는 말이 있다. “그러한 이야기로 화장품 산업이 위축되게 하지 말아라” “그 정도 함량은 괜찮다” “가능성이 매우 희박한 이야기다” “그렇게 따지면 화장품 만들기 힘들다”

화장품 산업의 특성상 하나의 거대기업이 10~20여개의 브랜드를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이중에는 브랜드의 특별한 차별성도 없이 우후죽순 새로운 브랜드만 만들어 내는 경우도 다반사다. 차라리 안전성 기준에 까다로운 브랜드를 10~20%만이라도 만들어 준다면, 소비자들이 화장품을 선택하는데 고민하지 않아도 될 듯한데 이러한 것은 언제나 기회비용에서 밀린다. 재료, 가공, 유통 등 모든 부분에서 가격상승의 원인이 되기에 안전한 화장품을 원하는 소비자의 요구는 선택 받지 못한 나머지가 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한번은 아이를 둔 만학도 40대 학생이 사진과 함께 문자가 왔다. 대형마트에서 아이가 바를 크림을 샀는데, 크림뚜껑 안쪽에 바코드가 찍힌 인식표가 붙어 있다는 것이다. 무슨 말인지 자세히 들어 보니 대형마트에서 도난방지를 위해 화장품 용기 안쪽에 바코드가 있는 인식표를 붙여둔 것이고, 해당 내용을 마트측에 물어본 결과 다른 제품들도 다 안쪽에다 작업해 붙인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한다. 자신이 사용하는 것이면 그냥 쓰겠는데, 아이가 쓰는 것이라 찝찝한 마음이 들어 과연 그렇게 작업된 화장품을 써도 되겠냐는 것이다. 여러분은 생각은 어떠한가?

화장품에 방부제를 사용하는 이유는 여러가지 원인으로 오염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오염으로 피부 트러블 등이 유발될 수도 있다. 오염은 제조할 때 생산설비, 재료 등에 의해 1차 오염이 일어날 수도 있지만 사용하면서 손의 세균이나 먼지 등으로 인해 2차 오염이 일어날 수도 있다. 

그래서 제조일자도 중요하지만 화장품은 개봉 후 사용기한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런데 마트측에서 임의로 화장품을 개봉했고 수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매장에서 살균하지 않은 인식표를 청결하지 못한 손으로 뚜껑의 안쪽에 부착한 것은 소비자가 오픈된 화장품을 구매한 것과 같은 이치이며 이 경우 화장품이 안전하다고 이야기 할 수 없다. 사용하지 말라고 이야기 하였고 마트에 반품하라고 조언하였다. 

몇 일 뒤 연락이 다시 온 학생에게 마트측에 이야기 해도 다들 그런다고 이야기해 화장품회사에 이 같은 사실을 이야기 했으며 화장품회사는 마트측에 사실확인과 주의를 시키겠다는 답변을 받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화장품회사의 조사에 의하면 마트측은 일부 제품만 그렇게 한 것이며 앞으로 그렇게 하지 않겠다고 이야기 했다고 하나 더 지켜볼 일이다. 

마트는 도난방지를 통한 매출상승이라는 선택과 소비자 안전성 중 매출상승을 선택한 것이다. 대형마트에서조차 화장품이 이렇게 관리되는데, 화장품을 구매하는 소비자는 더욱 더 불안할 수 밖에 없다. 

승객의 안전보다 수많은 수화물을 통한 이익을 선택했고, 승객의 목숨보다 당장의 상황을 모면하기 위한 거짓말을 선택했으며, 자신들의 직업적 가치관과 도덕심보다 파렴치함을 선택한 누군가의 어리석은 선택처럼, 화장품 안전성 연구에 투자하지 않고, 소비자들의 눈과 귀를 위한 마케팅에만 투자하며, 매출에 손해를 보지 않기 위해 임의로 화장품을 오픈한 선택은 결국 모든 피해가 소비자에게 갈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정말 몰라서 그렇게 한 것일까?

안전을 버리고 얻으려고 하는 것이 무엇인지 묻고 싶다. 

이은주 대표 NiC화장품연구소 
 
프로필 : 열린사이버대학교 뷰티디자인학과 겸임교수, 연성대학교 출강, 국제미용대회 심사위원, 주요 기업 화장품 관련 자문, 인터뷰(KBS, SBS, CBS, YTN 등), 화장품 강의
저서 : 대한민국 화장품의 비밀, 에센스 화장품학, 피부 미용사 실기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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