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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선 교수의 뷰티 컬럼] 비호감 식물서 차세대 기능성 소재 주목: 고수풀 향기 성분 '데칸알' 반전 효능

박태선 연세대학교 식품영양학과 교수

[코스인코리아닷컴 길태윤 기자] 고수(Cilantro)는 호불호가 뚜렷한 식재료다. 누군가에게는 향긋한 요리의 완성이고 누군가에게는 한입만 먹어도 얼굴을 찌푸리게 만드는 불쾌한 향일 수 있다. 어떤 사람은 고수가 빠진 쌀국수를 상상할 수 없다고 말하고 또 다른 사람은 "비누 맛이 난다"며 멀리하곤 한다.

 

# 비누맛 논쟁에서 안티에이징 솔루션까지

 

하지만 이 단순한 취향 차이 뒤에는 우리가 미처 몰랐던 과학적인 이유가 숨어 있다. 고수의 향기를 다르게 느끼는 이유는 후각수용체 유전자의 차이 때문이며 그 향기 속에는 놀라운 피부 건강 비밀까지 담겨 있다.

 

 

# 유전자가 결정하는 고수의 ‘비누 맛’

 

고수 향이 누군가에겐 싱그럽고 상쾌하게 느껴지고 또 누군가에겐 비누처럼 불쾌하게 다가오는 건 우연이 아니다. 후각을 담당하는 유전자 중 OR6A2라는 유전자가 고수의 향기 성분인 알데하이드를 인식하는데 이 유전자에 있는 단일염기 다형성(SNP) 차이 때문에 사람마다 반응이 다르게 나타난다.

 

2012년 발표된 한 연구에서는 OR6A2 유전자의 변이에 따라 고수를 비누 냄새처럼 느끼는 경향이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다시 말해, 고수를 싫어한다고 해서 단순히 ‘입맛이 까다롭다’고만 볼 수는 없는 셈이다.

 

# 잎과 씨앗이 완전히 다른 맛을 낸다

 

고수를 이야기할 때 잎과 씨앗을 구분하는 것도 중요하다. 고수의 잎은 감귤류 향이 강하게 나고 열에 약하기 때문에 주로 요리 마지막에 첨가된다. 향이 강하다 보니 알데하이드에 민감한 사람에겐 쉽게 불쾌감을 줄 수 있다.

 

반면, 고수의 씨앗(Coriander)은 완전히 다른 풍미를 갖고 있다. 따뜻하고 고소한 향이 특징이며 커민이나 계피를 떠올리게 하는 향신료로 인도, 유럽, 중동 요리에서 널리 쓰인다. 같은 식물이지만 부위에 따라 이렇게도 다른 맛을 내는 건 향기 성분의 조합이 다르기 때문이다.

 

# 향기를 느끼는 건 코만이 아니다

 

후각수용체는 원래 코 안에만 존재한다고 알려졌지만 최근 연구들은 이 수용체가 피부, 지방세포, 심지어 간세포와 심장세포 등 전신 곳곳에도 존재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는 향기 분자가 후각을 넘어 생리 작용까지 조절할 수 있다는 걸 의미한다.

 

고수 향의 주요 성분인 데칸알(Decanal) 역시 마찬가지다. 단순히 냄새를 유발하는 분자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피부 속 세포와 직접 소통하며 기능을 유도할 수 있다.

 

# '데칸알'이 피부에 미치는 놀라운 작용

 

연세대학교 TSPARK LAB 연구진은 고수의 향기 성분인 데칸알이 피부 속 후각수용체를 자극해 콜라겐 합성을 촉진하고 동시에 자외선으로 인한 콜라겐 분해를 억제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 연구는 2020년 SCI급 국제 저널 'Nutrients'에 게재되며 향기와 피부 건강의 연결고리를 과학적으로 증명했다.

 

데칸알은 피부 속 섬유아세포에 작용해 cAMP 신호전달 경로를 활성화시키고 이 과정을 통해 콜라겐 단백질의 생성을 도와 준다. 또 자외선에 노출되었을 때 활성화되는 MAPK 경로를 억제함으로써 콜라겐 분해를 줄이는 데에도 효과를 보였다.

 

 

# 히알루론산 생성까지 도와주는 '데칸알'

 

피부 보습의 핵심 성분인 히알루론산 역시 데칸알의 영향을 받는다. 연구에 따르면, 데칸알은 히알루론산 합성 효소의 발현을 증가시키고 실제로 히알루론산 함량도 늘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작용 또한 cAMP 경로를 통해 이루어지며 피부 보습력 개선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 즉, 데칸알은 콜라겐과 히알루론산 모두를 증가시켜 주는 다기능 성분이라고 할 수 있다.

 

# 문화와 경험이 바꾸는 고수의 이미지

 

사실 고수를 싫어하는 이유는 유전자뿐 아니라 환경적인 요인도 작용한다. 예를 들어, 된장이나 김치의 발효 향은 한국인에게는 익숙하지만 외국인에게는 생소하고 불쾌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동남아시아와 남미 국가에서 자란 사람들은 어릴 때부터 고수에 자연스럽게 노출되어 향에 대한 거부감이 없다.

 

이는 결국 익숙함이 선호로 이어지는 경험 기반의 감각 형성을 보여 준다. 즉, 고수를 처음엔 불쾌하게 느끼더라도 자주 접하고 익숙해지면 인식이 달라질 수 있다.

 

 

# 화장품에 담긴 '데칸알', 향기의 기능적 전환

 

데칸알은 기능성 화장품의 핵심 성분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실제로 TSPARK LAB의 연구를 기반으로 한 브랜드 보타닉센스(Botanicsens)는 데칸알을 함유한 다양한 스킨케어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피부 속 후각수용체를 활용해 콜라겐과 히알루론산을 증가시키는 방식은 기존의 성분 중심 화장품과는 다른 접근이다. 자극 없이 피부 본연의 힘을 키우고 싶은 소비자들에게는 매우 매력적인 솔루션이 될 수 있다.

 

# 향기, 감각을 넘어서 건강까지

 

고수는 이제 단순한 향신료가 아니다. 누군가에겐 비누 맛일 수 있는 그 향기 속에 피부 탄력을 지키고 광노화를 막아 주는 놀라운 과학이 숨어 있다. 향기에 민감한 사람일수록 오히려 그 향기의 효과를 피부로 느낄 수 있다는 사실도 새롭게 다가온다. 향기를 피하기보다 향기를 통해 건강을 회복할 수 있다는 관점. 고수를 바라보는 시선도 이제는 조금 달라져야 한다.

 

■ 참고문헌

1. Nicholas Eriksson et al. (2012), A genetic variant near olfactory receptor genes influences cilantro preference, Flavour volume 1, Article number: 22

 


박태선 연세대학교 식품영양학과 교수

 

연세대학교 식품영양학과 교수(1995년~현재), (주)보타닉센스 대표이사(2017년~현재), 연세대학교 연구처장, 산학협력단장, 기술지주회사 대표이사,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광고특별위원회 위원장, International Journal of Obesity, Editorial Board Member(2011년~현재), Molecular Nutrition & Food Research, Executive Editorial Board Member(2011년~현재), 미국 스탠포드의과대학 선임연구원, 미국 팔로알토의학재단연구소 박사후연구원,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학교(데이비스 캠퍼스) 영양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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